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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회 광주국제영화제,10월 25일-10월 31일
2002-10-18

빛의 고을에 영화가 반짝

광주영화제라는 이름은 아직도 생소하다. 지난해 12월 초 광주국제영상축제라는 이름으로 처음 열렸을 때 사전홍보도 잘 안 됐고, 행사운영에도 많은 차질이 있었다. 상영작 60편 남짓의 소규모 행사에 전체 관객 수도 8천명 남짓했다. 그러나 영화제를 찾았던 이들에게는 예전에 볼 수 없었던 ‘작고 알찬 영화제’의 기억을 또렷이 남겼다. 거기엔 보고 싶었지만 볼 수 없었던 영화들, 새로운 감독과 경향을 알게 해주는 영화들이 가득했다.

올해는 기간을 조금 앞당겨 10월25일부터 11월1일까지, 명칭을 광주국제영화제(조직위원장 양형일 조선대 총장)로 바꿔 2회 행사를 연다. ‘영상축제’에서 ‘영화제’로 이름을 바꾼 데에는 나름의 자신감이 반영돼 있다. 예산이 3억원에서 6억원으로 늘었고, 프로그래머 시스템을 도입해 서울시네마테크 대표이기도 한 임재철 프로그래머가 전체 상영작 60여편을 일관된 기획 취지 아래 선정했다.

올해 프로그램도 ‘작고 알찬 영화제’의 명맥을 잇기에 부족함이 없어 보인다. 보고 싶었지만 볼 수 없었던 영화들의 기획전이 세 부문 마련됐다. 일본 영화산업 침체기에 재능있는 감독들이 클 수 있는 발판이 됐던 로망포르노의 대표작 9편을 ‘니카츠 에로영화 걸작선’에서 만날 수 있다. 미국의 누아르, 갱스터 영화를 변주하면서 장 가방, 알랭 드롱을 세계적인 스타로 키워낸 프랑스 범죄영화 9편을 모은 ‘프랑스 범죄영화 특별전’도 성찬이다. ‘영화사 다시 보기’ 부문은 짭짤한 별미다. 오즈 야스지로 영화 속의 도쿄를 확인하기 위해 독일에서 일본으로 찾아간 빔 벤더스의 다큐멘터리 <도쿄가>, 불운했던 감독 조셉 로지를 추앙해 일본에서 영국으로 쫓아간 나카다 히데오의 <조셉 로지: 4개의 이름을 가진 사나이> 등 영화사를 매개로 한 동서양 교차횡단기 두편을 비교해볼 수 있다.

새로운 감독과 경향을 알게 해주는 영화들은 ‘영 시네마’에서 만날 수 있다.칸, 베니스, 베를린 등 3대 영화제 경쟁부문이 아니라, 신인들이 막 국제평단에 이름을 올리기 시작하는 감독주간, 비평가주간, 영 포럼 또는 그보다 작은 영화제에서 프로그래머가 직접 9편을 골랐다. 프로그래머의 취향과 역량이 반영된, 광주영화제의 메인 프로그램이다. 아르헨티나의 루크레시아 마르텔, 일본의 만다 구니토시, 프랑스의 마튜 아말릭, 미국의 데이비드 고든 그린 등 이 부문 초청작의 감독 4명이 게스트로 방한한다.

이 밖에 ‘월드 시네마 베스트’에서는 미국의 우디 앨런, 포르투갈의 마뇰 드 올리베이라 등 명망가 감독들의 신작을 모았고, 장 뤽 고다르의 근작 4편도 별도로 상영된다. <삼포가는 길> <돌아오지 않는 해병> 등 고 이만희 감독의 영화 7편을 모은 회고전도 준비됐다.‘시민영화광장’에서는 이미 수입돼 개봉을 기다리고 있는 인도 뮤지컬 <까삐꾸씨 까삐깜>, 구로사와 기요시의 최근작 <회로> 등을 볼 수 있다. 개막작은 임창재 감독의 데뷔작 <하얀방>. 낙태로 세상의 빛을 보지 못하고 떠난 영아들의 사연이 담긴 인터넷 사이트 ‘하얀방’에 얽힌 저주와 연쇄살인을 다룬 공포물이다. 폐막작은 영시네마 부문에 초청된 안소니 루소, 조셉 루소 감독의 <웰컴 투 콜린우드>이다.

지난해 광주영화제는 인지도가 낮았던 만큼 영화 보기에 더없이 쾌적한 조건을 제공했다. 미리 표를 예매할 필요도 없고, 만원의 객석에서 앞사람 머리를 피해 고개를 움직여야 할 일도 없었다. 관객이 열배 이상 늘어나는 이변이 없다면 올해도 사정은 크게 변하지 않을 것 같다. 프로그래머 의존도가 높은 광주영화제는 아직 자기 성격이 굳혀지지 않은 상태다. 현재 문화관광부에서 이 영화제에 매년 5억원씩 지원하는 내년도 예산안이 기획예산처를 통과해 국회 심의만 남겨놓고 있는 상태다. 이게 통과되면, 예산 30억원이 넘는 부산국제영화제와는 비교할 수 없지만 지금보다는 영화제의 규모가 커지게 된다. 그때 이 영화제가 어떤 방향으로 자리잡아 갈지는 오늘의 관객 몫이기도 하다(광주국제영화제 공식사이트 www.giff.or.kr / 전화 062-228-9968). 임범 isman@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