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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립·단편영화 <양상추 여자와 송어 남자> <그레고르의 위대한 발명>
2002-10-23

사랑하므로,같이 먹히고 싶어라

일반 극장에서 외화를 보는 기분과 국제영화제에서 외화를 보는 기분은 좀 다르다. 그 이유를 알 것도 같지만, 여하튼 독립영화관(KBS 2TV, 금 12시 50분)에서 한 달에 한번씩 방영하는 해외 단편들도 국제영화제에서 보는 외화 같다. <양상추 여자와 송어 남자>(구스타보 살메론 연출, 35밀리 컬러, 20분, 스페인, 2001)는 주방 냉장고에 갇힌 양상추와 송어의 사랑 혹은 양상추와 송어가 되어 먹히더라도 진정한 사랑을 나누고 싶어하는 간절함의 은유다. 양상추와 송어는 사랑하기 때문에 같은 접시에 담기기를 원한다. 하지만 변덕스런 손님은 그들의 꿈을 망쳐버린다. 반전이었다. 이후 또다른 반전이 있었고, 결국 둘은 세포가 되어 만난다. 시답잖은 얘기같지만 상상력은 존중할 만하다. <그레고르의 위대한 발명>(요하네스 키에퍼 연출, 35밀리 컬러, 11분, 독일, 2001)은 다리 아픈 할머니, 그 할머니를 자신들이 거처하는 요양원에 데려가려고 안달하는 할머니 친구들 그리고 할머니를 지극히 사랑하는 착한 손자가 벌이는 이야기다. 여기서도 반전과 실패가 있고 행복한 결말이 있다. 반전의 기량도 기량이지만 안정감 있는 화면 사이즈와 정확한 편집이 훨씬 더 돋보인다. 단편의 매력은 반전 그 자체에 있는 것이 아니다. 반전이 극복된 후 무엇인가가 뒤따라 와야 한다. 그런 점에서 두 영화는 순진하기만 하다. 이효인/영화평론가 yhi60@yaho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