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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리 포터와 비밀의 방> 월드 프리미어 [2]
2002-11-04

Three. 호그와트의 신인들3개월을 CG 후반작업에 투자한 1편에 비해, 8, 9개월의 공정을 거쳐 뽑아낸 <비밀의 방>의 특수효과는 해리의 모험 곳곳에 출몰하는 으뜸가는 볼거리다. 그러나 엄밀히 말해 다른 블록버스터에 비해 <해리 포터> 시리즈가 갖는 비교우위는 날아다니는 자동차나 거대 괴물이 아니라 실용적이고 기발한 마술세계의 생필품과 정감있고 유머러스한 캐릭터, 영국 배우들의 품위있는 연기에 있다. 엄마의 잔소리를 담아 기숙사에 배달해 론을 망신주는 호울러와 약초학 수업에 등장하는 비명 지르는 식물 맨드레이크가 2편에서 관객의 사랑을 차지할 애교스런 마성의 사물들이다. 2편에서 새롭게 합류한 인물은 자아도취증 미남 교수 길데로이 록허트와 해리의 숙적 드레이코 말포이의 아버지 루시어스 말포이. 배역을 맡은 케네스 브래너와 제이슨 아이삭스는 보통의 연기자라면 한줄짜리 어리석은 조크나 상투어에 불과했을 대사들에 세련된 표정 연기와 호흡으로 무게를 실었다. 록허트는 어두운 정조의 영화 곳곳에서 긴장을 해소하는 어릿광대이고, 말포이는 악동 드레이코가 어째서 그렇게 가학적인 소년이 됐는지 관객이 연민을 품고 이해하는 계기를 제공한다. 그리고 두 사람은 해리와의 맞대결을 통해 강인해진 소년의 변모를 부각시킨다. 하지만 젊은 관객의 마음을 살 캐릭터는 CG 애니메이션 캐릭터인 집요정 도비와 36살의 셜리 헨더슨이 멋지게 연기한 화장실을 떠도는 소녀 원혼 모우닝 머틀. 제작자 헤이만이 과거에 만든 저예산 영화 <데이트리퍼> 예산에 맞먹는 6만달러가 들어갔다는 도비는 해리를 구하려는 서툰 시도가 매번 해리를 사지에 몰아넣는 애처로운 요정이다. 말투는 자자 빙크스를 닮았지만 자학적인 성격이 미워하려야 미워할 수 없다. 그러나 <해리 포터> 프랜차이즈는 모든 신참 캐릭터를 합쳐도 바꿀 수 없는 ‘마법사의 돌’을 잃었다. 모든 인터뷰가 끝난 10월25일 밤 뉴스 속보는 덤블도어 교장 역의 리처드 해리스가 호지킨병으로 72살의 나이에 유명을 달리했다는 비보를 전했다.Four. 애들이 커졌어요!

<비밀의 방>에서 눈을 비비게 하는 마법은 공중을 나는 자동차나 울부짖는 식물이 아니라, 사춘기 주연배우들의 성장이다. 해리 포터 역의 대니얼 래드클리프는 무려 20cm가 자랐고 헤르미온느 역의 에마 왓슨은 여성적인 선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비밀의 방으로 추락하는 론과 해리의 변성기 비명소리는 미소를 자아내게 한다. 아이들이 자라나면서 <해리 포터> 시리즈에는 분홍빛 로맨스도 끼어 든다. 3편 이후 커플의 조짐을 보이는 인물은, 론과 헤르미온느. 크리스 콜럼버스 감독은 2편에서 해리와 헤르미온느의 포옹신에 이어 론과 헤르미온느의 어색한 악수를 집어넣어 장차의 스토리를 슬쩍 예고한다. “에마가 많은 사람들 앞에서 해리를 안기 꺼려 금세 포옹을 푸는 바람에 편집의 마술을 부려야 했다”고 콜럼버스 감독은 귀띔한다. 청년의 향기마저 희미하게 풍기는 대니얼 래드클리프는 2편에서 액션 히어로, 미남 아이돌 스타의 자질을 드문드문 내비친다. 말포이 부자의 모욕에 “그건 당신 생각이지”라고 응수하는 서늘한 눈매의 소년에게는 ‘더티 해리’라는 애칭도 그리 우습지 않을 법하다. 전체적으로 세 주연은 그들의 캐릭터와 똑같이 신세계의 경이에 제압당한 것처럼 보였던 1편에 비해 몇배 유연해졌다. 그러나 무엇보다 초미의 관심사는 물오른 나무처럼 쑥쑥 자라는 배우들이 과연 몇편까지 <해리 포터> 시리즈에 머무를 수 있느냐는 의문. 현재 삼총사는 3편까지 계약한 상태다. 래드클리프는 “영화는 10, 11개월이 걸리는 긴 작업이다. 지금은 눈앞의 3편에만 집중한다”고 신중을 기했다. 콜럼버스 감독은 “원작에서도 아이들은 한 학년씩 진급한다. 배우들도 같은 속도로 성장하니 문제는 없다”고 입장을 밝혔으나, 기자들의 중론은 래드클리프가 해리 포터의 나이를 추월하게 될 4편부터는 교체가 불가피하리라는 것이다. 크리스 콜럼버스 감독의 원칙론은 뒤집어보면 <해리 포터> 시리즈의 딜레마이기도 하다. 본디 <해리 포터>는 밝고 천진하기만 한 판타지는 아니다. 책 속의 해리 포터 역시 모르긴 해도, 앞질러 어른이 된 거추장스런 육체와 부대끼며 혼돈스런 사춘기를 보냈으리라. 장밋빛 볼의 천사가 아닌 해리를 결코 상상할 수 없는 것은 할리우드일까, 아니면 우리 자신일까. 현실의 아이들은 판타지 속 아이들보다 훨씬 빨리 자라고 있었고, 그것은 어른들을 근심시키고 있었다. 런던=김혜리 vermeer@hani.co.kr디자인 이윤진 yjklimt@hani.co.kr▶ <해리 포터와 비밀의 방> 월드 프리미어 [1]▶ <해리 포터와 비밀의 방> 제작진 일문일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