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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리처드 해리스의 부음
2002-11-06

덤블도어,해리포터와 작별하다

“덤블도어 사망하다”. 72살의 베테랑 배우 리처드 해리스의 부음을 알린 10월26일 아침 영국 신문들의 표제는, 거물의 퇴장을 통고하는 묵직한 울림을 냈다. 리처드 해리스는 10월25일 밤 <해리 포터와 비밀의 방> 촬영을 마치고 8월부터 입원 중이던 런던 유니버시티 칼리지 병원에서 호지킨병으로 숨을 거뒀다. 신세대 관객에겐 <글래디에이터>의 황제 아우렐리우스와 <해리 포터>의 호그와트 교장 덤블도어를 통해 현인의 초상으로 친숙한 해리스지만, 기실 젊은 날의 그는 ‘헬레이저’(말썽꾼)로 통한 방탕한 스타였으며 아홉 군데나 부러진 코를 가진 풍운아였다. 굴곡 심한 라이프스타일은 아일랜드의 부유한 제분업자 가정에서 출생해 급격한 몰락을 맛본 유년기부터 해리스에게 숙명이었다. 집을 뛰쳐나온 해리스는 럭비에 발군의 재능을 보여 아일랜드 국가대표로까지 발탁됐으나 결핵의 병마가 태클을 걸어왔다. 병상생활 중 조이스와 베케트 등을 읽으며 뒤늦게 독학한 해리스는 배우로서 제2의 삶을 대담하게 시작했다. 1962년 <디스 스포팅 라이프>의 광부 출신 럭비스타 역으로 오스카 후보 지명을 받은 해리스는 <바운티 호의 폭동> <캐멀롯> 등의 영화에 출연하며 할리우드 스타로서의 영예와 쾌락, 숙취를 고루 맛보았다. 과도한 음주와 연애 편력은 해리스를 영국 배우군의 헤드라이너뿐 아니라 각종 가십의 헤드라이너로 만들기도 했다.

<해리 포터> 시리즈가 창조한 소우주의 태양 같은 존재인 덤블도어 교장 역은, “거절하면 다신 말 걸지 않겠다”는 손녀의 협박으로 해리스가 수락한 역. 해리스가 숨지기 몇 시간 전 <비밀의 방> 기자회견에 참석한 감독 크리스 콜럼버스는 병상의 해리스가 “다음에 또 날 캐스팅할 생각을 했다간 죽을 줄 알아!”라고 협박했다며 노장의 기개에 희망을 걸었지만 해리스는 호그와트 교장실로 돌아올 수 없게 됐다. 해리스의 죽음으로 <해리 포터> 제작진은 3편부터 대체불가능한 카리스마를 대체해야 하는 숙제를 받아 안았다. 현재 유력한 후보로는 <반지의 제왕>의 사루만 역 크리스토퍼 리와 1, 2편에서 해리스의 대역을 맡았던 해리 로빈슨이 거론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