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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멜로는 작가 감독들의 장르적 거점"
2002-11-14

한국영화 프로그래머 허문영 인터뷰

초가을 무렵,부산영화제 프로그램 팀에 막차를 탄 허문영 한국영화 프로그래머는 그 짧은 몇 달 동안 참 분주히도 움직였다.개봉하지 않은 영화들부터 개봉한 영화들까지 두루 살피면서,‘옥석’을 가려내야 했기 때문이다.올해부터 한국영화 프로그래밍은,뉴커런츠와 파노라마의 장편극영화,와이드 앵글의 독립영화,회고전의 한국 고전영화로 분리됐다."부산영화제가 한국영화계와 동반자적 관계에 놓여 있다는 점에서 한국영화 부문은 복합적인 사명을 갖고 있다"는 이유. 따라서 허문영 프로그래머가 관장한 한국 장편극영화는 "한국 영화산업 전체의 경향 및 흐름과 연관된 프로그램"으로서의 개성이, 여느 해보다 짙어졌다고 볼 수 있다.

 "가능한한 신작 중에서 좋은 작품들을 고르려고 했지만,기대에 못 미치는 경우가 있어서 소개된 작품 가운데 관객과의 소통에 성공하지 못했지만 의미가 있는 영화들, 그리고 성공한 영화들 중에서도 다시 한번 그 의미를 되새겨 볼 만한 작품 중심으로 선정하게 됐다." 그런 기준을 통해 올해 선정한 한국 영화들에서 발견할 수 있는 몇 가지 경향.<취화선> <오아시스> <마리 이야기> 등 유수의 영화제에서 굵직한 상을 받아낸, 지명도 높은 작품들이 많다는 게 그 중 하나다.장르적으로는 멜로가 특히 강세인데,허 프로그래머는 특히 그 소재와 스타일의 다양성에 주목한다."한국영화계에서 멜로가 단순히 메이저 장르인 것이 아니라,많은 작가주의 성향의 감독들이 자신의 작가성을 드러내는 장르적 거점으로 삼고 있다"는 것이다.그 밖에도 그는 제작 방식의 다양화를 시도한 <쓰리>,한국 애니메이션이 자기 영역을 찾았다는 증거인 <마리 이야기>의 '의미'도 돌아 볼 것을 주문했다.

 해마다 부산영화제의 한국영화는 기대보다 높은 예매율과 좌석 점유율을 보인다고 하지만, 올해는 <밀애> <로드 무비> <쓰리> <죽어도 좋아>가 일찌감치 전회 매진을 기록하는 등 유난히 선전하고 있다."평소 극장에 가지 않는 사람들도 영화제 기간에 그 문화를 즐기려는 것 같다"는 것이 허 프로그래머의 진단. 대부분의 관객과의 대화를 직접 준비한다는 그의 목소리에 '신바람'이 묻어나는 데는, 그럴만한 이유가 있었다.

박은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