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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VD 서플먼트의 은밀한 매력(10)
2002-11-14

기타

서플먼트의 매력 9 <제이 앤 사일런트 밥>과 보너스들 : 한 가지 버전은 가라!

<제이 앤 사일런트 밥>은 케빈 스미스와 그 친구들이 일제히 등장하는 영화다. 케빈 스미스의 데뷔작 <점원들>에서 편의점 점원 단테를 연기한 브라이언 오할로란도 물론 빠지지 않지만, 그는 하마터면 친구들의 추억 속에서나 등장할 뻔했다. <점원들> DVD(스펙트럼 출시)에서 케빈 스미스는 단테가 느닷없이 강도에게 살해당하는 결말도 생각했다면서 실제로 촬영한 장면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감독이나 작가의 마음속에서만 오락가락할 뿐, 관객은 확인할 수 없는 또 하나의 이야기. DVD는 그런 또 다른 버전을 수록해 영화 보는 재미를 더해주는 매체다.

<미녀와 야수>도 가장 중요한 노래 한곡을 그리 중요하지 않은 인물에게 바칠 뻔했다. 주전자 부인과 꼬마 찻잔, 양초 아저씨 등이 처음 성을 찾은 벨을 환영하며 부르는 노래 <Be Our Guest!>는 원래 그 아버지 모리스가 잘못 성에 들어왔을 때를 위한 노래였다. <미녀와 야수 한정특별판> DVD(브에나비스타 출시)에서 제작진은 모리스가 그 노래 듣는 장면을 시사하며 매우 만족했다고 고백한다. 그러나 다들 일어설 무렵, 한 애니메이터가 머뭇거리며 이의를 제기했고, 제작진이 가장 좋아했던 노래 <Be Our Guest!>는 벨을 위해 아껴두기로 결정됐다. DVD에선 스케치를 바탕으로 처음 촬영했던 장면을 확인할 수 있다. <미녀와 야수>는 영화 전체를 또 다른 버전으로 제공하기도 한다. <스타워즈> 시리즈가 재개봉한 데 영향을 받고 브로드웨이 뮤지컬 <미녀와 야수>가 성공한 데 힘입어 제작된 <스페셜 에디션>이 그것이다. 촬영까지 이어지진 않았지만, <오명> DVD(세일 출시)도 텍스트 형태로 된 또 다른 결말을 수록했다. 영어 텍스트라는 난관을 극복하고 찬찬히 읽어보면 <오명>의 결말 세 가지 버전을 확인할 수 있다. 아직 국내에 출시되지 않은 <파이트클럽>(이십세기 폭스 출시, 미국)은 메인 타이틀을 제작할 때도 감독이 얼마나 고민하는지 알 수 있는 DVD다. 다양한 촬영장면을 각기 다른 앵글로 확인할 수 있는 이 DVD는 네 가지 버전의 그래픽과 두 가지 버전의 음악을 바꿔가면서 볼 수 있는 보너스가 있다.

DVD는 첨단기술의 결과물답지 않게, 아기자기한 재미를 추구하는 매체이기도 하다. <무사> DVD에서 김성수 감독은 감독판을 준비하고 있다면서, 그때까지 만족하라는 의미로 만화 형식의 삭제장면을 소개한다. 심각한 장면들로 점철된 이 삭제컷들은 만화처럼 한칸한칸 나눠지고, 거기에 굳은 표정과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재미있는 대사가 입혀져 있다. 마음을 열지 않는 정우성에게 장쯔이가 “자꾸 그러면 나 <러시아워> 찍으러 갈래!” 하면서 토라져 달아나는 장면이 그 예. 하지만 메인메뉴에서 여러 가지 시도를 해봐야 발견할 수 있는 ‘이스터에그’다. 메뉴에 포함돼 있지는 않지만 놓치면 아까운 부록을 숨겨놓는 ‘이스터에그’는 <봄날은 간다>(스타맥스 출시)의 해장라면 끓이는 방법과 소화기 사용방법, <킬러들의 수다>(메트로 출시)의 무기 설명 등 이제는 한국영화 DVD에서도 낯설지 않은 선물이다. <올모스트 훼이모스> DVD(콜럼비아 출시)는 주인공 윌리엄처럼 십대의 나이에 <롤링스톤>에 기고했던 감독 카메론 크로의 과거를 확인할 수 있는 선물을 수록했다. 크로가 선택한 1973년 베스트앨범 10도 조숙한 소년이 간직했던 감성을 그대로 전해준다. <LA컨피덴셜> DVD(비트윈 출시)와 <봄날은 간다>는 영화를 현실로 체험하고 싶은 사람들을 배려하는 애교가 있다. <LA컨피덴셜>은 허위와 범죄의 도시 LA가 결정적인 역할을 하는 영화인 만큼, 시청이나 술집, 러셀 크로가 탐문수사를 벌이는 주택가 등의 역사와 현재를 영화장면과 함께 설명한다. <봄날은 간다>는 <LA컨피덴셜>보다는 접근성이 높은 편. 유지태와 이영애가 함께하는 아름다운 영상 앞에 정선 아우라지와 동해안, 울주 등 두 사람이 사운드를 채집한 장소의 지도를 제공한다.

깜찍한 선물도 DVD를 고르는 재미 중 하나다. <아멜리에> DVD(씨넥서스 출시)는 요정처럼 나타난 오드리 토투의 오디션 필름을 볼 수 있는 즐거움도 있지만, 자그마한 필름 조각에 담긴 오드리 토투를 물질로 소유할 수 있는 기쁨도 준다. <수취인 불명>(아틀란타 출시) DVD에 담긴 김기덕 우표는 영화와 어울리지 않게 애교가 흐르는 선물. <원초적 본능> DVD(아티잔 출시, 미국)의 투명한 케이스에 담긴, 영화에서 살인무기로 사용됐던 얼음송곳처럼 섬뜩한 부록도 있다. 물론 진짜 송곳이 아니라 송곳 모양 볼펜이다.김현정 parad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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