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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VD 서플먼트의 은밀한 매력(9)
2002-11-14

단편

서플먼트의 매력 8 <팀 버튼의 크리스마스 악몽>과 단편들 : 불안한 몽상, 불길한 몽환

<팀 버튼의 크리스마스 악몽>(브에나비스타 출시)은 팀 버튼이 쌓아올린 조그만 성(城)처럼 느껴진다. 직접 연출하지는 않았지만, DVD 첫 화면에 떠오르는 시골길은 팀 버튼이 살고 있는 밤의 세계로 곧바로 이어질 것처럼 음산하다. 부두인형처럼 누덕누덕한 할로윈 마을의 유령들과 핏방울처럼 불길한 연인, 대니 앨프먼의 친숙한 음악이 뒤엉킨 77분도 여전히 팀 버튼이 지배하는 시간이다. 그리고 그 악몽을 통과하면 오랫동안 제목만 들어야 했던 팀 버튼의 초기영화 <빈센트>와 <프랑켄위니>를 만날 수 있다. DVD가 아니었다면 좀처럼 보기 힘들었을 이 두편의 영화는 시간을 거스른 듯한 흑백화면으로 관객의 감각을 헝클어뜨린다.

애니메이션 <빈센트>는 디즈니 애니메이터로 출발한 팀 버튼의 경력과 공포영화에 빠졌던 그의 감성을 모두 확인할 수 있는 단편이다. 팀 버튼 자신의 어린 시절이 아닐까 짐작하게 만드는 주인공의 이름은 빈센트 말로이. 일곱살밖에 안 된 빈센트는 예의바르고 말 잘 듣는 소년이지만, 심각한 문제가 있다.

<어셔가의 몰락> <왁스 하우스> 등에 출연한 공포영화의 아이콘 빈센트 프라이스가 되고 싶어하는 것이다. 빈센트는 그 꿈을 이루기 위해서 햇빛 비치는 현실마저도 공포와 악몽으로 채색하곤 한다. 아내의 시체를 묻은 구덩이라면서 어머니가 아끼는 화단을 파헤치고, 숙모를 뜨거운 파라핀 속에 담가 양초인형으로 만드는 상상을 한다. 미친 사람처럼 어둠 속을 헤매던 빈센트 말로이는 어느새 빈센트 프라이스처럼 애드거 앨런 포의 <레이븐>을 중얼거리며 그림자가 되어간다. <빈센트>는 내레이터를 맡은 빈센트 프라이스의 섬뜩한 목소리를 듣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시간을 투자할 만한 가치가 있는 영화. 바늘처럼 위태로운 골격과 퀭한 눈동자를 가진 캐릭터도 변함없는 팀 버튼의 고집이다.

<프랑켄위니>는 <빈센트>처럼 고딕공포영화의 유산을 물려받았지만, 좀더 밝고 귀여운 면이 있는 단편 실사영화다. 어린 소년 빅터 프랑켄슈타인은 아끼는 강아지 스파키가 자동차에 치어 죽자 그를 되살리기로 결심한다. 빅터는 영화에서 보고 배운 대로 스파키를 되살리지만, 사람들은 괴물 같은 모습이 된 스파키 때문에 공포와 혼란에 빠진다. 빅터는 여전히 스파키가 좋은 친구라고 믿으면서 그를 보호하려고 애쓴다. <프랑켄위니>는 팀 버튼이 수십번은 봤을 <프랑켄슈타인>의 착한 버전이라고 할 만하다. 목둘레를 이어붙인 스파키는 이전과 달라질 수밖에 없지만, 내몰아야 할 괴물은 아니라는 것. 스파키가 빅터를 구하는 마지막, 높은 성이 위압적으로 솟아 있는 장면은 <가위손>의 에드워드가 사는 성과 이어져 친근한 느낌을 준다.김현정 parady@hani.co.kr

추천작 베스트 3

▣ <몬스터 주식회사>_ 브에나비스타

2001년 아카데미 단편애니메이션 수상작 <새가 되어버린 새>와 DVD를 위해 제작된 단편 <마이크의 새 차>가 들어 있다. <새가 되어버린 새>는 전깃줄에 앉은 작은 새들이 멍청하게 생긴 큰 새를 괴롭히다가 뜻밖의 사고를 당하는 유머러스한 단편. <마이크의 새 차>는 6기통 자동차를 새로 장만한 몬스터 주식회사 직원 마이크가 설리를 태우고 시운전을 하려다 망신만 당하는 에피소드를 담았다.

▣ 도베르만_ 스펙트럼

장 쿠넹의 단편 <마지막 빨간두건 소녀>은 제1회 부천판타스틱영화제에서 많은 관심을 받았다. 에마뉘엘 베아르가 빨간두건 소녀로 출연하는 이 영화는 너무나 유명한 동화를 감독의 파장 안으로 끌어들인 수작. 빨간두건 소녀의 다리를 빼앗으려는 할머니는 악당이 되고 애틋한 사랑을 간직한 늑대는 왕자님이 되는 듯하지만, 어두컴컴한 숲 속은 여전히 믿지 못할 세계다. 같이 수록된 <Gisele Kerozene>는 모터달린 빗자루를 탄 세 악마의 추격전으로, 막 영화를 시작한 젊은이의 거침없는 기운을 보여준다.

▣ 아이스에이지_ 이십세기 폭스

도토리에 집착하는 스크랫은 <아이스에이지>의 주연이라고 할 수는 없었다. 가끔 굴러다니기만 했던 스크랫이 DVD 출시를 맞아 이번엔 주인공이 됐다. <Scrat’s Missing Adventure>는 스크랫과 도토리의 밀월관계를 담는 단편 에피소드. 감독 크리스 웻지가 직접 소개하는 단편애니메이션 <버니>는 혼자 사는 늙은 토끼 버니가 집안에 날아든 벌레의 날갯짓을 따라 오래 전 죽은 남편과 함께 미소짓게 되는 여정을 담았다. 1999년 아카데미 단편애니메이션 수상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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