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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타지멜로 <천년호> 액션 로케이션 현장(3)
2002-11-14

80일간의 낯선 여행,˝매일매일이 새로워˝

"어떻게든 도움되는 선례로 남을 것"

이뿐이 아니다. 스탭들 사이의 갈등이 현장에서 자주 불거질 수 있다는 것도 제작진의 고민이다. 촬영현장에서 사소한 갈등양상은 노출될 수 있다. 또 그게 현장이다. 하지만 이 경우 이들간의 갈등을 완충시켜줄 안전장치 또한 없다. 제편창 라인을 활용할 경우, 현장에서 발생하는 갈등은 나름의 위계질서 안에서 소화되고 해결된다. 그러나 <천년호>처럼 개별적인 스카웃을 감행한 경우에는 일례로 현장에서의 기여도에 따른 급료나 대우를 두고서도 사소한 시비가 일 수 있다. 이러한 분위기가 지속될 경우, 현지 스탭들의 자발성이나 순발력을 기대하긴 어려워진다. 도성희 프로듀서는 “급료를 많이 주고, 적게 주는 것은 영화에의 기여도에 대한 판정에 따라 이뤄진다. 문제는 그 기준을 정함는 쪽이 지니고 있는 인적 정보가 충분치 않다는 데 있다”고 어려움을 토로한다.

각 제편창에 합작을 독려하는 것이 중국 당국의 입장인 탓에 <천년호>로서는 현지 로케이션의 어려움도 고스란히 떠안는다. 애초 제작진은 항공편으로 폭약, 칼 등 중국 현지에서 부족한 물품 등을 홍콩에서 들여오기로 했으나 공항에서 반입 금지 명령을 받아들어야 했다. 베이징에서 11월8일부터 열리는 제16차 공산당 전국대표대회를 앞두고 검문검색이 강화됐기 때문. 이 또한 제편창을 통하면 그리 어려운 일은 아니었으나 결국 현지 프로듀서가 나서 중국전영공사 관계자를 따로 만나서 통관 절차를 부탁해야 했고, 결국 신천을 통해 현장에까지 트레일러 2대로 꼬박 2박3일 동안 밤샘운전을 한 결과 전투장면 촬영 전날에야 도착할 수 있었다. 현지 프로듀서인 쳉시는 “중국 정부는 국내 시장 진작을 위해 개방을 늘리고 있다고 하지만, 여전히 정치적인 제약이 많다”고 말한다. 정부가 쳐놓고서 관리하는 울타리 바깥은 여전히 견고해서 민간 또는 해외투자를 끌어낼 만한 기회를 놓치고 있다는 것이다.

가지 않은 길엔 가시덤불도 많은 법. <천년호>는 이제 돛을 올렸고, 그래서 앞으로 등장하게 될 군데군데에 숨겨진 암초 또한 많다. 베이징전영학원 재학 중 <무사>를 비롯해서 합작 및 협작 프로젝트에 참여했던 경험이 많은 김풍기 집행감독(조감독과 제작부장을 아우르는 중국식 직위)도 “이번 촬영은 매일 새로운 실험을 하는 것 같은 느낌이다”라고 말할 정도다. 사실 촬영에 들어간 지 한달이 채 못된 상황에서 <천년호>가 노정한 선로를 두고 이후 대륙을 노크할 한국영화들에 유일한 정답을 제시해줄 것이라는 기대는 다소 이르고 또 과하다. 하지만 “어떻게든 도움되는 선례로 남게 될 것”이라는 도성희 프로듀서의 자신처럼, 카메라를 싣고 한국보다 더 큰 면적의 저장성을 여기저기 순례할 <천년호> 스탭들에게 남은 80일 동안의 ‘낯선’ 여행은 한국과 중국이라는 서로 다른 자장권의 조합을 위한 유효한 경고등 역할을 하기엔 충분해 보인다.항저우(杭州)=글 이영진 anti@hani.co.kr·사진 정진환 jhjung@hani.co.kr

<천년호>의 현지 스탭들

조우잔화(皺建華·의상 담당)

“이거 30분만 입어봐요. 더워 미쳐요”라는 정준호의 불만어린 목소리를 들을 때면 조우잔화(47)는 괜스레 미안하다. 거기에다 탈위 역의 이한갈이 말에서 내리자마자 가죽 옷에 쓸려 생채기가 난 목을 매니저에게 쓱 들이미는 것을 훔쳐볼 땐 죄인 심정이다. 중국 광저우(廣州)에까지 직접 가서 가죽을 직접 챙기고 보름 동안 만든 갑옷만 700여벌. 절대적으로 부족한 작업시간을 고려하면, 소매와 목 부위에 부드러운 가죽을 덧대지 못한 것은 “내 알 바 아니라”고 시치미뗄 수도 있는 일이지만, 부상자의 갑옷에 직접 피를 뿌려서 효과를 내야 직성이 풀리는 이 완벽주의자에겐 여간 눈에 거슬리는 게 아니다. 미술을 전공한 뒤 <삼국연의> 등 중국에서 인기리에 방영됐던 사극 드라마의 의상을 도맡아 오는 동안 주윤발 주연의 <화기소림>에서 처음 영화의상을 매만졌다. 이후 중국 5세대 중 대표적인 여자감독인 리샤오홍의 제작사에 소속되어 있는 그녀는 경제적인 문제로 드라마 작업을 병행하긴 하지만 티엔주앙주앙의 <작은 마을의 봄> 등 매년 2편씩 꾸준히 영화쪽 일에 참여한다고. 신라시대 의상 고증에 대해 이광훈 감독이 지나치게 꼼꼼하게 준비해온터라 좀처럼 ‘오케이’를 받아내기가 쉽지 않다고.

니옥젱(倪玉·자운비 액션 대역 스턴트)

마지막 자는 구슬옥 변에 다툴 쟁자를 붙인 글자인데 기자용입력기에 없어 만들어야 할 듯)

다른 스탭들은 완탕을 먹으려고 야단들인데, 웬 곱상한 아가씨가 홀로 나무에 다리를 올리고서 몸을 풀고 있다. 눈은 대나무숲 속에서 기합과 함께 칼싸움을 벌이는 무술팀에게 고정한 채 떼지 않고 있는 그녀는 극중 자운비의 와이어액션을 도맡을 니옥쳉(21). “아들을 갖고 싶어했고, 또 그렇게 키우고 싶어했던” 아버지 아래서 6살 때부터 각종 무예를 섭렵했다고 보기엔 가녀린 체구다. 본인은 “몸이 약해서 건강삼아 하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며 빠지지 않고 중학교 다닐 때까지 도장에 나갔다고. 그러다 아는 선배의 소개로 대만의 가전제품 광고에서 와이어를 배워 액션을 선보였고, 2년 전부터 영화쪽 무술팀에 결합했다. <소림축구>의 장백지와 막문위가 번갈아 선보이는 액션은 실제로 그녀의 몸동작. 한때 배우를 해보지 않겠냐는 제의도 들어왔지만, “액션에 빠져 있었던 때라 일언지하에 거절했는데” 요즘은 뒤늦게 욕심이 일지만 아직 경험이 부족한 터라 적극적으로 뛰어들진 못했다. <천년호>에 합류해선 말타는 것을 배운 것이 커다란 수확. 지금이야 전속력으로 질주하지만 처음엔 “말이 자신을 업고 뛰는 꼴”이었다는 그녀의 모델은 드라마와 액션을 동시에 거머쥔 양자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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