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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덕이 순해졌다?
2002-11-15

개막작 <해안선> 첫 상영 반응

이젠 세계적 감독의 반열에 오른 김기덕 감독의 여덟번째 영화 <해안선>이 월드 프리미어로 14일 공개됐다. <해안선>은 14일 오후1시 시네마테크 부산에서 국내외 기자, 평론가 등을 대상으로 시사회를 가진데 이어, 오후8시 부산시민회관과 부산극장 1, 2, 3관 등 4개 상영관에서 동시에 개막 상영을 가졌다.

<해안선>은 김기덕 감독이 일관되게 추구한 맥락 위에 서 있지만, 이전 작품들과는 일정정도 거리를 두고 있는 작품. 탈출구 없이 되풀이되는 폭력의 악순환과 보이지 않는 구원의 희망을 특유의 독창적인 영상으로 담아낸다는 점에서 <해안선>은 김기덕의 기존 영화와 별 차이가 없어 보이지만, 한반도의 대치 상황과 여기서 비롯되는 어이없는 아이러니를 직설적인 비유로 표현한다는 점에선 <수취인 불명>과 함께 김기덕의 영화 중 가장 ‘정치적’인 영화로 분류될 수 있을 것 같다. 일부 신에서 드러나는 작위적인 이야기 전개가 거슬리긴 했지만, 서정적인 요소가 강화된 대신 폭력성과 잔혹성의 정도가 눈에 띄게 줄어들었다는 점 또한 김기덕 감독의 점진적인 변화를 엿보게 한다. 이러한 점을 스타 배우인 장동건의 존재와 결부시켜 생각해 본다면 <해안선>은 대중들의 호응이란 측면에서도 비교적 좋은 결과를 빚을 것으로 예상된다.

영화 평론가와 관계자들은 <해안선>에 대해 일단 긍정적인 평가를 내리고 있다. 부산영화제의 단골 손님인 <버라이어티>의 수석기자 데릭 앨리는 <해안선>에 대해 “흥미로움 이상의 것을 줬다. 메인 캐릭터는 <나쁜 남자>의 한기와 비슷했고, 이미지나 분위기는 김기덕의 영화 3~4편을 섞어놓은 듯했다. 굉장히 잘 얽어진 영화라고 생각한다”고 첫인상을 밝혔다. 유현목 감독은 “독특한 앵글들이 돋보이고 실험정신이 느껴졌다”면서 “부모들이 이 영화를 보면 아이들을 군대 보낼 마음이 생기겠냐”며 농 섞인 말을 덧붙였다. 영화평론가 전찬일씨 또한 “김기덕 감독의 전작에 비해 순해진 것 같다. 어떤 변화의 단초가 보이는 것 같다. 그 변화에 대해 김기덕의 골수팬은 실망할지 모르지만, 그동안 김기덕 영화에 거부감이 있었던 사람들에겐 좋은 반응을 얻을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물론 <해안선>의 첫인상에 대해선 이같은 호평과 함께 비판도 상당수를 차지했다. 한국의 한 영화평론가는 “그동안의 주제를 동어반복하며 구성이 혼란스럽다”고 말하기도 했다. 하지만 대부분의 평론가와 저널리스트들은 월드 프리미어라는 점을 의식한 탓인지 말을 아끼는 듯한 인상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