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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복재/크리스토프 테르헥트/오늘의 관객
2002-11-15

“나는 부산의 축제디렉터”

부산영화제 자원봉사자 이복재

그저 ‘억!’ 소리만 나온다. 2000년 10월에 군대를 제대했다는 이복재(25)씨가 2년 간 써 내려간 자원봉사 경력은 이력서 두 페이지를 너끈히 넘겨버린다. 거기엔 광주 국제 영화제, 2002 한일 월드컵, 2002 부산 아시안 게임 등 타이탄급 축제부터 부천 국제 대학 애니메이션 영화제, 부산 합창 올림픽 등 이름도 생소한 작은 축제들까지 올망졸망 들어서 있다. 부경대학 사진정보학과 4학년 휴학 중인 그는 얼마 전 부산에서 서울 여의도 광장까지 자신의 학과를 알리는 도보 순례를 감행하기도 했다. 남이 알아주건 말건 그의 목표는 국제적인 축제 디렉터 혹은 컨설턴트 매니저가 되는 것. 힘겨운 자원봉사 활동을 이겨내는 활력소란 게 단지 티셔츠 한 벌, 운동화 한 켤레일 뿐일지라도 그는 지금 즐겁다.

“베를린? 우리는 경쟁 상대 아니지”

베를린영화제 영포럼 집행위원장 크리스토프 테르헥트

“베를린영화제 공식부문은 우리의 경쟁 상대가 아니다.”‘베를린영화제 속의 또 다른 영화제’로 각국의 인디, 다큐, 독립 영화들을 독립적으로 소개해 온 베를린영화제 영포럼 부문의 새세대 집행위원장 테르헥트는 그간 주류 베를린 영화제와‘차별’만을 강조해 온 영포럼의 입장에 작은 변화가 생겼음을 알려왔다. “베를린영화제와 영포럼은 ‘하나의 영화제’라는 기조 아래 작품들 간의 조화와 균형을 이루고 시각을 공유하는 파트너가 될 것”이라고 그는 덧붙여 설명했다. 증명이라도 하듯, 취임 후 첫 영화제를 지난 2월 함께 치룬 디터 코슬릭 베를린 집행위원장도 올 부산을 방문한다. “그렇다고 영포럼에서 실험적이고 독창적인 영화를 구경할 수 없다는 뜻은 아니”라고 테르헥트 위원장은 잠재된 의심을 불식시켰다. 어느 게스트보다 부지런한 영포럼 팀은 개막일 전인 13일, 홍콩을 거쳐 부산에 도착해 한국영화진흥위원회가 특별히 마련한 비디오 룸에서 다양한 한국영화들을 맛보고 17일 출국한다. 그의 일행은 도쿄 순례를 끝으로 입맛에 맞는 작품을 골라 들고, 내년 2월에 열릴 베를린 영화제 준비에 본격 착수할 예정이다.

[오늘의 관객]

‘표 안 내고’ 표 산 사람들

영화표 판매를 시작한 부산극장 앞. 그 귀한 개막작 <해안선>표를 구하고는 좋아라 깡충깡충 뛰는 노수정(26), 김윤정(26)씨를 만났다. 그들은 직장도 그만 두고 서울에서 달려온 열혈 영화팬이다. 밥줄마저 포기하고 온 두 사람을 걱정하자 오히려 “이 정도는 기본 아닌가요?”라고 받아친다.

그들 말대로라면 ‘어리버리’해서 개막작 표를 제때 구하지 못했다는데, 그렇다면 손가락 틈새를 빠져나올 정도로 수북하게 쥐고 있는 영화 표는 도대체 뭐람? 하지만 작년까지 바쁜 일상에 쫓겨 제대로 영화를 보지 못해 속상한 마음을 달래기 위한 것이라니 한편 그들의 욕심이 이해도 된다.

<씨네21>에게 하고 싶은 말을 묻자, “영화제 때 상영표 나눠주는 작은 이벤트라도 해 주세용∼”이라고 애교를 떤다. 역시나 표에 대한 집착은 둘째가라면 서러운 두 사람. 하지만 아직 잘 곳도 마련하지 못한 두 사람에게는 아마도 숙박권이 더 필요하지 않을까?

글 TTL기자단 김효숙 사진 조병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