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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IFF의 정체를 밝히리라
2002-11-15

TTL PIFF diary

수능을 보름 앞둔 수험생의 비밀

나는 20대를 꿈꾸는 19살. 당돌함과 무지함이 가장 큰 무기라 생각하는 10대다. 그러나 그 무서운 10대에게도 취재 첫 날은 만만치가 않았다. 뛰기, 두리번거리기, 다리 품 팔기, 뭐든지 물어보기, 밥 굶지 않기 위해 눈치보기, 사람들 말에 귀 쫑긋 세우기, 그리고 진짜 베테랑인 척 하기까지. 그러나 더 만만치 않았던 것은 내가 부산까지 오게 되면서 겪었던 우여곡절이었다.

친구가 오려 준 광고를 본 것이 수능을 보름 앞둔 때였다. 남들과는 조금 다른 ‘수시 모집’이라는 길을 택한 덕에 나는 수능을 제쳐두고 면접을 준비해야만 대학에 붙을 수 있는 상황이었다. 그러나 당락을 결정한다는 면접 준비마저 던져두고, 책에다 코를 박고 고개도 들지 않는 친구들 틈에서 영화 감상문을 쓰겠다고 앉아 있는 내 모습을 누군가 봤다면, 고3인 내가 미성년자관람불가 영화인 <오아시스>를 봤다는 것보다 훨씬 더 괘씸했을 것이다. 동영상 강의를 듣는 친구들 사이에 끼어 들키지 않으려 안간힘을 썼지만, 이어폰 없이 자판을 두드리는 나를 수상히 여긴 예리한 내 단짝 탓에 나의 비행은 온 학교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게 되었다.

친구들에게 매일 구박받고 얻어맞으며 쓴 감상문과 이력서를 결국 수능을 일주일 앞두고 보냈다. 그리곤 내가 지원을 했다는 사실조차 잊으려 애썼다. 시험장에서 PIFF 생각이 나면 내가 치명타를 입게 될 것을 잘 알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게 웬걸, 시험 전 날 저녁에 한겨레신문사에서 전화가 왔다. 멋있는 목소리의 기자 아저씨는 정말 올 수 있겠느냐, 내일 시험을 봐야하지 않느냐 등을 걱정하셨지만 내 귀엔 갈매기 울음소리가 들리고, 머리엔 이미 부산에서 날아다니고 있을 내 모습이 떠올랐다.

시험이 끝날 때까지 괴로운 20시간을 보내고 만세를 부르는 내게 아빠는 청천벽력 같은 불호령을 내리셨다. 기말고사까지 보고 기자단에 합류하라는 말씀에 난 무너져 내렸다. 하지만 그 말씀을 곧이 들을 내가 아니지. 위에 썼던 대로 난 무서운 10대니까. 일단 면접을 마치고 즐거운 시간을 보낸 뒤 태어나서 처음, 부산 땅을 밟았다. 멋있는 목소리의 기자 아저씨의 정체가 배불뚝이 아저씨라는 것은 밝혔지만, 내겐 아직 더 막대한 임무가 남았다. 이렇게 내가 힘들게 잡은 PIFF란 놈의 정체가 도대체 무엇인지 내 눈에 비춰보고 내 손으로 알리리라.

글/ 티티엘 유진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