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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영화 봤능교?
2002-11-15

<해안선> (The Coast Guard)

내 주변에는 김기덕 감독을 싫어하는 여성들이 많다. 김 감독의 영화에서 여성을 학대하는 이미지가 유독 많이 등장한다는 이유에서다. 그러나 여자이며 영화학도인 나는 김기덕 감독을 싫어하지 않는다. 바로 그의 이야기가 ‘진짜’라는 믿음 때문이다. 경험하지 않은 이야기들에 대해 쉽게 말하려 하는 사람들이 보여주는 ‘가짜’와는 비교되는 그 만의 강렬한 언어가 나를 그의 영화에 집중하게 만든다. 그런 김기덕 감독이 부산국제영화제 개막작 <해안선>을 내놨다. 해안 군사경계지역 안에서 술이 취한 채 위험한 정사를 벌이던 영길과 미영은 강 상병의 야시경에 잡힌다. 그들을 간첩으로 오인한 강 상병은 영길에게 방아쇠를 당긴a다. 민간인을 쏘아 죽인 강 상병과 애인을 잃은 미영은 점점 미쳐간다.

김기덕 감독의 영화에는 언제나 폭력 앞에 주저앉는 극단적 캐릭터들이 등장한다. 시인 이상의 시 <오감도> 시제 3호 ‘싸움하는사람은즉싸움하지아니하던사람이고또싸움하는사람은 싸움하지아니하는사람이었기도하니깐…’에서 의미하듯 극단적 폭력에는 가해자와 피해자의 경계가 모호하다. 난 이 영화의 메타포인 ‘해안선’이 핑계일 뿐이라 생각한다. 한반도가 안고 있는 전쟁의 긴장감이란 대외적 명분 아래 이번 영화 역시 그의 전작들과 다름없이 해결되지 않는 감독 내면의 고통을 드러내는 작업의 연속에 불과하다는 인상을 받았기 때문이다. 오히려 <해안선>에서 내가 인상 깊었던 점은, 해병대 시절 겪은 자신의 ‘진짜’이야기를 거침없이 내뱉는 김기덕 감독의 넘치는 에너지였다.

글/ 티티엘 김미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