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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시절> <과거가 없는 남자> <남인사십><br><곰의 키스> <작은 마을의 봄> <지옥같은 우리집>
2002-11-16

<아름다운 시절> The Best of Times

아시아영화의 창/대만- 일본/ 2002년/ 109분

감독 장초치/ 오후2시 대영1관

 

서글픈 한숨이 희미하게 배어든 아침의 공기는 <아름다운 시절>을 내내 떠나지 않는다. 마땅히 아름다운 시절을 누리고 있어야 할 십대 아이들이 결코 아름답지 못한 시간을 겪고 있기 때문이다. 가족드라마같은 내레이션에서 시작해 차츰 필름 누아르의 그늘을 더하는 <아름다운 시절>은 이처럼 힘들여 잡지 않으면 손가락 사이로 빠져나가고 말, 근거없는 희망 아래 숨어든 우울한 한때를 잡아내는 영화다.

첫 장면을 꼭 기억해두고 싶은 영화가 있다. 막 어둠이 걷히기 시작할 무렵, 낮고 맑게 깔리는 음악 속에 하루를 시작하는 소음이 섞여들고, 카메라가 부엌과 식당과 방을 침착하게 오가는 <아름다운 시절>이 바로 그런 영화다. 어느 집에나 비슷하게 찾아올 것 같은 아침. 그러나 서글픈 한숨이 희미하게 배어든 그 아침의 공기는 <아름다운 시절>을 내내 떠나지 않는다. 마땅히 아름다운 시절을 누리고 있어야 할 십대 아이들이 결코 아름답지 못한 시간을 겪고 있기 때문이다. 가족드라마같은 내레이션에서 시작해 차츰 필름 누아르의 그늘을 더하는 <아름다운 시절>은 이처럼 힘들여 잡지 않으면 손가락 사이로 빠져나가고 말, 근거없는 희망 아래 숨어든 우울한 한때를 잡아내는 영화다.

웨이와 지에는 단짝 친구처럼 지내는 사촌형제다. 불치병으로 죽은 어머니와 똑같은 병을 앓고 있는 누이, 무력한 아버지를 둔 웨이는 밤마다 술집 앞에서 손님을 유인하거나 대리주차를 하면서도 스스로 행복하다고 되뇌인다. 그는 그늘진 집안에 숨쉬고 있는 죽음을 애써 피해다닌다. 지에는 자신이 물건을 바꾸는 마술을 할 줄 안다고 믿는 불같은 성격의 소년이다. 폭력조직의 수금원이 된 두 소년은 첫번째 임무를 무사히 완수하고 권총 한 자루를 상으로 받지만, 두번째 임무 도중 지에가 그 권총으로 또다른 조직의 보스를 살해하고 만다. 웨이와 지에는 믿었던 사람들로부터 버림받고 한적한 바닷가로 탈출한다. 한가로운 도피 생활은 잠깐. 아직 비열하게 사는 법을 배우지 못한 두 소년은 순진한 믿음 때문에 죽음을 향해 걸어들어가게 된다. 웨이와 지에가 어른들 눈을 피해 은밀한 즐거움을 공유했던 골목길과 강가의 댐은 그들이 모르는 사이 살아남기 위해 헤쳐나가야 하는 미로로 변해버린 것이다.

두 소년 중 비교적 사려깊은 웨이는 영화의 내레이터 역할을 하는 아이다. 아픈 누나와 보내는 저녁의 노을이나 환상처럼 햇빛을 반사하는 물방울과 함께 흐르는 열 아홉 소년의 이야기에는 이상하게도 꿈이 없다. 열 아홉에 벌써 주저앉은 소년. 그가 앞으로 살아야 하는 수십년은 아무런 기대가 없기 때문에, 노인으로 보내는 십년만큼이나 지겨울 것이다. 그때 권총 한자루가 끼어든다. 그것은 조직의 표식이며, 그 안에서 오를 수 있는 첫계단의 표식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것은 부패한 자들의 손에서 나온 것이기도 하다. 99년작 <어둠 속의 빛>에서도 필름누아르와 가족드라마의 틀 속에서 대만 청춘의 현실을 직시했던 장 초치는 또한번 서글프게 한숨을 쉰다. 이 권총이 그들 꿈의 끝인 걸까. 아픈 누나마저 떠나버린 뒤에 아직도 그들을 붙잡을 무언가가 남아있는 걸까. 그러나 <어둠 속의 빛>에서와 마찬가지로 장 초치의 젊음은 아무런 합리적인 이유없이 되살아난다. 아직 완전히 어두워진 것은 아니라면서. 시간의 흐름마저 바꾸면서 그들 앞에 남아있는 시간 속으로 뛰어드는 두 소년의 모습은, 첫장면과 마찬가지로 꼭 기억해두고 싶을 것이다. 헤엄치며 환호하는 웨이와 지에는 말로만 되풀이했던 마법을 정말 자신들의 것으로 만들어버린다.

김현정 기자

 

<과거가 없는 남자> The Man without a Past

월드 시네마/핀란드/2002년/97분/

감독 아키 카우리스마키/ 오후5시 부산1관

 

분명한 것은 <과거가 없는 남자>가 가난하고 소외된 자들에게 바치는 행복의 판타지이자, 무뚝뚝하지만 진심 어린 응원가라는 점이다. 직업도 돈도 기억도 없는 남자의 생존을 향한 몸부림은 번번이 사회의 벽에 부딪히지만, 결국 사랑이 그를 구원한다는 이야기가, 시종 쓸쓸하고도 우스꽝스럽게 이어진다.

아키 카우리스마키가 따뜻해졌다. <성냥 공장 소녀> <레닌그라드 카우보이 뉴욕에 가다> <유하> 등 북구의 기이한 희비극으로 잘 알려진 카우리스마키는 그런 평판에 대해 예의 그 뚱한 얼굴로 “현실이 너무 비극적이기 때문에 영화는 해피엔딩이길 바랬다”고 말한다. 그건 사실인 것 같다. 불경기의 한파 속에서 직장을 잃고 자꾸만 더 낮은 계급으로 추락하는 이들에겐 위무가 필요하다. 카우리스마키는 헬싱키 실직 노동자들의 가슴에 낀 서릿발을 녹여낼 따뜻하고 아름다운 영화를 구상하기로 했고, 그래서 나온 작품이 <과거가 없는 남자>다. 일자리를 구하기 위해 헬싱키에 온 남자는 밤길에 불량배를 만나 돈을 빼앗기고 죽도록 얻어 맞는다. 아니 그는 죽는다. 심장 박동이 멈춰 사망 진단이 내려지는데, 죽은 줄만 알았던 그 남자가 병상에서 벌떡 일어난다. 문제는 자신이 누구인지, 어디에서 왔고 어디로 갈 것이었는지 전혀 기억하지 못한다는 것. 남자는 자신을 구해준 홈리스 무리에 섞여 살게 되고, 매일 그들에게 찬송가를 불러주고 음식을 나눠주는 구세군 여성에게 사랑의 감정을 느낀다. 우연히 신원을 파악하게 된 남자는 자신에게 아내와 집이 있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그에겐 엄연히 ‘과거’가 있었던 것이다. 그는 어떤 선택을 하게 될 것인가.

보이지 않던 인간이 보인다는 의미에서 <투명인간>의 리메이크라거나, 이 모든 이야기가 주인공이 죽은 뒤에 꾼 꿈이라는 해석들도 있지만, 분명한 것은 <과거가 없는 남자>가 가난하고 소외된 자들에게 바치는 행복의 판타지이자, 무뚝뚝하지만 진심 어린 응원가라는 점이다. 직업도 돈도 기억도 없는 남자의 생존을 향한 몸부림은 번번이 사회의 벽에 부딪히지만, 결국 사랑이 그를 구원한다는 이야기가, 시종 쓸쓸하고도 우스꽝스럽게 이어진다. 말이나 행동으로 표현하기 전에는 절대 그 속마음을 헤아리기 힘든 ‘포커 페이스’의 인물들, 여기에 최소한의 동선과 최소한의 장식, 천연덕스러운 유머와 풍자가 조응하고 있는 <과거가 없는 남자>는 영락없는 카우리스마키표 영화다. 감독의 페르소나인 남녀 배우의 무뚝뚝하기 이를데 없는 연기에 킬킬대고, ‘레닌그라드 카우보이’를 연상시키는 구세군 밴드의 쿵짝거리는 연주에 어깨를 들썩대고, 세상 어디에도 안착하지 못하는 무정부주의자의 뒷모습에 탄식하다 보면, 카우리스마키가 이 시대의 위대한 작가이자 위대한 엔터테이너라는 사실에 절로 수긍하게 될 것이다. <과거가 없는 남자>는 올해 칸 영화제에서 평단과 관객의 가장 열렬하고 고른 지지를 받았던 작품으로, 심사위원 대상과 여우주연상을 수상했다.

박은영 기자

 

<남인사십> July Rhapsody

아시아영화의 창/홍콩/ 2001년/ 103분

감독 허안화/ 오후2시 메가박스9

방황하는 중년남자를 그린 흔한 멜로물을 연상할 만한 영화지만 허안화는 되풀이되는 사랑 이야기에 세월의 숨결을 불어넣는다. 마흔에 이른 장학우와 매염방은 어떤 선택도 스스로를 자유롭게 하지 못하리라는 것을 안다. 그리고 그 좌절감이 배어나올 때 허안화는 멜로드라마의 원숙한 경지이다.

80년대말부터 90년대초 사이 홍콩영화의 매력에 빠진 적 있는 사람이라면 <열혈남아>의 장학우와 <인지구>의 매염방이 40대 부부로 등장하는 <남인사십>을 외면하기 어려울 것이다. 영영 늙지 않고 철없는 젊은이로 남을 것 같던 장학우가 중년에 접어든 남자로 나오는 것부터 <남인사십>이라는 제목을 곱씹게 만드는 이 영화는 <투분노해> <객도추한> 등으로 널리 알려진 80년대 홍콩 뉴웨이브의 대표적 여성감독 허안화의 신작. 1995년작 <여인사십>에서 치매에 걸린 시아버지를 모시는 중년여인의 이야기를 다룬 허안화는 <남인사십>에서 유혹에 흔들리는 중년남자의 내면을 들여다본다. 주인공 장학우는 고등학교 선생님. 아내와 두 아들이 있는 평범한 가장인 그는 자신을 좋아하는 여고생에게 애써 냉담한 척한다. 나이 마흔을 유혹에도 흔들리지 않는 나이, ‘불혹’이라 부른 것은 뼈 있는 농담일까? 간신히 유혹에 견디고 있는 남자에게 어느 날 아내 매염방은 자신의 옛 애인이 나타났다는 이야기를 전한다. 아내의 옛 애인은 장학우와 매염방이 함께 고등학교를 다닐 때 그들의 선생님이었던 인물. 매염방은 그때 유부남인 선생님의 아이를 임신했고 그녀를 짝사랑했던 장학우는 매염방의 출산을 돕기 위해 함께 산부인과를 찾아갔다 결국 결혼에 이르렀다. 이제 이혼도 하고 늙고 병들어 죽을 날만 바라보는 아내의 옛 애인, 아내는 갈 곳 없는 이 남자를 임종까지 지켜주고 싶다고 말한다. 하고 싶은 대로 하라고 답하는 장학우, 그날부터 그는 본격적으로 여고생을 만나기 시작한다. 방황하는 중년남자를 그린 흔한 멜로물을 연상할 만한 영화지만 허안화는 되풀이되는 사랑 이야기에 세월의 숨결을 불어넣는다. 마흔에 이른 장학우와 매염방은 어떤 선택도 스스로를 자유롭게 하지 못하리라는 것을 안다. 그리고 그 좌절감이 배어나올 때 허안화는 멜로드라마의 원숙한 경지이다.

남동철 기자

<곰의 키스> Bear’s Kiss

월드 시네마/ 독일-러시아/ 2001년/ 103분

감독 세르게이 보드로프/ 오후 8시 메가박스 5관

<곰의 키스>는 인종이나 연령의 차이가 아니라 동물과 인간이라는 건널수없는 강을 사이에 둔 안타까운 연인의 사랑을 담은 독특한 멜로다. 떠돌이라는 태생적 비극성을 안은 서커스단을 배경으로 하고 때때로 비극적인 정조를 띄지만 영화는 결국 그들만의 동화적인 해피엔딩으로 끝을 맺는다.

서커스단 소녀 롤라는 러시아에서 귀여운 새끼곰 마샤를 친구로 맞는다. 엄마라고 믿고 지내던 단원이 어느날 밤 편지한장만 남기고 사라지자 롤라는 오로지 마샤밖에 의지할곳이 없다. 그렇게 서커스단이 스웨덴으로 독일로 스페인으로 옮겨다니는동안 어린 롤라는 아가씨로 자라나고, 마샤 역시 롤라에게 사다리를 올려줄만큼 큰 키에 위협적인 앞발과 날카로운 발톱을 가진 큰곰으로 성장한다. 모든 생활을 마샤와 함께 하며 그에게 단순한 애완동물 이상의 감정을 느껴가던 중 마샤는 갑자기 건장한 청년의 모습으로 롤라 앞에 나타난다. 때로는 사람의 모습으로 때로는 곰의 모습으로 매혹적인 사랑을 나누는 두사람. 스페인에서 만난 한 주술사는 “그가 곧 사람이 될 것”이라는 말을 던지고 사라진다.

<곰의 키스>는 인종이나 연령의 차이가 아니라 동물과 인간이라는 건널수없는 강을 사이에 둔 안타까운 연인의 사랑을 담은 독특한 멜로다. 떠돌이라는 태생적 비극성을 안은 서커스단을 배경으로 하고 때때로 비극적인 정조를 띄지만 영화는 결국 그들만의 동화적인 해피엔딩으로 끝을 맺는다. 또한 곰의 모습을 한 마샤와 롤라가 부퉁켜안고 추는 서정적이고 따뜻한 춤을 보고 있노라면 수간 (獸姦)같은 선정적인 느낌이 끼어들 틈이 없다. 남자주인공이자 감독 세르게이 보드로프의 아들인 세르게이 보드로프 주니어는 최근 코카서스 산맥에서 발생한 눈사태로 운명을 달리해 이 작품은 그의 유작이 되었다.

백은하기자

<작은 마을의 봄> Springtime in a Small Town

아시아영화의 창/ 중국/ 2002년/ 116분

감독 티엔 주앙주앙/ 오전 11시 대영시네마 1관

중국 5세대 감독인 티엔 주앙주앙이 자국에서 상영금지조치 당한 <푸른 연>이후 10년만에 선보이는 복귀작으로 큰 화제를 불러일으켰던 <작은 마을의 봄>은 1948년 제작당시 “소자본주의 계급의 병폐적인 심리를 부각해 해방전쟁인민운동의 시대정신을 퇴색시켰다”는 비판과 함께 자국내에서는 상영불가 판정을 받았던 페이무감독의 <작은 마을의 봄>(小城之春)을 리메이크한 작품.

길고 힘들었던 겨울이 가고 전쟁의 페허더미속에 무미건조하게 살아가던 부부에게 손님이 찾아온다. 그러나 도시에서 온 친구와 부인은 어린시절 사랑의 감정을 나누었던 사이. 병약해 약을 달고 살아가는 남편에 대한 최소한의 의무만을 지키며 시체처럼 살아가던 아내에게 다시 찾아온 옛 연인은 가슴설레는 봄비와 같다. 그의 등장으로 겨울같던 집안에 오랜만에 활력이 돌지만 아슬아슬한 감정의 경계를 타고 우정과 사랑 사이에 갈등하는 친구는 끝내 친구의 아내를 받아들이지 않는다. 여동생의 생일날, 흥청망청 취한 아내와 친구는 자신들의 감정을 남편에게 들키고, 그들의 관계가 심상치 않음을 눈치챈 남편은 수면제를 먹고 자살을 기도한다.

중국 5세대 감독인 티엔 주앙주앙이 자국에서 상영금지조치 당한 <푸른 연>이후 10년만에 선보이는 복귀작으로 큰 화제를 불러일으켰던 <작은 마을의 봄>은 1948년 제작당시 “소자본주의 계급의 병폐적인 심리를 부각해 해방전쟁인민운동의 시대정신을 퇴색시켰다”는 비판과 함께 자국내에서는 상영불가 판정을 받았지만 1980년대 이탈리아에서 상영되어 세계의 관심을 끌며 재발견된 페이무감독의 <작은 마을의 봄>(小城之春)을 리메이크한 작품. <와호장룡>에서 시나리오 및 각색을 맡았던 아청, 의상디자인을 맡았던 예진티엔, <화양연화>에서 촬영을 맡았던 리핑빈 등 영화계에서 실력있는 스탭들이 작업에 참여했다. 2002년 베니스영화제 업스트림부분 산마르코상 수상. 

백은하 기자

<지옥같은 우리집> All Hell Let Loose

월드 시네마/ 스웨덴 / 2002년/ 88분

감독 수잔 타슬리미/ 오후 8시 대영1

스웨덴에서 살고 있는 아랍 이민가정으로 돋보기를 들이민 <지옥같은 우리 집>은 끝까지 어떠한 해결책도 감동적인 화합도 보여주지도 않는다. 그저 끔찍하고 지옥같지만 살아가야하는것, 뗄레야 뗄수 없는것. 그것이 가족이란 집단이 가진 불변의 속성임을 눈을 돌리지 말고 직시하라고 한다.

행복한 가족은 없다. 덜 불행한 가족은 있겠지만. <지옥같은 우리 집>이 펼쳐놓는 가족앨범은 말 그대로 ‘지옥도’에 ‘콩가루’범벅이다. 컴플렉스에 가득차 모든일을 폭력으로 해결하려는 다혈질의 가장, 재봉틀 정비사와 바람이 난 엄마, 포르노 잡지에서 담배까지, 나쁜짓만 골라하는 사춘기 막내아들, 어떻게 하면 금욕생활을 강요하는 아버지 눈을 피해 남자친구와 섹스를 할수 있을까만 고민하는 작은딸, 주책맞고 말많은 할머니. 이처럼 하나같이 ‘따로국밥’인 가족들의 갈등은 미국에서 포르노 영화배우와 스트리퍼로 일하던 큰딸 미누의 귀국으로 절정을 맞는다.

순결이데올로기에 강박적으로 집착하는 아버지는 큰딸이 미국에서 무엇을 하고 살았는지 알기를 두려워하며 낙태 후 미국으로 떠나 고되게 살아온 큰딸은 이 편견 가득한 고향이 진저리 난다. 결국 작은 딸의 결혼식은 미누의 갑작스런 스트립쇼 한판으로 아수라장으로 변한다. 그러나 그런 소동 후에도 가족은 아무일 없었다는 듯 다시 한자리에 모인다.

스웨덴에서 살고 있는 아랍 이민가정으로 돋보기를 들이민 <지옥같은 우리 집>은 끝까지 어떠한 해결책도 감동적인 화합도 보여주지도 않는다. 그저 끔찍하고 지옥같지만 살아가야하는것, 뗄레야 뗄수 없는것. 그것이 가족이란 집단이 가진 불변의 속성임을 눈을 돌리지 말고 직시하라고 한다. 이란의 테헤란 대학에서 연기와 연출을 공부하고 스웨덴에서 영화작업을 시작한 배우출신 감독 수잔 타슬리미의 데뷔작.

백은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