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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랭 파텔 집행위원장/존 준커만 감독/오늘의 관객
2002-11-16

유럽 속 아시아 영화제로!

“유럽 속의 아시아 영화제, 도빌로 오세요” 빠른 걸음으로 한 시간 안에 도시 전체를 밟을 수 있다는 프랑스 노르망디 지방의 작은 도시 도빌. 매년 3월 초 도빌 극동아시아 영화제와 7월의 도빌 미국 영화제가 열리는 곳이다. 그 중 도빌 아시아 영화제는 덩치는 작아도 유럽 사회에 아시아 영화를 알리는 주요 창구다. 개막 당일부터 남포동에 모습을 드러낸 알랭 파텔 집행위원장은 한국 영화를 파리 시민과 유럽 사회에 널리 알린 공을 인정받아 한국 영화진흥위원회(KOFIC)와 한국 상공회의소로부터 공로상을 받게 됐다. 99년 1회 도빌 아시아 영화제 개막작으로 <인정사정 볼 것 없다>를 초청한 것을 시작으로 이미 신상옥 등 두번의 한국회고전을 치른 그는 올해 <파이란>에게 최우수 작품상, 베스트 관객상, 남우주연상, 감독상을 안긴 바 있다.

“9.11사건의 진실 알리고 싶다”

일본에 교환학생으로 간 뒤 30여년동안 일본에 거주하며 저널리스트로, 다큐멘터리 작가로 활동해온 독특한 경력의 소유자 존 준커만 감독은 와이드앵글 부문에 출품된 다큐 <파워 앤 테러>를 통해 9.11사건의 또 다른 면을 보여주려 했다고 말한다. 지난해와 올해 초 ‘미국의 지성’ 노엄 촘스키 교수가 미국을 순회하며 9.11 사건에 관해 강연한 내용을 담은 이 작품은, 이 테러사건이 비극이긴 하지만 이미 미국은 전세계 곳곳에서 테러를 지원해왔고, 더 많은 희생자를 낳아왔다고 논리적으로 ‘설득’한다. 그는 미국에서 다음주 본격적으로 개봉할 이 영화가 “다른 관점으로 9.11사건을 바라보려는 미국인들의 갈증을 달래줄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다.

오늘의 관객

“시간표 빡세죠? ”

“‘앗 어딜 나가지?’영화 <금요일 밤> 상영 후 관객과의 대화가 한참 중이던 시간, 고개를 앞으로 쑥 빼고 유난히 진지하게 듣던 앳된 학생 하나가 황급히 극장을 뛰어나가고 있었다. ‘사악한’ 우리는 아까운 그의 시간을 빼앗아 궁금증을 풀어내고야 만다. “아, 진짜 아까워요. 계속 듣고 싶었는데…. 지금 시민회관에서 하는 <그녀에게> 보러가야 돼서요.”

야무져 보이는 외모에 걸맞게 가방 하나 짊어지고 혈혈단신 충남 보령에서 내려왔다는 오늘의 주인공은 조영주(21)씨. 무려 28장의 영화표를 예매하고 부산으로 날아왔다. 이 정도면 하루에 거의 4편을 쉬지 않고 봐야될 형편이다. 우와∼ 한국전통문화학교 문화재관리학과에서 공부한다는 그는 전공과 영화가 무슨 관계가 있냐고 묻자 “영화 동아리 회장”이라고 답한다. 친구들이 영화가 그렇게 좋으냐고 물을 때면 “나에게 영화는 곧 삶이다”라고 대답해 주곤 한단다. 두 달 동안 집의 비디오 플레이어가 고장나 얼마나 영화에 굶주렸는지 모른다고.

“취향에 맞는 영화 보는 것도 좋지만, 가끔은 자기 취향과 정 반대의 것을 골라보세요. 새로운 세계를 경험할 거라니까요.”시간이 다 되어 가던 길을 재촉하면서도 영화제를 찾는 친구들을 위한 조언을 잊지 않는다. 우리는 그녀의 등뒤에다 대고 외친다. 당신을 영화마니아로 임명합니다∼.

티티엘 송주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