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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보다 더 즐거운 PIFF 거리를 아시나요?
2002-11-16

영화보다 더 즐거운 PIFF 거리를 아시나요?

빵빵한 선물공세부터 진지한 목소리까지11월15일 아침 설레이는 마음을 안고 남포동으로 발을 옮겼다. 동행한 사진기자는 비교적 이른 시간이라 사람들이 그리 많지 않을 것이라는 ‘예언’을 했다. 그런데 막상 광장에 도착하고보니 입구에서부터 사람들로 북적거려 발디딜 틈이 없었다.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것은 현란한 조명과 재미있는 복장을 입은 11월15일 아침 도우미들, 그리고 다양한 선물세례로 무장한 대기업의 부스였다. 부스 주위에는 많은 사람들이 몰려들어 인산인해를 이뤘다. 남녀노소 누구나 공짜를 좋아한다는 사실을 확인하는 순간이었다. 그런데 이런 대자본의 물량공세에도 불구하고 당당히 이에 맞서 열심히 뛰어 다니는 사람들이 있었으니, 청소년영화제 상영작을 소개하는 부스의 사람들이었다. 다소 한산한 모습에도 불구하고 열심히 뛰어 다니는 학생들의 열의가 참 인상적이었다. 또 한켠에선 한국독립영화 홍보 부스가 마련되어 일반인들이 쉽게 접하기 어려운 독립영화의 홍보에 열을 올리고 있었다. 뿐만 아니라 이 광장엔 영화에 대한 좀더 진지한 문제제기를 하는 모습도 볼 수 있었다. 바로 26개의 문화예술단체로 구성된 ‘세계문화기구를 위한 연대회의’소속회원들이었다. 그들은 빨간 망토로 ‘무장’한 채 마스크를 쓰고 WTO의 문화협정을 반대하는 침묵시위로 눈길을 끌었다.‘표현의 자유와 영상물등급위원회의 개혁을 위한 포럼’회원들은 이번 영화제에서 회고전을 열게 된 김수용 감독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를 내기도 했다. 그들은 노란 유인물을 관객들에게 나눠주며 “김 감독이 바로 <죽어도 좋아>를 포르노로 규정하며 ‘제한상영가’ 등급 판정을 받게 한 장본인”이라고 주장했다.

티티엘 기자단에 합류한 이후 세 번째로 가본 PIFF 광장. 영화제의 본격적인 막이 오른 이 날, 나는 PIFF광장의 새로운 모습을 발견할 수 있었다. 영화에 대한 다양한 시각들이 공존하고 있는 거리, 문화자본의 움직임과 문화자본을 막아보려는 사람들의 안간힘이 부딪히는 공간이 바로 거기에 있었다. PIFF광장은 비단 영화를 ‘관람’하는 거리만은 아니다. 그곳에서 다양한 방식으로 영화를 사랑하는 사람들을 만나보는 것 역시 이번 영화제의 즐거움 중 한가지가 아닐까. 영화표를 미처 구하지 못해 실망하신 분들이 있다면 영화보다 더 즐거운 PIFF 거리를 추천하는 바이다. 난 빨리 이 기사 마감하고 또 PIFF 거리로 놀러가야지.

글/ 티티엘 윤강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