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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영화 봤능교? <2001년 9월11일>
2002-11-16

11´09˝01-September 11

지금까지 내가 접했던 9·11 테러사건에 대한 정보는 단지 ‘뉴스’에 불과했다. 그러나 그 사건은 인간의 삶 속에 스며든, 또 마땅히 스며들어야 할 하나의 일상이었다. 그 점을 나에게 상기시켜준 영화가 바로 〈2001년 9월11일〉이다. 이 영화는 9·11사태에 대한 각기 다른 나라의 감독 11명이 9분 11초 1프레임이라는 제한 아래 만든 옴니버스 영화다. 그들은 “이 사건의 비극성을 착취하지 말라”는 슬로건 아래 9·11 테러사건을 개개인의 삶과 연관시켰다. 감독들은 9·11사태의 직접적인 피해자들이 우리와 다름없이 밥을 먹고, 사랑하며 살아가던 똑같은 사람들이라는 사실을 강조했다. 뿐만 아니라 9·11사태가 벌어지는 순간에도 다른 곳에서는 누군가가 변함없이 지루한 일상을 살아가고 있었다는 것을 잊지 않았다. 이 11편의 옴니버스 영화 가운데서도 특히 이냐리투 감독의 영화가 인상적이었다. 그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검은 배경의 화면에 9·11사태의 생생한 현장음만을 깔고, 그 사이사이 순간적으로 사람들이 건물에서 떨어져내리는 장면들을 잠깐씩 보여주었다. 나는 그 장면을 보면서 마치 내가 실제로 그 현장에 있는 듯한 아찔함을 느꼈다. 그 장면이 지나고, 비로소 정신이 들자 감독은 마지막으로 화두를 던졌다.

‘신의 빛은 우리를 인도하는가? 눈멀게 하는가?’

자막을 보는 순간, 그 물음은 내 심장에 박혀버렸고, 내 인생의 끊이지 않는 물음이 될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

글/ 티티엘 오빛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