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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 빅 팻 그릭 웨딩> My Big Fat Greek Wedding
2002-11-17

<마이 빅 팻 그릭 웨딩> My Big Fat Greek Wedding

미국, 2002, 95분

감독 조엘 즈윅 오후 2시 30분 시민회관

서른 넘은 노처녀 툴라는 아버지가 바라는 그리스계 여인의 삶을 벗어나고자 결심한다. 그리스 남자와 결혼해 힘닿는 데까지 그리스 아이들을 낳고 평생 그리스 음식을 만드는 것이 지금까지 그녀가 알고있던 숙명. 어머니의 지지를 등에 업은 툴라는 컴퓨터를 배워 여행사에 취직하면서 세상을 향한 첫발을 딛는다. 때마침 훤칠하고 매력적인 남자 이안이 나타나 청혼하지만, 그는 그리스계 남자가 아니다. 툴라는 탄식하는 아버지를 설득하고, 그리스계 문화에 적응못해 당황해하는 이안과 그 부모도 다독여야한다. 그러나 주변 사람들과의 충돌보다 더 중요한 것은 그녀 자신이다. 그리스계 처녀 툴라는 올바른 길을 가고 있는 것일까?

<마이 빅 팻 그릭 웨딩>은 5백만 달러에 불과한 제작비로 미국 내에서만 1억 8천만 달러가 넘는 수입을 올린 성공작이다. 스타나 마케팅의 후광없이 개봉한 이 영화는 반년 넘게 장기상영되면서 박스오피스 2위에까지 오르는 파워를 보였다. 처음 이 영화의 힘을 알아본 사람을 프로듀서 리타 윌슨. 그 자신도 그리스 혈통을 타고난 윌슨은 영화의 주연이기도 한 니아 바르달로스가 직접 극본을 쓴 연극을 봤고, 편견에 젖지 않으면서도 유머러스하게 문화충돌을 그린 이 연극에 매혹됐다. 프로듀서를 자청한 윌슨과 그 남편 톰 행크스 덕분에 올해 미국영화계는 예상하지 못한 이변을 만난 것이다. 이런 배경을 알지 못하더라도 <마이 빅 팻…>은 영화 자체로 눈여겨볼만한 작품이다. 툴라와 이안의 부모가 처음 인사하는 날, 부모를 만난다는 것은 곧 가족 전부를 만난다고 생각한 툴라의 부모는 집안 잔치 수준의 음식과 손님을 준비한다. 툴라의 아버지가 자랑스럽게 소개하는 남자친척의 이름은 모두 닉. 닉, 닉, 닉, 닉…. 아연실색한 이안의 부모는 툴라의 아버지에게 차가운 사람들이라는 인상과 함께 실망을 심어주지만, 모든 번민을 거쳐 도달한 결혼식장에서 이 갈등은 너그럽게 해소된다. 그리스인들은 대책없는 건달이 아니고, 앵글로 색슨계 미국인들도 정없는 깍쟁이가 아닌 것이다. 그리고 이 떠들썩한 코미디 한가운데에는 소수민족의 폐쇄성을 벗어나려는 한 여자 툴라의 인생찾기가 자리한다. 흐뭇한 영화 <마이 빅 팻…>은 흥행에 성공했을 뿐 아니라 미국내 소수민족의 문화에 대한 우호적인 관심을 불러일으키기도 했다. 부드럽게 툴라에게 다가온 연인 이안은 <섹스 앤 시티>에서 캐리의 속좋은 남자친구 에이든으로 등장한 존 코벳이 연기했다.

김현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