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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명의 여인들> 배우 비르지니 르도엥
2002-11-17

프랑스 새별, 도도하게 빛나는

비르지니 르도엥은 깜찍하게 노래부르는 과는 많이 다른 인상이었다. 타고난 색깔로 돌아온 갈색의 긴 머리카락과 새침하게 외면하는 옆얼굴, 필요한 대답만 끊어내는 낮은 목소리는 그녀가 프랑스 영화계의 떠오르는 스타라는 사실을 확인하게 했다. 분홍색 체크무늬 스커트를 입고 조그만 칼라를 단 검은 머리 소녀를 기대했다면 멈칫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스물 여섯에 벌써 자신의 나이와 비슷한 필모그래피를 쌓아온 르도엥은 한 아이의 엄마고 영화를 두려워하지 않는 자신만만한 여배우다. 카트린 드뇌브, 이자벨 위페르, 파니 아르당 등 까마득한 선배들과도 대등하게 의견을 주고받았다는 그녀는 “배우들 사이에 서로 가르치고 배운다는 말은 통하지 않는다“고 어른스럽게 말했다.

르도엥은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와 출연한 <비치>로 해외에 얼굴을 알렸다. <싱글 걸>이 좋은 평가를 받은 뒤 할리우드로부터 러브콜을 받은 것. 그러나 “돈이 많고 스탭도 많지만 서로 잘 알지도 못하는” 할리우드 영화보다 “영화를 만들고 싶은 마음만으로 사람들이 모인” 소규모 영화가 더 마음에 들어 할리우드 여행을 끝냈다. 마르첼로 마스트로얀니와 영화 속 첫키스를 나누고 세자르 영화제에서 가장 전도유망한 여배우로 선정된 자부심이었을까. 결코 짧지 않은 경력도 그 자부심에 한몫을 했을 것이다. “난 모델이 아니다. 카메라 기자들이 포즈를 취해달라는 요구가 부담스럽다”고 말하지만, 그녀는 두 살때 이미 사진 모델로 엔터테인먼트 세계에 입문했다. 페르난데즈라는 이국적인 성(姓)대신 연극배우였던 할머니의 성을 쓰면서 첫번째 영화를 찍은 나이가 열 한살. 스스로 무엇을 하고 있는지도 모르는 채 자연스럽게 흘러간 삶은 올리비에 아사야스의 <차가운 물>에 출연하면서 달라졌다. “아사야스와 작업하면서 내가 배우라는 사실을 자각하게 됐다. 좋은 영화였고, 많이 공부해야 하는 영화였다. 내가 이 일을 하고 있다는 것이 너무 기뻤다.”

르도엥은 배우 말고 다른 직업은 생각해본 적이 없다. 보름 전 이자벨 아자니와 제라르 드 파르디외가 출연하는 신작 <즐거운 여행>의 촬영을 마친 그녀는 어떤 영화든지 받아들일 준비가 돼있다. “영화는 좋아하거나 싫어하는 것이지 그 중간은 없다. 의 감독 오종을 좋아하는 것도 그 때문”이라고 말하는 르도엥은 오만하게 자국을 점령하고 있는 프랑스 영화의 고집을 대표하는 배우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