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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가 없는 남자> 프로듀서, 배우 관객과의 대화
2002-11-17

“우리 친구 카우리스마키 영화, 어땠나요?”

아키 카우리스마키의 친구들이 한국을 찾았다. <과거가 없는 남자>의 프로듀서 일카 멀트쏠라와 주연 마르쿠 펠톨라는 16일 부산극장에서 열린 GV에 참석해 핀란드어와 영어를 섞어가며 성실한 대화를 나눴다. <과거가…>는 <레닌그라드 카우보이 미국에 가다> <성냥공장 소녀> 등으로 한국에도 잘 알려진 카우리스마키 감독의 2002년 작품. 강도에게 머리를 얻어맞은 뒤 기억을 잃어버린 한 남자가 새로운 삶을 시작하는 이야기다. 감정을 아끼면서도 정색한 유머를 구사하는 <과거가…>는 상영시간 97분 동안 웃음을 끌어내더니, 순서를 다투는 질문으로 이어졌다. 멀트쏠라는 영어가 서툰 펠톨라를 대신해 두 사람을 직접 소개했다. 멀트쏠라는 7년동안 카우리스마키와 작업했고, 펠톨라는 카우리스마키와 <유하> <흘러가는 구름>을 함께 촬영한 배우. 펠톨라는 “영화 속의 남자와 똑같아 보인다”는 애정섞인 농담에 영화와 달리 환한 웃음으로 응답했고, 속삭이듯 대답하다가도 관객의 성화 때문에 마이크를 통해 핀란드어를 들려주기도 했다.

관객이 가장 많은 관심을 보인 부분은 한번도 웃지 않으면서 끊임없이 담배를 피워대는 주인공 남자의 캐릭터였다. 멀트쏠라와 펠톨라는 잠시 의논을 한 뒤 “카우리스마키는 인생이란 진지하고 심각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다. 기억잃은 남자는 웃음을 절제하지만, 그건 무례한 것이 아니다. 오히려 더 인간적이고 남을 배려하는 마음 때문이다”라고 ‘해명’했다. 그리고 “지금 담배가 있으면 피우고 싶을 만큼 우리 둘다 헤비 스모커다(웃음). 카우리스마키는 미국 B급 영화의 관습을 보여주기 위해 그런 설정을 한 것 같다”고 덧붙였다. 멀트쏠라는 카우리스마키의 낯선 화법이 자국에선 어떤 반응을 얻느냐는 질문을 받자 프로듀서의 자세로 돌아가 다정한 말투로 당부했다.

“핀란드는 인구가 5백만에 불과하기 때문에 관객 수가 매우 적다. 카우리스마키는 항상 해외영화제와 관객을 의식하면서 영화를 만들어야 한다. 유럽에선 카우리스마키의 영화를 예술영화로 평가하면서 많이 찾고 있다. 한국관객도 그의 영화를 사랑해주었으면 좋겠다.”

김현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