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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료마의 처, 그녀의 두 번째 남편과 정부> 감독 이치가와 준 관객과의 대화
2002-11-17

“다음 작품은 하루키 원작”

<료마의 처, 그녀의 두 번째 남편과 정부>는 메이지 시대를 배경으로 한 역사극이면서 역사극의 진부함과 기존의 틀을 넘어선 독특함이 뛰어난 작품이다. 료마는 메이지유신 직전까지 개화를 추진했던 인물이자 일본의 국민적인 영웅. 이 영화는 료마가 죽은 후 그가 사랑했던 여자, 료마가 존경한 남자, 료마가 사랑한 여자를 사랑한 남자, 료마가 사랑했던 여자가 사랑하는 남자의 얽히고 설킨 사랑 이야기를 담고 있다. 기발하고 코믹한 에피소드가 시시때때로 관객들의 웃음을 유발했다.

그러나 무대에 오른 이치가와 준 감독은 영화와는 사뭇 다르게 희끗희끗한 백발의 중후한 외모였다. 게다가 그 논리적이고 진지한 답변이라니. 부산국제영화제에는 지난 5회 때 <오사카 스토리>가 먼저 도착했지만, 올해에야 비로소 부산을 찾았다.

“무엇보다 웃어줘서 고맙다”는 말로 이치가와 감독이 운을 떼자, 역시나 한국인에게는 다소 낯선 ‘료마’에 대한 질문이 쏟아졌다. “국민적인 영웅에 대한 얘기를 영화화한다는 것이 부담스럽지 않았냐”고 누군가 묻자 감독은 “료마가 죽고 난 이후, 남은 사람들에게 초점을 맞춰 그다지 부담은 없었다”라고 답했다. 영화의 대부분이 일본의 문화를 반영하는 반면 음악은 서양적인 분위기라는 지적에는 “배경인 메이지 시대가 일본에 서양 문물이 들어온 때라는 것을 고려해 이런 류의 음악을 사용했다”며 “사실은 비틀즈의 음악을 쓰고 싶었지만 저작료가 비싸 무료인 곡을 쓸 수밖에 없었다”고 솔직히 말해 관객들을 웃기기도 했다.

이치가와 감독의 차기작들도 궁금했겠지. “24시간 패밀리 레스토랑을 소재로 한 영화와 무라카미 하루키의 작품을 영화화 할 계획”이란다. 대화 시간이 끝난 뒤, 감독은 미처 질문하지 못한 관객들의 사인 공세에 즐거운 비명을 지르기도 했다.

글/ 티티엘 김효숙 사진/ 백하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