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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큐멘터리에 던져주기를 바라는 도전적 문제제기
2002-11-17

다큐멘터리에 던져주기를 바라는 도전적 문제제기

-당신은 기꺼이 괴로워할 준비가 되었습니까?

 

김지석/ 부산국제영화제 아시아영화 프로그래머

 

이 작품은 다큐멘터리의 형식이 얼마나 다양해질 수 있으며, 확실한 문제의식만 있으면 다큐멘터리가 누구에게나 열려 있음을 증명해 보이는 가장 좋은 예이기도 하다. 아니, 어쩌면 관객의 ‘영화관’ 더 나아가 ‘세계관’을 바꾸는 계기를 제공해줄지도 모를 일이다. 베타캠 카메라 한대가 누군가의 ‘세계관’을 바꿀 수도 있다면, 그건 정말 놀라운 일이 아니겠는가?

 

 일반인들이 다큐멘터리에 대해 보편적으로 가지는 인상은 재미가 없다거나 혹은 주제가 너무 무겁다거나 하는 것 등일 것이다. 전혀 틀린 말은 아니지만, 반드시 그런 것은 아니다. 또한, 다큐멘터리의 스타일에 대해서도 대개는 고정된 인식을 가지고 있다. TV다큐멘터리의 형식에 익숙한 일반 관객의 경우 더더욱 그러하다. 하지만, 다큐멘터리의 세계는 일반 관객이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더 광범위하고, 형식도 다양하다. 또한, ‘재미’나 ‘감동’이라는 측면에서도 극영화에 못지않은 다큐멘터리들이 부지기수이다. 다만, 우리가 모르고 지나갈 뿐이다.

 올해, 부산국제영화제는 다큐멘터리에 대해 이러한 평이한 인식을 가지고 있는 관객에게 다소 도전적인 질문을 던지고자 한다(“다큐멘터리야말로 영화를 썩지 않게 하는 소금과도 같은 존재이다” 혹은 “다큐멘터리는 영화의 심장이다”라는 다소 계몽적인 표현도 잠깐 접어두자. 주로 다큐멘터리 메이커들이 선호하는 말이기는 하지만). 즉, “이번 영화제에 초청된 다큐멘터리를 보고 나서도 그러한 편견을 바꾸지 않을 자신이 있겠는가?”라는 질문이다. 관객 여러분은 거대한 쓰레기더미가 무너져 내려 1천여명의 사상자를 낸 필리핀 케손시티의 ‘파타야스’의 비극을 보고도 담담할 수 있겠는가(시노미야 히로시의 <신의 아이들>)? 혹은 생계를 위해 동생을 들쳐업고 매춘굴을 찾아오는 뭄바이의 어린 소녀를 보고도 무관심할 수 있겠는가(존 웹스터의 <그림자와 빛의 방>)? 10대의 어린아이들이 마약을 살 돈이 없어 빈 주사기로 팔이나 다리의 피를 뽑았다가 넣었다가를 반복하는 모습을 보고도 충격받지 않을 자신이 있는지(린리의

 여기서, 잠깐. 혹자는 이들 다큐멘터리에 대해 선정주의나 소재주의의 문제를 지적할 수도 있을 것이다. 이러한 질문에 대한 답은 관객 여러분에게 맡기겠다. 다만, 이들 작품을 통해 감독들이 진정으로 바라는 것이 무엇인지를 어렴풋이나마 느낄 수만 있다면 혹자의 말처럼 이들 작품을 ‘도덕적 다큐멘터리’, ‘계몽적 다큐멘터리’라 부른들 무슨 대수이겠는가? 아니, 오히려 그러한 도전적 문제제기를 관객 여러분이 해주기를 바란다. 그렇다. 관객 여러분도 짐작하겠지만, 그러한 문제제기야말로 이러한 다큐멘터리에 대한 관심을 불러일으키는 하나의 이슈가 될 것이기 때문이다.

 한국의 영화문화는 아직 갈 길이 멀다. 극영화 특히 상업 극영화 중심의 관람문화는 여태까지도 그랬고, 앞으로도 변함없을 것이다. 영화제가 필요한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으며, 필자는 이 기회를 최대한 활용하고자 한다. 그래서, 다큐멘터리가 일반 극장에서도 심심치 않게 상영되는 그러한 문화를 만들고 싶다. 속내를 너무 적나라하게 드러냈나? 하긴, 관객이 없으면 하룻만에도 간판을 내리는 우리네 거대 자본의 극장문화를 생각하면 별 가능성이 없기는 하다. 관객 여러분의 양해를 구하면서 다소 도덕적인 발언을 하자면, 앞에서 언급한 다큐멘터리와 같은 작품들이 좀더 많은 관객과 좀더 수시로 만나야 우리의 영화문화 수준과 도덕지수가 좀더 높아지지 않을까 생각해본다(그렇다고 필자가 높은 이상을 가진 도덕군자라는 뜻은 아니다). 이를테면, 존 준커만의 <파워 앤 테러>나 모흐센 마흐말바프의 <아프간 알파벳>과 같은 다큐멘터리는 9·11 테러사건에 대해 서구의 일방적인 시각이 얼마나 심각한 문제를 안고 있는가를 냉정하게 또 때로는 감성에 호소하는 형식으로 고발하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이들 다큐멘터리들이 너무나 무거운 주제를 너무나 무거운 형식으로 담아내고 있어, 보기에 불편하다고 생각하는 분들이 계실 것이다. 그런 분들께는 모함마드 아흐마디의 <포로, 기다림>을 추천하고 싶다. 이 작품은 모흐센 마흐말바프가 필자에게 적극 추천했던 작품이고, 그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던 작품이다. 이 작품은 보편적인 다큐멘터리의 형식을 떠올리는 분들께는 매우 낯선 형식의 다큐멘터리가 될 것이다. 이 작품은 마치 한편의 시네포엠과도 같은 서정성이 듬뿍 담겨 있는 다큐멘터리이다. 그런데, 내용은 전혀 그렇지 못하다. 엄청난 비극이 담겨져 있는 것이다. 이란-이라크 전쟁 때 포로가 되어 18년 동안 포로수용소에 갇혀 있었던 한 이라크 포로가 자신의 자식(포로가 되었을 때 아내는 임신 중이었고, 이후 아내가 무사히 아이를 출산하였는지 혹은 그 아이가 아들인지 딸인지도 모르는 상태이므로)에게 보내는 일종의 영상편지이다. 그리고, 18년 만에 고향으로 돌아가게 된 그의 기쁨이 절망으로 변하는 마지막 장면을, 감독인 모함마드 아흐마디는 차마 사실 그대로 담아내지 못한다. 그래서, 그는 다소 낡은 영화적 기법을 도입한다(이 마지막 장면은 관객 여러분이 직접 확인해보시기 바란다). 너무나 흔해빠진 이 영화적 기법이, 이 다큐멘터리가 이야기하고자 하는 비극을 극대화하는 데에는 엄청난 역할을 한다. 그래서, 이 작품은 사실을 충실히 담아내지 않고도 진실을 가장 효과적으로 전달하는 다큐멘터리의 모범을 보여준다. 23분 분량의 이 작품은 베타캠 카메라로 촬영되었으며, 제작비 또한 극히 미미한 수준이다. 그래서, 이 작품은 다큐멘터리의 형식이 얼마나 다양해질 수 있으며, 자신이 무엇을 이야기할 것인가 하는 확실한 문제의식만 있으면 다큐멘터리가 누구에게나 열려 있음을 증명해 보이는 가장 좋은 예이기도 하다. 아니, 어쩌면 관객의 ‘영화관’(映畵觀) 더 나아가 ‘세계관’을 바꾸는 계기를 제공해줄지도 모를 일이다. 베타캠 카메라 한대가 누군가의 ‘세계관’을 바꿀 수도 있다면, 그건 정말 놀라운 일이 아니겠는가?

Documentary, the Stone of Wisdom

‘Boring’ and ‘heavy subjects’ are two stereotyped impressions about documentaries among general audience. However, this year, PIFF would like to challenge those who hold those impressions with following question: “Are you confident that you'll keep your stale opinion even after watching this year's invited documentaries?” Are you sure you won't feel anything when you see thousands of people getting killed by a landslide of an enormous garbage mountain in ‘Payatas,’ Philippines( by Hiroshi Shinomiya)? How about watching a young girl in Mumbai entering the world of brothel, carrying her younger sibling on her back, to support themselves( by John Webster)? And, how about watching teenagers sticking empty needles into their limbs and repeatedly extract and shoot up their own blood because they have no money to buy drugs( by Lin Li)? Are you sure you won't be shocked? Maybe, to you, watching them would be too torturous.

In documentaries, such as John Junkeman's and Mohsen Makhmalbaf's , they calmly, and sometimes emotionally, accuse the seriousness of problem caused by Westerners’one-sided opinion on 9·11 terror.

However, to those audience, who might say these documentaries' subjects are too heavy and too uncomfortable for them to watch, I'd like to recommend Mohammad Ahmadi's . This film was strongly recommended to me by Mohsen Makhmalbaf, and by far, it was definitely worth the recommendation it had received. This documentary is like a piece of beautifully written lyrical cine-poem. However, the story itself is frightfully tragic. It is a visual letter written to his child by an Iraqi soldier, who was captured during a war between Iran and Iraq and was sent to Iranian concentration camp for 18 years. (His wife was still pregnant when he was captured and he didn't even know whether the child had a healthy birth, nor the sex of his child.) Ahmadi's unable to show the soldier's happiness, which turns into a complete utter despair when he finally returns to his hometown after 18 years of absence and faces the harsh reality. Instead, the director turns to an old film technique to conclude the story (I hope every reader personally watches the last scene). In this film, this old technique was applied with such perfectionism that it fully brings out the indescribable hopelessness felt by the soldier. This film does not show ‘everything.’ However, it is the best example for a documentary film to tell the honest truth in the most effective way, without showing ‘all.’ This 23 minute long Betacam documentary was created with a limited small budget.

However, I believe this could be the film which can provide an opportunity for one to change his ‘cinematic view,’ or even, his ‘view of the world.’ How amazing is it if one Betacam camera can change a person's ‘view of the worl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