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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티 피플> 24 Hour Party People
2002-11-18

<파티 피플> 24 Hour Party People

오픈 시네마, 영국, 2002년, 116분

감독 마이클 윈터바텀, 오후2시 시민회관

클럽 ‘하시엔다’에 모인 관중들은 몽환적인 음악과 엑스타시에 취해 격정적인 춤을 추며 밤을 지새웠는데, 그것이 바로 ‘레이브’라는 문화의 시작이었다. <파티 피플>은 이 문화의 형성을 그린 역사물이자, 그 시대 영웅들의 연대기이며, 그 모든 현상의 중심에 있던 토니 윌슨의 일대기이다.

<쥬드> <웰컴 투 사라예보> <클레임> 등 종잡을 수 없는 행보를 보여온 영국의 마이클 윈터바텀 감독이 만든 칸영화제 출품작. ‘매드체스터’라고도 불리는 영국의 공업도시 맨체스터의 현대 대중음악사를 가볍고 신나게 보여주는 영화다. 1976년 맨체스터의 한 공연장에선 이후 대중음악을 뒤바꿔놓는 역사가 이뤄지고 있었다. 펑크록의 원조로 악명(?)높던 섹스 피스톨스가 맨체스터를 처음 들러 공연을 가진 이날, 훗날 매드체스터의 역사가 시작됐다. 이 공연장에 있었던 이안 커티스는 조이 디비전을 만들었고, 숀 라이더는 해피 먼데이스를 결성한다. 이 자리에 함께 있었던 TV 진행자이자 음악 애호가 토니 윌슨 또한 이 격동적인 음악의 세계에 감동받아 팩토리 레코드를 만든다. 그의 첫 밴드는 이안 커티스의 조이 디비전이었고, 이들의 음악은 영국 록의 일대 혁명을 가져온다. 단순한 비트에 흥얼거릴 수 있을만한 단순한 멜로디를 담은 이들의 음악은, 당시로선 록의 범주로는 수용할 수 없는 ‘댄스음악’의 영역이었다.

이안 커티스가 자신의 방에서 목을 매달아 자살한 뒤, 이 매드체스터 음악은 다시 한번 변화하기 시작한다. 음악적으로 재주는 있지만, 방탕한 생활을 하기로 유명한 숀 라이더의 해피 먼데이스가 나타난 것이었다. 이들의 역사적인 데뷔 앨범 제목 처럼 마약에 한껏 취해 만들어진 이들의 음악은 역시 엑스타시에 취한 관객과 감상자들에 의해 폭발적으로 받아들여졌다. 토니 윌슨이 창조한 또 하나의 매드체스터의 전진기지는 클럽 ‘하시엔다’였다. 이곳에 모인 관중들은 몽환적인 음악과 엑스타시에 취해 격정적인 춤을 추며 밤을 지새웠는데, 그것이 바로 ‘레이브’라는 문화의 시작이었다.

<파티 피플>은 이 문화의 형성을 그린 역사물이자, 그 시대 영웅들의 연대기이며, 그 모든 현상의 중심에 있던 토니 윌슨의 일대기이다. 때문에 매드체스터의 다른 영웅들인 스톤 로지스나 샬라탄스가 등장하지 않더라도 노여워할 필요는 없다. 이 영화는 실제 다큐멘터리 화면과 새롭게 촬영된 부분을 교묘하게 짜깁기 하는 등, 다큐적 성격을 띠고 있지만, 절대 정연한 다큐는 아니다. 반대로 윈터바텀 감독은 이들 음악만큼이나 자유로운 방식으로 영화를 풀어간다. 토니 윌슨의 모습을 닮은 하나님이 나타나는 곳은 그 정점에 서 있는 장면. 감독은 토니 윌슨의 모습을 빌어 존재를 드러내기도 하는데, 영화 중간에 와서 “이제부터 2막이다”라고 선언하거나, 카메오들을 소개하다가 “자세한 것은 DVD로 보여주겠다”고 말하기도 한다. 토니 윌슨이 행글라이더를 타고 자꾸 추락하는 모습처럼, 이 무모하기 짝이 없는 매드체스터 신의 몰락을 묘사하는 데선 이상한 서글픔마저 느껴진다.

문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