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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인사십> 감독 허안화
2002-11-19

“예술가라 부르지 말라”

- <남인사십> 감독 허안화

“한동안 작가로서, 예술가로서 내가 발언하고 싶고, 나만이 할 수 있는 영화를 해야한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런 생각이 연출하는 데 엄청난 압박감으로 작용했고, 심각해질수록 영화는 지루해졌다. 그러면서 나만이 할 수 있는 특별한 이야기를 하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걸 깨달았다. ”

“나를 작가로 부르지 말아달라.” 신작 <남인사십>으로 부산을 찾은 허안화 감독은 정말 이런 말을 하고 싶은 것처럼 보였다. “한동안 작가로서, 예술가로서 내가 발언하고 싶고, 나만이 할 수 있는 영화를 해야한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런 생각이 연출하는 데 엄청난 압박감으로 작용했고, 심각해질수록 영화는 지루해졌다. 그러면서 나만이 할 수 있는 특별한 이야기를 하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걸 깨달았다. 지금은 좋은 시나리오라면 어떤 영화든 연출한다. 어느정도 연출에 대한 기술이 있기 때문에 그 기술로 관객이 원하는 영화를 찍을 뿐이다. “ ‘80년대 홍콩 뉴웨이브를 대표하는 작가’라는 평판이 지금의 허안화를 논하는 데는 도움이 안된다는 말이다. 아마 허안화의 이런 생각이야말로 꾸준한 작품활동의 비결일지 모른다. 여기엔 삶에 대한 그녀의 솔직하고 낙관적인 태도도 드러난다.

=<남인사십>은 95년작 <여인사십>의 후속편으로 기획된 작품인가? 어떻게 시작된 영화인지 궁금하다.

-사실 <여인사십>과 <남인사십>은 전혀 별개인 영화였다. 여러 시나리오를 검토하다 작가 아이비 호의 시나리오가 마음에 들어서 연출을 하게 됐는데 <남인사십>이라는 제목은 영화사에서 마케팅하기 적합한 제목이라고 선택한 것이다. 영어제목은 ‘July Rhapsody(7월의 광시곡)’인데 실제로 이 영화는 여름에 찍었고 여름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 여름에 찍으면서 처음엔 ‘August Rhapsody(8월의 광시곡)’로 하려고 했으나 구로자와 아키라가 같은 제목의 영화를 만들었기 때문에 ‘July Rhapsody’로 정했다.

=장학우를 캐스팅한 점이 흥미롭다. 다른 영화에서 장학우는 늘 말썽많은 남동생같은 이미지였다. 장학우를 캐스팅한 특별한 이유가 있는가?

-장학우에겐 말썽많은 남동생의 이미지도 있고, 팝가수로서 이미지도 있다. 하지만 이 영화에선 보통 사람으로 연기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다.

=<남인사십>을 보면 나루세 미키오의 영향이 느껴진다. <하나 그리고 둘>이나 <화양연화>도 그런 면이 있는데 당신도 나루세의 영향을 받았다고 생각하나?

-나루세의 영화를 좋아한다. <하나 그리고 둘>은 분명 나루세 영화와 공통점이 있다. 간결한 스타일과 복합적인 감정이 드러난다. 하지만 <남인사십>을 찍으면서 나루세의 영화를 의식한 적은 없다. <하나 그리고 둘>을 좋아하는데 <하나 그리고 둘>은 좀 더 넓은 사회적 시야를 갖고 있고 캐릭터도 더 많이 나온다. <남인사십>보다 훨씬 어둡기도 하고.

=<여인사십> <반생연> <남인사십> 등 최근 영화 중엔 멜로드라마가 많은데 멜로드라마라는 장르에 특별한 애착을 갖고 있나?

-어떤 특별한 주제나 장르에 대한 열정은 없다. 시장이 원하는 영화를 만들다보니 그렇게 보이는 것 뿐이다.

=처음 감독이 되겠다고 생각했을 때는 앞으로 어떤 영화를 해야겠다는 생각을 했을 텐데, 그때와 지금을 비교하면 어떤 차이가 있는가?

-지금은 내가 처음 감독을 했을 때랑 비슷하다. 영화 학교에서 공부하고 홍콩으로 돌아왔을 때 영화평론가를 하려고 했는데 연출제안이 들어와서 감독이 됐고 영화사가 원하는 영화를 찍었다. 처음부터 개인적으로 하고 싶은 얘기를 찍은 것은 아닌 것이다. 지금도 비슷하지만 중간에는 사람들이 나를 작가로, 예술가로 불렀던 시기가 있다. 그런 말을 들으면서 그렇게 되려고 애를 쓰고 고민을 하기도 했지만 그럴수록 감독하는 게 괴로웠다. 지금은 마음이 편하고 감독이라는 직업이 좋다.

=80년대 홍콩 영화계와 비교하면 지금 홍콩 영화계는 상당히 침체돼 있다. 이유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무엇보다 투자가 어려워졌다. 흥행성적이 나쁘니까 제작비가 안 모이기도 하고. 물론 80년대와 비교하자면 단순히 돈 문제는 아니다. 80년대 이전까지 홍콩 영화는 대체로 무협영화로 대표되는 시대극이었다. 뉴웨이브 감독들은 새로운 주제, 새로운 로케이션을 시도했고 그것이 성공을 거뒀다. 하지만 지금은 더 이상 그럴 수 있는 소재가 고갈된 것 같다.

=홍콩감독 가운데 대표적인 여성감독인데 감독 생활을 하면서 여성이기 때문에 어려운 점이 있었나?

-여성감독이라는 걸 의식한 적이 별로 없다. 난 그냥 감독이라고 생각한다. 내가 워낙 중립적인 태도를 취해서 영화사에서 별로 문제삼지 않았는지도 모른다. 난 어머니가 일본 사람이고 영국에서 공부를 하고 왔지만 국적에 대해서도 별로 개의치 않는다.

=당신이 영화의 스승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다면?

-너무 많아서 다 꼽을 수 없다. 호금전, 구로사와 아키라, 나루세 미키오, 프랑스 뉴웨이브 감독들, 후샤오시엔과 에드워드 양, 중국 5세대 감독, 홍콩에서 꼽으라면 왕가위와 서극의 영화를 좋아한다. 애니메이션도 좋아하는데 오시이 마모루를 꼽을 수 있다. 예전엔 다른 사람의 영화를 보면서 경쟁심도 생겼는데 이제는 그렇지 않다. 한 사람의 관객으로서 편안하게, 재미있게 보곤 한다.

글/남동철 사진/임종환

Interview with Ann Hui

“Don't call me an artist,” Ann Hui seems to say in her visit to PIFF with her latest film . “For a long time, I believed I should make my own distinct films to express myself, as an artist. However, that belief gave me tremendous pressure and, as it got more serious, filmmaking became boring. Then I realized what I was forcing myself to do was impossible. Now, I make a movie if the script is good. I've acquired directing know-how's and, I use that knowledge to present films that audience wants to see.“ The formal description of her as “80's Hong Kong New Wave model auteur” doesn't seem to hold much meaning in present Ann Hui. Maybe these changes are the secrets in her steady film career. Her honest and optimistic attitude towards life are shown through her words.

- It's interesting how you casted Jacky Cheung, who has such strong image as a troubled younger brother.

= Jacky has a strong image as a younger brother and also as a pop singer. However, in this film, I wanted to present him as a regular person.

- In , Naruse Mikio's influence can be felt. Similar feeling exists in and .

= I like Naruse's films. And I also think contains similar qualities as Naruse's films. It reveals a concise style with composite of different emotions. However, when I was making , I was never conscious of Naruse's films. I like , but it's quite different from my film. has a wider view on society with more characters. And, a lot darker than .

- Much of your recent films, such as , and , are in genre of melodrama, Do you have special attachment for this genre?

= I don't have preference of particular subject or genre. I'm just making what people want to see.

- When you first started off as a director, you must've had in your mind what kind of films you wanted to make. Has it changed?

= It actually hasn't changed much. When I first returned to Hong Kong as a film school graduate, I was going to be a film critic. However, I became a director instead, when I was offered with a directing job. And, at that time, I made movies that I was paid to make. I didn't make personal films from the beginning. However, there was a period in my film career, when people called me 'an artist.' And during that period, I tried to be what they said I was, but, more I tried, more torturous it became, of being a director. Now, I'm at ease with myself and I just enjoy my job making movies.

- Compared to 80's, present Hong Kong cinema seems to be stagnant. What do you think is the reason behind its current status?

= First of all, finding investors became more difficult, mainly due to low box office record. However, I don't think 'lack of fund' is the only reason. Until 80's, most of Hong Kong films were a martial art films. And when New Wave directors emerged, they had much areas to explore and they were successful at it. However, now, the source seems to have dried out.

- You are the most renowned female Hong Kong director. Did you have any difficulties because you're a woman?

= I never gave much thought about being a 'female' director. I just think of myself as a director. And since I have a neutral attitude, I don't think people paid much attention to my sex. I'm not much concerned about nationality either, even though, I have Japanese mother and studied in England.

- Who were you influenced by?

= So many people. To name a few, King Hu, Kurosawa Akira, Naruse Mikio, many French New Wave directors, Hou Hsiao-Hsien, Edward Yang, the 5th generation Chinese directors, Wong Karwei and Hark Tsui. I also like animator Oshii Mamoru. I used to sense rivalry when I watched other people's films, but not anymore. As an audience, I just enjoy the movi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