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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TL 이 영화봤는교? - 파워 앤 테러
2002-11-19

파워 앤 테러 Power and Terror: Noam Chomsky in Our Times

일본 / 2002년 / 35㎜ / 74분 / 컬러 / 감독 존 준커먼

작년 9·11 테러사건 이후 줄곧 미국 정부는 “테러와의 전쟁을 지원하지 않는 이들은 모두 우리의 적”이라며 극단적이고 폭력적인 외교 정책을 강행한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게다가 자국 정부의 주장에 발맞춘 미국 언론은 ‘미국은 옳다’라며 극단적인 여론몰이를 거듭한다. 이런 상황에서 나는 머릿속이 복잡해졌다. 왜냐하면 미국 내 비판적 지식인의 대명사인 노엄 촘스키 교수(MIT, 언어학)같은 목소리들이 이제 미국에서 설자리를 잃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 때문이다. 그러나, 그의 강연과 인터뷰를 모은 다큐 <파워 앤 테러>를 보고 나서 조금 마음이 놓였달까. 촘스키는 여전히 건재했으며 날카로웠고 열정적이며 유머러스했다.

그는 “남미, 중동, 그리고 아시아 등에서 자국의 이익을 위해 독재 정권을, 혹은 반대파를 지원하고, 그들의 폭력을 부추기거나 묵인했던 미국이야말로 진정한(?) 테러국가”라고 주장한다. 제3세계에서 자행된 학살은 교묘히 숨기면서, 전 세계인들이 9·11테러 희생자들을 추모하도록 강요하는 미국. 추모의 분위기를 조성하는 미국의 언론플레이와 대외정책 역시 여전히 폭력적이다. 선택된 생명만 고귀할 수 있는 현실. 그 현실의 뒤틀리고 가려진 맥락을 촘스키는 정확하게 짚어낸다. 오, 제3세계 국민으로서 맛보는 짜릿하고도 씁쓸한 카타르시스여! 형식적인 측면에서 본다면 이 영화는 아주 단순하다. 단지 강연과 인터뷰를 적절히 섞어 놓은 것에 불과하니까. 그러나 담담한 사실의 나열이 가진 힘을 보여주는 촘스키의 저서처럼, 진실을 보여주는 방법은 어떠한 영화적 수사에 있는 것이 아니다. 감독의 의도는 단지 하나란다. “좀더 많은 사람들이 이 영화를 보는 것, 진실을 보는 것.” ‘선량한’ 자기네가 당했다고 한없이 가련한 척 하는 미국인들을 비롯한 많은 사람들이 이 영화를 보길. 그렇지 않아도 <파워 앤 테러>는 미국 전역에서 순회 상영될 계획이란다. 이날 예정에도 없이 무대에 등장한 존 준커만 감독은 “한국 관객들과 얘기를 나누고 싶다”며 상영내내 관객들을 기다렸다. 영화에 한 번 감동하고, 감독의 진지한 태도에 한 번 더 감동하고. ^^

글/ 티티엘 송주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