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Skip to contents]
HOME > PIFF Daily > 7회(2002) > TTL Report
스무살의 PIFF 일기 - 김기덕 감독, 마침내 옷 갈아입다
2002-11-19

김기덕 감독, 마침내 옷 갈아입다

- 부산국제영화제에서 마주친 김기덕 감독

티티엘 기자단에 뽑혀 한껏 들떠 있는 내게 친구는 김기덕 감독의 싸인을 받아달라고 협박(?)을 했다. 흠. 그래, 까지 것 받아다주지 뭐. 나는 ‘김기덕의 사인’이라는 ‘미션’을 가지고 치밀하게 계획을 세웠다. 첫 번째 작전, 김기덕 마니아 사칭하기. 기자단 중 단 두 명만을 개막작 기자 시사에 데리고 가겠다는 선배님의 ‘엄포’를 듣고 나는 “김 감독을 너무 좋아한다”며 동행을 주장했다. 그러나 그의 영화 가운데 본 것이라곤 단 두 편밖에 없는 나는 ‘진짜 김기덕 마니아’들에게 내 정체(?)를 들켰고, 급하게 작전을 선회했다. 그리하여 두 번째 작전, 애걸복걸 매달리기. 나는 “김 감독 직접 보는 게 소원”이라는 둥 온갖 애절한 수사를 동원해가며 동행을 고집했다. 호호호. 성공! 비로소 14일 오후, 나는 김기덕 감독을 만날 수 있었다. 그러나, 애초부터 유명인들의 옷차림은 무조건 세련될 것이라는 확신을 가지고 있었던 나는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무대에 등장한 김 감독의 차림은 바로 우리 동네 비디오 가게 아저씨표 패션이었기 때문. 새까만 야구모자를 쓰고 평범한 쥐색 자켓에 감색 바지를 입은 다소 ‘촌스러운’차림의 그는 올해의 개막식 드레스 코드가 ‘정장’이란 주최측의 공언에도 불구하고 개막식에서조차 그 차림을 고수했다. 그리고 다음날, 나는 남포동에서 팬들에게 사인을 하고 있는 김 감독을 다시 만났다. 어라? 그런데 김 감독, 어제의 그 옷을 그대로 입고 있는 게 아닌가. ‘어쩜 저 옷은 어젯밤엔 잠옷이었을지도 몰라’하는 생각을 하며 김 감독에게 종이를 내밀었다. 드디어 미션 성공! 그러나 김 감독과의 ‘질긴 인연’은 거기서 끝나지 않았으니, 며칠 후 시네마서비스 파티에서 나는 또 한번 김기덕 감독과 조우했던 것이다. 우연히 고개를 돌려 마주친 그의 모습… 어머나, 감동이야. 옷이 바뀌었어!! ^0^ 그 옷도 결코 패셔너블했다고는 할 수 없지만 암튼 김 감독의 바뀐 차림새는 신선했다. 김 감독님∼ 혹 이 글을 보게 되시면 절 너무 이상하게 생각하지 말아주세요. 저는 아직까지는 옷 잘 입는 남자들이 먼저 눈에 들어오는 20대 초반의 젊은 아가씨걸랑요. 어쨌든 김 감독님 영화 잘 봤구요, 앞으로도 계속 좋은 영화 많이 만들어주세요. ^^;;; ===333

티티엘 문현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