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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두장> 왕밍타이, <방아쇠> 알렉스 양
2002-11-20

“대만영화의 희망, 믿어주세요”

대만 뉴웨이브가 도래한 지 20년을 맞는 올해, 대만영화의 향후 20년을 이끌어나갈 두명의 감독이 데뷔작을 들고 나란히 부산을 찾았다. 대학 진학을 앞두고 방황하는 고교생들의 이야기 <함두장>의 왕밍타이 감독과, 킬러 출신 중년 남자와 누명을 쓴 젊은이의 괴이한 관계를 그린 <방아쇠>의 알렉스 양 감독.

뉴커런츠 부문에 나란히 초청된 두 감독 사이에는 진득한 인연의 끈이 있는 듯했다. “우리는 가오슝의 같은 고등학교를 나왔고, 국립예술대학을 함께 다녔죠.” 함께 고등학교를 다니던 시절, 대만 뉴웨이브의 도도한 물결을 보고 영화감독의 꿈을 키웠던 동기동창생은 비록 영화 연출(왕밍타이), 연극예술(알렉스 양)로 전공은 달랐지만 대학 시절에도 가장 친한 친구였다. 졸업 후 둘은 대만영화계라는 터전 위에서 ‘따로 또 같이’ 활동을 펼쳤다. 왕밍타이는 호핑, 왕샤오디, 차이밍량의 연출부와 조감독을 하며 TV시리즈의 연출을 하기도 했고, 알렉스 양은 <고령가 소년 살인사건>의 각본을 쓰는 등 에드워드 양의 연출부 생활을 해왔다.

둘은 친구의 작품을 어떻게 생각할까. “이전에 만든 TV드라마와 달리 대사가 적고 롱숏이 두드러진, 조용하면서 깊이있는 영화”라는 게 <방아쇠>에 대한 알렉스 양의 평가. 왕밍타이는 <함두장>에 관해 “언뜻 복잡해 보이지만, 여러개의 에피소드가 결국 하나로 모이는 시나리오는 신인감독답지 않게 과감한 시도”라고 호평했다. 오랜 친구답게 서로의 장단점을 잘 알고 있는 이들은 공동 작업 또한 모색하고 있다. 예컨대 시나리오에 빼어난 재능을 갖고 있는 알렉스 양의 시나리오를 바탕으로 왕밍타이가 연출한다면, 이상적인 모양새가 될 것이라고 둘은 입을 모은다.

궁금해지는 점 한가지. 20년 전 출발한 뉴웨이브가 화려한 성과를 남겼음에도 불구하고, 현재 초라한 골격만 남은 대만영화계에서 신인감독들은 어떤 희망을 품고 있을까. “대만영화의 현재 상황이 열악한 게 사실이다. 하지만 창작하려는 의지가 있다면 살아남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알렉스 양) “20년 전에 뉴웨이브가 탄생할 때도 대만영화계는 최악의 국면이었다. 지금 역시 분위기는 안 좋지만, 분명 새로운 영화가 나타날 것이라고 생각한다. 대만영화에 희망이 있다는 것을 믿어달라.”(왕밍타이)

글/문석 사진/이동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