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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샌드위치맨> 감독 허우샤오시엔 기자회견
2002-11-21

“대만 영화의 새로운 기운, 주목해 달라”

“삼계탕 먹으러 가야하니까 빨리 시작합시다”. 대만영화의 거장 허우샤오시엔은 가벼운 농담으로 분위기를 풀었다. ‘대만 신전영 탄생 20주년 특별전’과 PPP 참석을 위해 부산을 찾은 그는 이틀 동안 강행군을 했지만, 여전히 어떤 질문이라도 던져보라는 듯했다. 주로 쏟아진 질문은 특별전에서 상영된 <샌드위치맨>과 대만 뉴웨이브의 역사, 대만영화의 현실에 관한 것. 허우샤오시엔은 때로 한자를 쓰고 그림까지 그려가면서 성실하게 기자회견을 끌어나갔다.

허우샤오시엔은 <광음적고사>와 함께 대만 뉴웨이브의 시작을 연 작품으로 평가받는 옴니버스 영화 <샌드위치맨>의 기획과 촬영과정을 흥미롭게 회고했다. “세 편의 단편소설을 영화로 만들었는데, 내 영화에는 항상 분장하고 다니던 아빠가 맨얼굴로 오면 낯설어 울어대는 아들이 등장했다. 그렇게 우는 아이를 어디서 구하겠는가. 차라리 내 아들을 데려다 울리는 게 속편할 것 같아 그렇게 했다(웃음)“ 그는 <샌드위치맨>이 박스오피스에서도 큰 성공을 거뒀고, 그 시절엔 자신도 잘 나가는 감독이었다고 말했지만, 그 뒤 상황은 매우 악화됐다고 고백했다. 최근작 <밀레니엄 맘보>는 프랑스에서 20만명 넘는 관객을 동원한 데 비해 대만에선 고작 7천명의 관객과 만났을 뿐이다. 허우샤오시엔은 “대만 사람들은 너무 세속적이고 할리우드 영화에 물들어서 예술영화를 받아들이지 못한다”고 한탄했다. 그러나 그는 대만영화에 새로운 기운의 조짐이 보인다고 덧붙이기도 했다.

허우샤오시엔은 PPP에 참가한 이유도 “아시아 영화인들을 만나 어떻게 교류할 수 있을지 알아보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올해 9월로 예정돼 있던 신작 촬영도 미룬 그는 제작자로서 고민이 큰 듯했다. 허우샤오시엔이 책임을 맡아 지난 주 대만에서 문을 연 타이페이 하우스는 아시아 감독들의 영화를 초청해 상영할 계획. 그가 초대하고 싶은 영화는 <엽기적인 그녀>처럼 상업적으로 성공한 영화들이다. 특히 <디 아이>는 감독인 팡 형제와 함께 아시아를 아우르는 제작자 진가신도 초대하고 싶다고 밝혔다. 20년 동안 대만 뉴웨이브를 이끌어온 이 소박한 풍모의 거장은 젊은 감독들의 장래까지 책임지기 위해 분투하고 있었다.

글/김현정 사진/이동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