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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애하는 당신> 관객과의 대화
2002-11-21

“메시지 대신 풍경을 봐주세요”

영화가 끝나자, 여기 저기서 당혹스런 웃음이 터져 나왔다. “대체 무슨 얘길 하고 싶었던 거야”라는 불만 섞인 수근거림도 들려왔다. 그리고 그들 대부분이 곧장 극장 밖으로 밀려 나갔다. 그러나 나머지 절반의 반응은 달랐다. 조금 더 가까이서 감독을 대면하기 위해 객석 앞쪽으로 옮겨 앉기도 했고, “부산영화제에서 당신의 영화를 만난 것을 가장 큰 행운으로 생각한다”고 서슴없이 고백하기도 했다. 이에 아핏차퐁 위라세타쿤 감독은 “끝까지 보기 힘들었을 텐데, 이렇게 남아 있어줘서 고맙다”며 수줍은 미소를 지어 보였다. 타이에서는 드물게 비주류에 머물며 다양한 영화 실험을 시도하고 있다는 그는, 테살로니키 영화제 수상 소식을 전해 들은 관객들로부터 뜨거운 축하의 박수를 받기도 했다.

<친애하는 당신>은 타이에 불법 체류 중인 버마인 남자 민과 그를 돌봐 주는 애인 룽, 그리고 중년여성 온의 미묘한 관계를 유장한 롱 테이크와 롱 숏으로 담아낸 작품. 그런 촬영의 고충을 묻자, 감독은 “리얼타임으로 진행했기 때문에 빨리 찍지 못했지만, 그 덕에 배우들을 잘 알게 됐고, 실제 그들의 성격과 버릇을 반영해서 대본을 수정해가며 찍었다”고 밝혔다. 그는 제목의 의미에서 메시지를 읽어 내려는 관객에게 “사랑할 때 느끼는 행복감, 질투심, 그리고 고통을, 관객이 함께 느껴주길 바랬다”면서, “메시지는 없다. 그냥 장면에서 감정을 느끼면 된다”고 답했다. 그는 자신이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줄거리가 아니라 ‘풍경 묘사’라면서, 인물을 배경에 자연스럽게 녹여 넣는 것이 자신의 목표라고 밝혔다.

글/박은영 사진/배찬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