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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경제편창 제1제편 부창장 장 시아
2002-11-21

“제2, 제3의 <무사>를 위해”

북경 영화 제편창(Beijing Film Studio)은 중국에서 제일 큰 영화 제편창으로, 49년 10월에 설립된 이래 600여편의 영화와 100여편의 외국 합작 영화를 만든 곳이다. 영화 제편창이란 말을 비슷한 우리말로 대치하기는 힘들지만, 풀이하자면 영화를 제작하고 배급(제편)하는 기관의 집합소(창, group)쯤 된다. 시나리오 작성부터 필름 프린팅까지 영화 제작의 전과정이 일괄적으로 이루어지는 대규모 스튜디오인 셈. 우리말로 대치하기 힘든 이유는 우리에겐 할리우드의 종합 스튜디오에 해당하는 제편창 제도가 없기 때문이다. 우리의 경우 제작사와 홍보사, 배급사가 각기 나뉘어져 있어, 홍콩, 일본, 중국 등지와는 차별된다. 작년에 이어 개최된 2회 부산 국제 필름 커미션 박람회(BIFCOM)을 방문한 북경 제편창 부청장인 장 시아(45)는 그 중 합작 영화 제작을 책임지고 있으며, 우리에겐 <무사> 합작건으로 잘 알려진 인물이다. 중국에서의 영화 촬영은 국내 영화나 외국 합작 영화 모두 국가 광파 전영 전시 총국의 심사를 받아야 하는데, 외국의 제작사가 직접 허가를 받을 수 없기 때문에 반드시 국영 제편창을 통해 합작의 형태로 허가를 얻는다. 북경 제편창은 한국 영화 <무사>를 비롯해 <마지막 황제>, <와호장룡>, <패왕별희> 등의 합작 혹은 협작을 맡았다. 가장 최근에 합작이 이루어진 <무사>는 명실공히 장 시아의 야심작이기도 하다.

“이익 같은 건 남길 생각 없었다. 몸과 마음을 다 내어주듯이 일을 도왔다. 내 성의를 반만큼이라도 알아 준 한국 스탭들이 있었기에 올해 BIFCOM에서도 한국 제작사들과의 활발한 미팅이 가능했다”고 활짝 웃음 짓는 그녀는 <무사>의 제작 과정을 지켜보며, 이미 만들어진 수염 세트를 갖다 붙이기만 하는 중국과 달리 백이면 백 명 모두 하나하나 꼼꼼히 수염을 심는 분장사의 노력에 가장 놀랐단다. 올해 BIFCOM에서의 합작건 성사 여부를 알려달라는 질문에 “구체적으로 밝히기는 힘들지만, 내년 3건 정도의 한중 합작 영화가 탄생할 것”이라도 귀띰한다. 83년에 입사해 무려 20년간 북경 제편창에서 근무해 온 그녀는, 실은 아버지처럼 되고 싶어 이 길에 들어섰다. 그녀의 아버지 역시 북경 제편창에서 최초의 합작 영화 <마르코폴로>(일본과 이탈리아의 합작품)를 성사시킨 인물로 일생을 제편창에서 보냈다. 그녀의 어머니 역시 제편창에서 판권 업무를 맡았다. 현재 독일과의 합작건을 성사시키고 내년 초부터 촬영을 도울 예정.

글/심지현 사진/윤미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