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Skip to contents]
HOME > PIFF Daily > 8회(2003) > Todays News
<물의 여인> 감독 스기모리 히데노리(E)
2002-11-21

“하나의 영화에, 하나의 우주를”

- <물의 여인> 감독 스기모리 히데노리

그가 부산에 늦게 도착한 데는 이유가 있었다. 얼마전 폐막한 그리스 테살로니키영화제에서 대상을 수상하고 바로 부산으로 날아온 참이었다. <그레이> 등의 단편작업을 거쳐 NHK에서 “생계를 위해” 7년간 일했지만 영화에 대한 애정을 누를수 없어 “빈곤, 매우 빈곤”한 영화감독의 길로 뛰어들었다는 이 붉은 옷의 감독은 언제라도 타오를 준비가 된 ‘불의 남자’ , 그대로 였다.

기본적으로 러브스토리지만 그 속에는 상당히 신화적인 요소가 있는 것 같다.

=사람과 사람보다는 사람과 자연 또는 우주에 대한 작품을 만들고 싶었다. 우주는 물, 불, 공기, 대지, 이렇게 4가지로 이루어졌다고 생각하는데 4명의 원소를 4명의 인물들에게 맞추어 보려 한 것이다. UA가 연기한 마찰없이 흐르는 여인은 물을, 아사노 타다노부는 파격적이고 열정적인 불을, 모터사이클을 타고 바람처럼 자유롭게 다니는 여자는 공기를, 땅에 뿌리를 박고 살아가는 홈리스 여인은 대지의 역할이다. 하나의 영화에 하나의 우주를 담고 싶었달까? 아까 신화적이라고 했는데, 정확한 지적이다. 현대의 신화, 도시의 신화를 그리고 싶었다.

어떻게 ‘물의 여인’이란 아이디어를 내게 되었나.

= 일본에는 원래 비의 여인, 비의 남자라는 말을 많이 쓰는 편이다. 친구나 동료중에도 늘 그런 사람이 있다. 언젠가 자신을 “물의 여인”라고 칭하는 UA의 인터뷰를 보면서 비의 여인과 딱 맞는 사람이란 생각이 들었다. 현대의 사랑에는 늘 정보가 우선이다. 나이, 혈액형, 직업, 연봉 등 정보와 정보가 연애를 하는 느낌이다. 그러나 내가 생각하는 사랑은 인력처럼 서로가 서로에게 끌리는 신비한 일이다. 그래서 순도 높은 신화적 사랑속으로 그들을 끌어냈다. 두 사람이 이름이나 과거를 묻지 않는 것도 그 때문이다.

목욕탕을 사랑이 이루어지는 공간으로 설정한 점이 참 독특했다.

=목욕탕이 일상적인 공간이라고 생각하는데 내 관점에서 그곳은 더 없이 로맨틱한 공간이었다. 욕탕의 물을 데우는 데는 불이 필요하고 불은 공기에 의해 생겨난다. 모든 것들이 서로를 해치지 않은 채 융합하고 어우러지는 최고의 장소인 것이다.

물이 온몸을 휘감는 듯한 두 사람의 정사씬은 오랜 잔영을 남긴다.

=물 빠진 욕탕에 두마리의 물고기가 파닥거리는 듯한, 그 생동적인 느낌을 주고 싶었다.

아사노 타다노부가 자신을 태워버리는 결말은 죽음에도 불구하고 해피엔딩 같다.

=서양인들이 보았을 땐 주인공이 죽었으니 비극이라고 하겠지만 불의 남자는 물의 여자를 만나 잠시나마 인생의 의미를 찾았고 짧지만 불꽃같은 인생을 살았다. 그가 다시 태어날 것이라는 윤회를 믿기 때문에 나 역시 해피엔딩이라고 생각한다.

종교가 있나?

=기본적으로는 불교지만 요즘엔 인도에 푹 빠져 힌두교에 대해 공부하고 있다.

준비중인 작품에 대해 들을 수 있을까?

=최근, 카프카의 <변신>을 뒤집어 어느날 까마귀가 여자가 된다는 단편을 완성했다. 두번째 장편은 펠리니가 로마에 대해, 우디알렌이 뉴욕에 관한 영화를 만드는 것처럼 나 역시 동경에 관한 이야기를 만들 예정이다.

글/백은하 사진/임종환

“One Universe in One Film”

Interview with Sugimori Hidenori, Director of

Sugimori Hidenori flew straight to Pusan after receiving Golden Alexander at International Thessaloniki Film Festival for his film . He's worked on several short films, including his 1981 short film . Then, to ‘make a living,’ he took the job as a director at NHK broadcasting center for 7 years. However, not being able to suppress his passion for filmmaking, he jumped into the ‘poor, very poor’ living of a filmmaker.

- It's basically a love story but it contains a strong presence of mythological elements.

= Instead of a story about humans, I wanted to make a film about a human and nature, or universe. I believe the universe is made up of 4 elements, water, fire, air and soil, and I tried to fit those elements into 4 different characters. I guess I wanted to put one universe into one film. Your comment about 'presence of mythological elements' is very accurate. I wanted to portray a modern mythology, an urban mythology.

- How did you come up with the idea of ‘woman of water’?

= In modern day ‘love’, such informations as a person's age, blood type, job and salary, seem to play the priority role in a relationship. It's like relationship is created within those informations. However, in my definition of ‘love’, it is the effect of mysterious power that draws two people closer to each other. That's why I've extracted them out into the extremely pure realm of mythological love. And that is also the reason why they don't ask each other for their name, nor their past.

- Despite its ending of Asano Tadanobu killing himself by putting himself on fire, it seems to be a happy ending.

= Westerners might say it's a tragic ending because the main character dies at the end. However, the 'man of fire' found the true meaning of his existence when he met the ‘woman of water’. And, even though, it was only for a short moment, his life was like a pure blaze. Plus, because I believe in his rebirth through the transmigration of his soul, I perceived the ending as a happy one.

- What is your religion?

= My fundamental religion is buddhism, but lately I've been studying Hinduism as wel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