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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라이 우먼>감독 류빙지엔(E)
2002-11-22

“죽음에 대한 블랙코미디”

류빙지엔이 세번째 영화 <크라이 우먼>으로 부산을 찾았다. 동성애가 등장한다는 이유로 두번째 영화 <남남여여>가 상영금지 조치를 받았던 그는 “<크라이 우먼>은 지금까지 내 영화와는 많이 다르다”고 소개했다. <크라이 우먼>은 남편이 감옥에 간 뒤 장례식에서 곡해 주는 일을 하면서 살아남는 여인 귀샹의 이야기. 어제 도착한 류빙지엔은 자신의 블랙코미디를 진지한 어조로 설명했다.

<크라이 우먼>에 자주 등장하는 장례식장 풍경은 매우 흥미롭다. 곡해주는 여자를 고용하는 풍습도 한국에선 찾아볼 수 없는 것이다.

-중국 사람들은 더이상 생명에 관심을 갖지 않는다. 가족이 죽어도 장례비용이 얼마일까, 어떻게 장례를 치르면 체면을 깎이지 않을까, 이런 걱정만 한다. 그렇기 때문에 전혀 상관없는 여자를 불러 대신 곡을 하게 할 수 있는 것이다. 나는 점점 의미가 사라져가는 죽음을 블랙 유머로 담아내고 싶었다.

귀샹이 상류층 여인의 애완견 장례식에서 노래부르는 장면은 매우 신랄하다. 먹고 살기 위해 곡을 하는 사람이 있는 반면 호화롭게 강아지 장례를 치르는 사람도 있다.

- 그 장면은 약간 과장일 수도 있었지만 보다 강하게 현대 중국사회를 풍자하고 싶었다. 생각해 보면, 그런 장례식이 실제로 치러졌을 수도 있지 않은가. 현대 중국은 다른 나라라면 불가능한 일, 있을 수 없는 일도 얼마든지 일어나는 특이한 나라다.

귀샹은 곡하는 일이 직업이면서도 남편이 죽을 때까지 단 한번도 울지 않는다.

- 어떤 일도 귀샹을 울릴 수 없다. 그녀는 많은 고난을 겪지만, 남편의 죽음 말고는 진정 가슴 아프게 그녀를 울릴 만한 가치가 있는 사건은 없었다. 그것이 그녀가 살아가는 방식이다. 이 영화에는 무슨 일만 생기면 징징대는 여자도 나오는데, 그것 역시 그 여자의 사는 방식일 것이다.

귀샹을 연기한 배우는 억척스러우면서도 가끔 인간미를 드러내는 표정이 인상적이었다.

- 그녀는 원래 경극선생이었다. 시나리오를 쓴 뒤 전국을 돌면서 프로와 아마추어를 가리지 않고 배우를 찾다가 그녀를 발견했다. 내가 생각하는 귀샹은 진실한 면이 있는 여자였다. 그녀는 동정심 같은 약한 면도 있지만, 살아남아야 할 때는 무척 강해진다. 그것은 대부분 중국 여자들의 모습이기도 하다.

글/김현정 사진/임종환

“Black Comedy about Death”

Interview with Liu Bingjian, Director of

Liu Bingjian visits Pusan with his third film . It's a story of a cry woman Guixiang, who 'wails' at someone else's funeral to make a living, after her husband gets imprisoned. Cine21 met with Liu and talked about his latest black comedy.

- The Chinese custom of hiring a cry woman to wail at a funeral is rather unusual.

= Chinese people are no longer interested in ‘life’. When a family member passes away, all they're concerned about is ‘how much will a funeral cost?’ or ‘what kind of funeral should be held to appear dignified?’ Therefore, they can afford to hire a woman, who has no relation to the event, to wail at their funeral. I wanted to portray this ‘slowly disappearing’ meaning of death in our society, through a black comedy.

- The scene, in which Guixiang wails at the funeral of an upper class woman's pet dog, seems quite poignant.

= That scene might've been a bit exaggerated, but, nevertheless, my intention was to make a harsh satire on modern Chinese society. If you think about it, it's possible that a funeral like that could've taken place. Everything that is impossible and unrealistic in anywhere else in the world, is possible in modern day China.

- Unyielding, but sometime humanistic, portrayal of Guixiang by your actress was very impressive.

= In actuality, she teaches Peking Opera. When I was done with the script, I went all over China to find the actress and met with both amateurs and professionals. And that's how I met her. In my idea of Guixiang, there is a side of sincerity within her. She has a soft compassionate side, but when she has to survive, she is very strong. That is a common trait of most Chinese wome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