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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차오, 위시트 사사나티엥, 대니 팡 인터뷰
2002-11-22

아시아의 젊은 감독 3인에게 던지는 질문

이들 셋이 내세우는 각자의 길은 현재 아시아 영화가 나아가고 있는 세 가지의 각기 다른 노선을 대변하는 것처럼 보인다. 예술영화, 상업영화, 그리고 그 중간 어디쯤 있는 또 다른 독창적인 세계관의 영화, 이들 세명의 젊은 아시아 감독의 영화관은, 그런 의미에서 미래의 아시아 영화, 세계 영화의 초상을 짐작하게 한다.

‘영화의 미래를 이끌어갈 대륙’으로 불리는 아시아. 이 아시아 영화의 미래를 선보일 3명의 젊은 감독이 한 자리에 모였다. 데뷔작 <안양의 고아>로 ‘포스트 천안문 세대의 브레송’이란 찬사를 얻고 있는 중국의 왕차오, 현란한 색채의 유희정신이 돋보이는 <티어스 오브 블랙 타이거>의 타이 출신 위시트 사사나티엥, 독특한 호러영화 <디 아이>로 대성공을 거둔 홍콩의 대니 팡이 그들. 다양한 목표와 가치 아래서 자신의 영화세계를 서서히 구축해나가고 있는 이들 젊은 용과 호랑이는 앞날의 아시아영화, 세계영화에 커다란 영향력을 발휘할 것이 확실한 인물들이다.

이러한 점에서 애초 <씨네21 PIFF 데일리>는 이들 3명의 아시아의 젊은 감독에게 비슷한 질문을 던져 어떤 공통분모를 얻어내고 이를 통해 아시아영화의 미래를 예감하려 했다. 하지만 너무나도 다른 스타일과 생각을 갖고 있는 이들에게서 비슷한 이야기를 얻어내려는 것은 불가능했다. 오히려 이들 셋이 내세우는 각자의 길은 현재 아시아영화가 나아가고 있는 세 가지의 각기 다른 노선을 대변하는 것처럼 보인다. 예술영화, 상업영화, 그리고 그 중간 어디쯤 있는 또 다른 독창적인 세계관의 영화, 이들 세명의 젊은 아시아 감독의 영화관은, 그런 의미에서 미래의 아시아영화, 세계영화의 초상을 짐작하게 한다.

왕차오- 인간 내면을 성찰하는 카메라-철학자

묵직한 롱숏과 롱테이크로 인간의 내면을 탐구하는 데뷔작 <안양의 고아>로 동세대 중국과 아시아 감독 중 최고의 기대주로 떠오른 왕차오. <탄광>이라는 제목의 신작을 준비 중인 그는 PPP에 참여하기 위해 부산을 찾았다. 학구적인 인상답게 그는 폭넓은 영화 이론과 지식으로 자신의 영화세계를 설명했다. (그와의 인터뷰는 의사소통이 원활치 않아 공통질문을 충분히 소화하지 못했다.)

-어떻게 영화를 시작했나.

=철학과 문학을 공부했고, 소설가로 활동했다. 영화에 관심을 두고 있었기 때문에 기회가 생겼고, <안양의 고아>로 데뷔하게 됐다. 처음에 재정이 충분치 않아 제작에 바로 착수하기 어려웠는데, 오히려 그 덕분에 인물들의 성격을 더 구체화할 수 있었다. <안양의 고아>는 소설로도 씌어졌지만, 애초 영화 제작을 염두에 둔 것이었다.

-당신에게 영화는 무엇인가.

=나는 영화를 통해 인간의 내면을 응시하고 성찰하고자 한다.

-당신에게(당신의 스타일에) 영향을 준 아시아 영화 또는 감독이 있나.

=아시아에서 롱숏과 롱테이크를 독창적인 스타일로 확립한 이는 오즈 야스지로다. 그 이후 대만의 허우샤오시엔이 이를 계승했다. <황토지>의 첸 카이게 또한 빼놓을 수 없다.

-동시대의 주목할만한 아시아 영화 또는 감독이 있나.

선배 세대인 허이의 <포스트맨>은 롱숏과 롱테이크를 그만의 방식으로 발전시킨 영화다. 지아장커도 이런 기법을 사용하지만 그에겐 자신만의 스타일이라 할 것이 없다. 롱샷과 롱테이크를 즐겨쓰는 감독은 많지만, 그것이 진정 영화적인 기법으로 사용되고 독창적인 스타일로 발전되는가는 다른 문제다.

-현재 준비 중인 작품은.

=<탄광>은 황하 유역의 작은 마을에서 벌어지는 스승과 제자 사이의 이야기다. 어느날 교사가 살해당하는데 그로 인해 교사의 아내와 사랑에 빠져있는 제자가 의심받게 된다. 영화 중반부터 제자는 스승의 유령을 보게 된다. 중국어 제목 <낮과 밤>이 암시하듯, 이 영화는 삶에 깃든 반복과 순환에 대한 이야기다. 대사는 보다 절제되고 이미지에 초점이 맞춰질 것이다.

대니 팡- 엔터테인먼트를 추구하는 코스모폴리탄

쌍둥이 형 옥사이드와 함께 홍콩, 타이 영화계를 오가며 활발하게 영화를 만들고 있는 대니 팡은 타이에서 제작된 1999년작 <방콕 데인저러스>로 데뷔한 이후 두 번째 작품 <디 아이>를 아시아 전역에서 성공시키며 가장 흥행감각이 뛰어난 신세대 홍콩 감독으로 떠올랐다. 지난해 PPP 프로젝트였던 세 번째 영화 <낫씽 투 루즈>를 들고 부산영화제에 온 그를 만났다.

-어떻게 영화를 시작했나.

=어렸을 때부터 그림을 그렸다. 어느 순간 그림에 이야기를 덧붙인 만화책을 만들기 시작했다. 88년 편집을 하면서 영화계에 발을 들여놓게 됐다.

-당신에게 영화는 무엇인가.

=엔터테인먼트! 어떤 의심도 없다. 영화는 누구를 가르치기 위한 도구도 아니고, 고이 모시고 경배해야할 성경도 아니다. 영화는 즐거움이고 엔터테인먼트다. 늘 재미를 가장 우선에 두려고 노력한다.

-당신에게(당신의 스타일에) 영향을 준 아시아 영화 또는 감독이 있나.

=알란 파커? 아차…. 아시아 감독은… 없다. 오우삼의 영화를 재밌게 봤지만 내 인생을 뒤바꿀 만큼 영향을 끼친 것은 아니다.

-동세대의 주목할만한 아시아 영화 또는 감독이 있나.

=홍콩엔 볼만한 영화가 없어서 타이와 한국 젊은 감독들의 영화를 본다. 논지 니미부트르의 <낭낙>, 한국영화로는 <시월애> <엽기적인 그녀>를 재밌게 봤다.

-아시아에서 영화감독으로 산다는 것은.

=좁은 마켓에서 오는 답답함과 할리우드가 아닌 데서 오는 자유로움을 동시에 가질 수 있다. 자금을 구하긴 어렵지만 내가 만드는 영화에 대해 매일매일 보고하는 식의 불편은 없으니까.

-당신 영화에 아시아적인 것은 존재하나.

=아시아적인 것은 내게 아무런 의미도 없다. 나는 코스모폴리탄이다. <방콕 데인저러스>를 만들었더니 나를 타이 감독으로 아는 사람이 많더라. 나이든 홍콩이든 할리우드건 영화를 만들 수 있는 곳에서 영화를 만들 뿐이다.

-차기작은 무엇인가.

=<디 아이2>를 준비 중이다. 공포물인 것 같지만 매우 다른 이야기가 될 것이다. 내년 2월쯤 촬영에 들어갈 예정이다.

위시트 사사나티엥- 아시아 잡종을 지향하는 판타지 모험가

타이의 스파게티 웨스턴 장르를 현대적으로 차용해 기발한 상상력과 현란한 색채감각을 보여줬던 <티어스 오브 블랙타이거>의 위시트 사사나티엥 감독은 ‘타이 뉴웨이브’의 주요 인물이다. 논지 니미부트르 감독의 초기작인 <뎅 버렐리와 그 일당들>과 <낭낙>의 시나리오를 쓰기도 했던 그는 신작 <매운 칠리소스>를 갖고 PPP의 문을 두드렸다.

-어떻게 영화를 시작했나.

=실파코른 대학에서 미술을 전공했고 광고회사와 음반회사에서 예술감독직과 뮤직비디오 연출을 해왔다. 친구인 논지에게 시나리오를 써주면서 그러고 보니 나 혼자서도 영화를 만들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당신에게 영화는 무엇인가.

=나는 그냥 현실적인 이야기를 영화로 만드는 것은 불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나는 현실적이지 않은 것, 초현실주의적인 것, 판타지를 좋아한다. 그럴 때 무엇이든 할 수 있게 된다. 내 영화에 대해 사람들로부터 “이건 현실적이지 않아”라는 말을 듣고 싶다.

-당신에게(당신의 스타일에) 영향을 준 아시아 영화 또는 감독이 있나.

=스즈키 세이준과 오즈 야스지로. <티어스…>의 스타일은 <도쿄방랑자> 같은 스즈키 감독의 영화에서 영향을 받았다. 오즈의 경우는 내용적인 측면인데, 노스탤지어를 갖고 있는 그의 영화가 좋다. 기타노 다케시도 어느 정도….

-당신 영화에 아시아적인 것은 존재하나.

=아시아적인 것은 내겐 굉장히 중요하다. 다른 타이 감독과 달리 내겐 서구적인 요소가 거의 없다. 나는 타이에서 나고 자랐기 때문이다. 타이는 오래 전부터 중국과 인도의 문화가 한데 뒤섞여 있었고, 다른 문화와 종교에 대해 개방적인 특성을 갖고 있었다. 이러한 타이 문화는 내 모든 상상력의 원천이 됐다.

-구상중인 아시아 합작 프로젝트가 있나.

=두가지가 있는데, 하나는 타이에서 태어난 중국인 여인에 관한 이야기다. 이를 위해선 홍콩의 스타 배우가 필요하다. 또 하나는 수백년 전 타이 왕실에서 일했던 외국인들의 이야기다. 당시 조정에는 사무라이도 있고 그랬는데, 다른 문화와 역사적 배경을 가진 사람들의 이야기를 그리고 싶다. 두 프로젝트에서 공히 아시아의 다양한 문화를 한데 섞고 싶다.

-차기작은 무엇인가.

=<매운 칠리소스>로, 전작과 비슷한 느낌의 영화다. <티어스…>가 옛날 영화에서 영감을 얻었다면, 이 영화는 타이의 전통 미술에서 감흥을 얻은 영화다. 타이 고유의 회화 양식을 바탕으로 영화의 스타일을 꾸밀 것이다. 또 제목에서 알 수 있듯, 이 영화는 타이 음식에 관한 이야기이기도 하다. 요리에 천부적인 재능을 가진 한 아이가 시련을 겪으면서 해적이 된다는 판타지와 모험, 액션을 담은 영화다.

유운성/영화평론가·문석·백은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