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Skip to contents]
HOME > Magazine > 스페셜 > 스페셜1
<죽어도 좋아> 두 주인공의 영화같은 연애이야기(2)
2002-11-29

˝상영허가를 받으니까 큰애기 마냥 들뜬 마음이여˝

씨네21: 할아버진 체력이 좋으신가 봐요. 평소 운동을 하시나요.

박치규: 부모한테서 몸을 잘 타고났어. 내 피부 보면 지금도 좋고. 신문 어딘가에서 보니까 피부 좋은 사람한테 행복과 건강이 온다고 했든가 기사가 한번 났더라고. (기자를 빤히 쳐다보며) 피부 나쁘면은…. 여기에다 나 같으먼 하루에 육류로 한끼는 먹어야 해. 그게 생활신조야. 말하자면 65살 이상 나이먹은 사람은 자기 영양섭취를 해야만 하거든. 근데 그게 고기 이상은 없어. 당뇨다 뭐다 해서 야채들 많이 먹고 어떻게 해야 좋다고 하지만, 내 본시 생각은 그래.

씨네21: 가장 힘들게 찍은 장면은 무엇인가요.

박치규: 외려 결혼 사진 찍는 장면이 힘들었어. 마누라는 드레스 입고 나는 정장하고 찍는데 근 20번은 찍었는가 그런데도 다시 찍자고 그러니까. 그게 젤로 힘든 것 같애. 근데 표정이 안 나오니까. 내 생각으론 이보다 더 표정을 못 내겄는디 하고, 그럼서도 이번엔 잘 나와야 하는데 하면서 반복하고 표정 넣으려니까.

이순예: 표정이 안 나오니까 난 다시 나갔다 들어오고 수십번 한 거 같애. 그래도 우리 박 감독님 너무 애썼어. 말수가 없긴 하지만, ‘왜 그렇게 못해요’라고 화 한번 안 내고 영화를 찍으셨으니 고맙고 미안하고 그래. 사실 다큐멘터리 촬영할 때 내친 김에 할아버지랑 영화까지 찍는다고 들어서 흐뭇했는데. 막상 찍어보니까 힘들거든. 난 싸우다 울 때, 그때가 제일 힘들었어. 눈물 확 터지고 진짜 속에서 우러나는 울음 울었는데 조금 하니까 목이 너무 아픈 거야.

박치규: 가정집이라 비좁고 그러니까 하루에 많이 못 찍고 그랬어요. 국민체조 하는 대목은 여름이 아니라 좀 추울 때라 그거 찍고 감기 걸렸어요. 그냥 런닝구 입고 반바지 입고 할라니까.

이순예: 여름에 암만 더워도, 난 선풍기를 못 틀거든. 바람이 싱씽 오는 게 싫거든. 근데 너무 더우니까 할아버지는 에어컨 틀고 선풍기 틀고 그러는데.

박치규: 복날에 삼계탕도 먹고 그랬지만. 더운 걸 어떡해. 반바지만 걸치고 살 때가 많았으니까.

歡喜(환희)

할아버지와 할머니 방에선 만날 깨가 쏟아진다. 서로를 품고, 자신을 느끼고, 뭣보다 언제나 한몸이다. 그래서 영화 속 애드리브는 더없는 대사다.

박치규: 마지막에 부부가 청춘가를 서고 주고받는 장면이 너무 좋아. 대중이 볼 때도 그걸 젤 좋아할 것 같애.

이순예: 그래도 소리하는 사람으로선 그 장면이 항상 부족해요. 연습을 조금 하고 찍었지만, 내 맘에 꼭 들지는 않아요. 물론 기분 좋은 일이지요. 부부가 주고받으니. ‘얼씨구나 지화자 좋아’ 그러면 끊어지기 전에 할아버지가 언넝 잘 받으셔서.

박치규: 할머니한테 민요는 좀 많이 얻었어요. 민요는.본디 잘하니까.

이순예: 당신도 가요를 잘 부르셔서 그런지 처음에도 곧잘 하셨어요..

박치규: 창부타령도 좋지만, 가요는 <무정한 사랑>도 좋아해. 성민호가 부른. 그거 부르면 박수가 많이 터졌어.

이순예: 혼자서는 사실 빛이 안 난다고 봤는데 할아버지랑 나가면 만날 1등 하고 그러니까.

박치규: 상품으로 우산도 타고 시계도 타고 담요도 타고 치약도 타고 넥타이도 타고 홍삼도 타고.

씨네21: 상대의 연기에 대해 품평을 해주신다면.

박치규: 나는 할머니가 연기를 너무 잘해주니까 아조 커플이 배우로 잘 만났다, 만족헌다 그렇게 생각을 했지.

이순예: 제일 연기 잘한 거는 <청춘가> 부를 때 생각지도 않았는데 할아버지가 아주 못하는 척 바보 비슷하게 하시더라구요. 그래서 나도 대사에 없는 말이 나오더라고. 아니 코미디 하슈 코미디 저리 가라네. 아유 배삼룡씨 저리 가라네. 정말 그렇게 연기력이 좋으시더라고.

씨네21: 고무 다라이에 들어가서 장난하시는 모습이 너무 보기 좋았어요.

박치규: 영화니까 그렇지 실지로는 더 잘했어요. 우린 그냥 좋아서 웃고 막 난리를 치고 애기들 장난치대끼 한 거예요. 나중에 보니까 조금밖에 안 나왔더라고. 영화에서는.

이순예: 머리를 감잖아요. 할아버지 머리 감겨주고 싶어서 비누칠을 해놓고 보니 장난으로 머리카락을 세워보고 싶은 거야. 근데 그러고 나니까 너무 웃겨. 거기서 웃음보가 막 터진 거지.

박치규: 마누라 특성이 간지럼을 많이 잘 타요. 그니까 조금만 손이 가믄 막 웃고 죽는 거여. 나는 더 좋아서 장난치고 그랬어. 그래도 멋지게 장면, 장면이 잡혔어요. 영화라는 게 혼자 하는 것도 아니고, 박 감독까지 셋이 딱 코드가 맞아 가지고 찍었으니까.

이순예: 미련이나 후회가 없어. 근데 또 하게 되면 더 잘할 것 같애.

박치규: 그렇지. 생각을 안 해봤어도 속편 찍는다면 영광이지.

배우(俳優)

마음고생도 심했다. 알몸을 내보인 영화라서가 아니라 본인들이 찍은 영화가 곧바로 개봉하지 못해서. 그런 점에서 박치규, 이순예는 엄연한 배우다.

박치규: 아, 그렇지. 그것은 더 잘 알겠지만 우리 영화가 제한상영을 두번 받았잖아. 그러니까 방송에 나오고 그러믄은 내가 얼굴을 들 수가 없어. 제한상영가를 받어노니까 아이 너무 고민이 많아가지고. 그러다 이번에 상영허가를 받으니까 마음이 날 것 같고. 큰애기 마냥 들뜬 마음이여. 활발해진 거지. 요새는 새벽 3시까지 이야기하고 그래. 그냥 잠이 안 와서 또 너무 재밌어서 날새기도 치고 그렇지.

이순예: 영화를 찍었는데 난 바로 상영이 되는 줄 알았더니 제한상영받았다고 그러니까 기가 막혔어요. 젊은 감독이 늙은 사람들 세계를 알렸다고 봐야죠. 어후, 내가 근데 망신을 당한 거야. 우린 용기를 가지고 즐겁게 사는 그 장면을 보여주기 위해서 신선한 마음으로 영화를 찍었는데 제한상영을 받다니. 참 내가 부끄러워서 갈 데가 어딘가 그랬다니까. 이 영화 언젠가 ‘다시 뜰 거다’ 하면서도 만에 하나 안 뜬다면 애들 말대로 어느 절로 가야지 그랬어. 너무 민망시러워서.

박치규: 누구더라. 김수용 감독. 맞아. 나랑 동갑이라고 일흔셋. 섭섭해서 난 그랬어요. 기준이 있어서 판정을 그렇게 했다는데 잘못 된 거 아니냐 정 안 되면 헌법재판소에 제출해보면 어쩌냐. 더헌 영화도 많잖아요. 근데 우리 정도가지고 제한상영을 준다는 것은 판정을 잘못한 거 아니냐, 난 그렇게 서운했어요. 진정서를 내던가 할 수 있는 건 뭣이든 하겠다 그랬어요. 거기에다 이북서 온 <동물의 쌍붙기> 영화 있잖아. 그 다음에 두 번째로 우리 영화가 제한상영을 받았다니 이거 사람이 도대체 세상에, 같은 동물이라지만 연장선상에서 똑같이 취급하는 것 같고 우린 그것 때문에도 속이 많이 상했어요.

이순예: 박 감독은 얼마나 속상했겠어. 우리 중에 젤 기대를 많이 했을 텐데. 직접 촬영을 했으니까.

박치규: 박 감독 생각은 그것이 우리 영화에서 꽃이다. 더 손댈 수가 없다 그런 각오로 했어요. 그런 것 같애요.

<<<

이전 페이지

기사처음

다음

페이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