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Skip to contents]
HOME > Magazine > 스페셜 > 스페셜1
PIFF 2002 엔딩 크레딧 <1>
2002-11-29

제7회 부산영화제가 11월23일 기타노 다케시 감독의 <돌스> 상영을 마지막으로 성대한 축제의 나날들을 끝마쳤다. 부산시의 다양한 행사에 밀려 11월14일에야 시작된 이번 영화제는, 주위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규모나 성과 등에서 합격점을 받았다. “7회라는 연륜과 관객의 꾸준한 참여, 언론의 보도 전쟁을 보며 삼박자가 잘 맞아 떨어지는 영화제라는 생각이 든다”는 호주 언론인 러셀 에드워즈의 이야기처럼, 올해 부산영화제는 안정적이라는 느낌을 주기에 충분했다.

부산영화제의 날로 성장하는 면모는, 우선 규모에서 확인된다. 이번 행사에는 해외 770명을 포함, 3834명의 게스트가 참여했다. 개·폐막식 게스트까지 포함하면 5318여명으로 지난해 3700여명에 비해 크게 늘어난 수치. 해외 기자도 125명 참여, 지난해 72명보다 월등히 많았다. 또 57개국에서 226편의 작품이 상영된 이번 영화제에서는 20만4천여석의 좌석 중 16만7300여석 정도가 들어차 80.7%(지난해 78.1%)라는 높은 점유율을 기록했다. 부문별로는 개폐막작이 98.5%로 가장 높았고, 아시아영화의 창이 80.9%, 월드시네마가 86.7%, 와이드 앵글이 83.1%를 보였다. 주목할 만한 부문은 한국영화 파노라마 부문과 뉴 커런츠로 각각 91.6%, 86.9%의 점유율을 기록했다. 반면 부산시민회관에서 열린 오픈시네마는 67.1%로 저조한 성적이었다. 특별 프로그램 중 오시마 나기사 회고전은 86.6%, 대만영화 특별전은 68.3%, 김수용 감독 회고전은 73.2%였다. 이번 영화제 동안 관객과의 대화는 모두 112회, 상영은 371회였다.

이런 폭발적인 반응 속에서 각종 상의 주인도 가려졌다. 뉴 커런츠상은 한국 박찬옥 감독의 <질투는 나의 힘>과 인도 카날라 사스트리 감독의 <의례… 열정>이 공동 수상했다. 30년 동안 인도에서 영화평론을 하던 사스트리 감독의 <의례… 열정>은 인도사회의 전통과 모더니즘, 구세대와 신세대 등의 대립을 아버지와 아들의 이야기로 녹여낸 작품. 지난 21일 출국해 시상대에 오르지 못한 그는 출국 전 가진 인터뷰에서 “춤과 노래만을 담은 뮤지컬영화로 현실의 고통을 덮어버리는 인도 영화계의 풍토가 싫어 직접 영화를 만들게 됐다”고 설명했다. 국제영화평론가협회(FIPRESCI)상은 박진표 감독의 <죽어도 좋아>가 수상했다. <죽어도 좋아>는 뉴 커런츠상 특별언급과 PSB 인기상도 가져갔다. 아시아영화진흥기구(NETPAC)상은 김인식 감독의 <로드무비>에 돌아갔고, 단편영화와 다큐멘터리 작품을 대상으로 하는 선재·운파펀드상은 이형석 감독의 <호흡법, 제2장>, 이지영 감독의 <철로 위의 사람들>과 박기복 감독의 <영매- 산 자와 죽은 자의 화해>가 받았다.

수상결과에서도 드러나듯 한국영화에 대한 관심은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상당히 높았다. 해외 평론가나 영화제 관계자들은 박찬옥 감독의 <질투는 나의 힘>, 박진표 감독의 <죽어도 좋아> 등을 ‘부산의 발견’으로 꼽기를 주저하지 않았으며, 다른 한국영화에도 꽤 관심을 기울였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로테르담영화제는 <질투는 나의 힘>을 비롯한 4편의 한국영화에 초청 제의를 했고, 베를린영화제는 <밀애>를 영포럼 부문에 초청했다. 도빌영화제 프로그래머 제레미 세기는 “한국의 영화들을 보며 일본과 중국, 아니 유럽의 어디와도 다른 독특한 상상력을 발견했으며, 여성 감독, 다큐멘터리 감독들의 약진이 신선했다”고 평가했다.

영화제쪽이 단단하게 자리를 굳혔다면, 해운대 지역에서 열린 부산프로모션플랜(PPP), 부산필름커미션박람회(BIFCOM) 등 아시아 영화산업 관련 행사는 가파른 성장세를 보였다. 11월18일부터 20일까지 열린 제5회 PPP는 규모와 내용면에서 역대 최고를 기록했다. 35개국 300여개 업체의 1천여명이 참가해 500여건의 비즈니스 미팅을 가진 이번 행사에는 할리우드 메이저 스튜디오 대부분이 참여, 높아진 위상을 실감케 했다. 민규동 감독의 <솔롱고스>, 이성강 감독의 <살결>, 허우샤오시엔 감독의 옴니버스 영화 <내 생애 최고의 날들> 등이 많은 관심을 받았다. 20일 열린 PPP 폐막파티에서 부산상은 홍상수 감독의 <다섯번째 프로젝트>와 <내 생애 최고의 날들>이 공동 수상했고, 후버트 발스 펀드상은 <>(리리 리자), 코닥상은 <솔롱고스>, BFC상은 <윤년의 사랑>(치크), 예테보리영화제 펀드상은 <둑길>(리유)이 각각 받았다. 뉴 디렉터스 인 포커스(NDIF) 프로젝트를 대상으로 하는 아이픽처스상은 우리(우민호, 이석근) 감독의 <무기여 안녕>이 받았다.

15개국 41개팀이 참여한 가운데 11월19일부터 21일까지 열린 BIFCOM 행사장도 관계자들로 붐볐다. “정부 통제가 엄격한 중국을 비롯해 싱가포르, 홍콩 등지의 활발한 참여를 보고 솔직히 놀랐다”는 기타규슈 필름커미션 안도 히데카즈의 이야기처럼 좋은 평가도 받았다. 특히 내년부터는 PPP의 한국영화 마켓과 BIFCOM을 통합, 로케이션부터 촬영, 후반작업, 작품 판매를 아우르는 아시아영화의 종합 마켓 아시아영화산업센터(AFIC)가 열릴 예정이어서, 아시아영화진흥기구(NETPAC)까지 유치한 부산은 그야말로 아시아 영화의 중심으로 발돋움할 전망이다. 또 PPP 기간 중에는 아시아 영화계가 서로 연계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하기 위한 아시아영화산업네트워크(AFIN)에 관한 논의도 활발하게 벌어졌다.

문제점도 발견됐다. 특히 올해 처음으로 시도된 남포동-해운대 분산상영은 부산의 심각한 교통난과 연계 교통수단의 미비, 해운대쪽 인프라의 부족 등으로 성공적이지 못했던 것으로 평가된다. 모리츠 데 하델른 베니스영화제 집행위원장도 “얼마전까지 베를린영화제에서도 그런 문제가 있었지만 영화제의 분위기를 조성하기 위해선 반드시 개선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부산영화제의 하이라이트라 할 수 있는 관객과의 대화도 6회가 취소돼 관객에게 실망감을 안겨줬다. 3회가 추가되긴 했지만, 취소작 중 박찬욱 감독의 <복수는 나의 것>, 바흐만 고바디 감독의 <고향의 노래>, 마니제 헤크맛 감독의 <여성교도소> 등 기대작이 많았다는 점이 관객을 더욱 안타깝게 했다. 이와 관련 <누벨 옵세르바퇴르>의 비룔리 브루노는 “부산영화제가 아시아 대표 영화제로서의 위상을 갖추기 위해서는 게스트 리스트부터 신경 써야겠다”고 이야기한다. 또 개막식장의 ‘드레스코드’ 문제나 게스트 티켓 부족, 영화와 무관한 부스로 인한 PIFF 광장의 무질서, 통제되지 않는 영화사들의 홍보전, 사전홍보가 부족했던 상영 10분 뒤 입장금지 조치 등도 지적할 문제들.

이용관 부집행위원장은 “남포동 지역에 상영관을 잡는 게 어려워 불가피하게 해운대쪽을 추가할 수밖에 없었다. 결국 불규칙한 개최 시기 문제나 상영관 확보난 등을 해결하기 위해서도 부산영화제 전용상영관을 갖는 것이 더욱 절실하다”고 말한다. 전용관 건립에 대해 대선 주자들이 모두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고, 부산시가 내년부터 전용관 건설의 타당성을 연구할 계획이며, 중구와 해운대구가 전용관을 유치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이상 부산영화제의 오랜 숙원인 전용관 건설문제는 순풍을 탈 전망이다.

영화마켓이 생기고 전용관 확보에서 급물살을 타게 될 내년 8회 행사는 여러 모로 부산영화제에서 중요한 전기가 될 전망이다. 이번 영화제 기간에는 8회 행사에 기대를 걸게 하는 두 가지의 언급이 있었다. 하나는 내년 부산영화제가 10월2일 열린다는 반가운 소식. 3년 만에 선선한 가을 밤의 야외상영을 즐길 수 있게 된 것이다. 또 하나는 “내년에는 정신 못 차릴 정도로 화려한 게스트를 데려오겠다”는 한 영화제 간부의 발언. 부산영화제는 한해의 행사를 채 되새김질하기도 전에, 다음해의 화려한 무대를 기대하게 하는 이상한, 그리고 즐거운 축제인 모양이다. 글 문석 ssoony@hani.co.kr, 심지현 simssisi@dreamx.net·사진 <씨네21> PIFF 사진팀

<<< 이전 페이지

기사처음

다음

페이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