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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 서울퀴어아카이브] 오늘날, 퀴어에게 아시아란? [1]
2002-12-02

아시아에서 퀴어영화는 어떠한 고민을 하고 있는가. 아시아의 성적 소수자들의 삶은 어떠한가. 서울퀴어영화제조직위원회가 지지난해 퀴어영화제 이후 오랜 침묵을 깨고 마련하는 ‘2002 서울퀴어아카이브’는 ‘글로벌 퀴어, 오리엔탈 호모-아시아퀴어영화의 새로운 흐름’이라는 주제하에 아시아 퀴어영화의 근작들을 소개한다. 오는 12월4일부터 8일까지 서울아트시네마에서 아시아의 퀴어영화 15편이 상영된다. 이번 퀴어아카이브에서는 올 한해 퀴어영화계 최대 화제작이라 일컬어지는 중국 관금붕 감독의 <란위>를 비롯하여 일본 독립영화감독 가자마 시오리의 근작 <화성의 캐논>, 매우 새로운 접근법을 통해 퀴어의 정체성을 읊조리는 일본 아카하시 도시코의 <축복> 등 최근 몇년간 아시아 지역에서 만들어진 뛰어난 퀴어영화들이 관객을 기다리고 있다.그냥 퀴어영화가 아니라 ‘아시아의 퀴어영화’라는 단어의 조합을 볼 때 거기에 담기는 문제의식은 어떤 것일까. “세계의 성적 소수자들은 전 지구적 자본주의 시대의 글로벌 퀴어이다. 그러나 한편 아시아에서 서구적인 문화의 변종으로서의 동성애 정체성은 이성애적 민족주의의 타자가 되어 혐오와 적대의 대상이 되기도 한다. 따라서 아시아의 게이들은 자신의 나라로부터 혹은 민족으로부터 버림받은 떠돌이이다. 아시아 공동체를 꿈꾸는 서로 다른 패권적인 언어가 경쟁하는 오늘날, 과연 퀴어들에게 아시아란 무엇일까 과연 우리에게 민족과 국가는 무엇이며 우리가 살아가는 세계는 무엇일까”라는 물음이 이번 퀴어아카이브의 모든 영화 속에 들어 있다. 영화들은, 그 고민의 치열함만큼이나 영화적으로 새로운 스타일과 문제의식을 보이고 있어, 퀴어아카이브가 “근년 아시아 지역의 가장 탁월한 지역적인 영화운동의 흐름은 성적 소수자에 관한 영화들이라 확신”하는 것도 무리가 없어 보인다. 퀴어영화계의 ‘발견’이 곧 전체 영화계의 ‘발견’이 될 수 있음도 그 때문일 것이다. 눈여겨볼 만한 퀴어아카이브의 상영작들을 소개한다.최수임 sooeem@hani.co.kr

란위관금붕 | 중국 | 87분 | 2001년익명의 작가가 쓴 중국의 인터넷 소설 <북경동지> 혹은 <란을 사랑한 사람>에 바탕한 극영화. 시골 출신의 대학생 란위와 신흥사업가 한동의 사랑과 욕망을 뜨겁고도 차분한 톤으로 그려낸다. 게이 바에서 만난 한동과 란위는 하룻밤을 보낸 뒤 사랑하는 사이가 된다. 그러나 가문을 이어야 하는 한동은 란위에게 이별을 고하고 사업 관계 에서 만난 여통역사와 결혼식을 올린다. 몇년 뒤, 란위와 한동은 우연히 다시 만나 서로를 향한 사랑을 풀어 놓는다. 만나고 사랑하고 이별하고…. 그 평범함에 이 영화는 `동성애 정체성의 정치학과 무관한 신파멜로`라는 비난을 사기도 한다. 하지만, 마치 <화양연화>와도 같은 절제된 슬픔과 함께 이 러브스토리는 그러한 비난을 넘어설 만큼 강한 흡인력을 갖고 있다.

▶ [2002 서울퀴어아카이브] 오늘날, 퀴어에게 아시아란? [2]▶ [2002 서울퀴어아카이브] 오늘날, 퀴어에게 아시아란? [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