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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 리포트] 카메라로 쓴 프랑스 현대사
2002-12-09

퐁피두센터에서 다큐멘터리 감독 장-루이 코몰리 회고전 열려파리의 퐁피두센터가 11월13일부터 24일까지 다큐멘터리 감독으로 장-루이 코몰리 감독에게 존경을 바치는 프로그램을 준비했다. 시네필들에게 코몰리란 이름은 무엇보다 60년대 후반 <카이에 뒤 시네마>가 급격히 정치화된 역동적이면서 혼란스런 시기 편집장을 맡아 ‘기술과 이데올로기’라는, 인간의 개입 이전에 카메라 자체의 객관성에 의문을 던지는 일련의 글들을 발표한 전설적인 평론가를 떠올리게 한다. 같은 시기 활동한 장 나르보니가 영원한 평론가로 강의와 출판에 전념한 것과 대조적으로 코몰리는 68년부터 작품활동을 병행하기 시작했다.1983년까지 전념한 픽션영화가 평론가로서의 명성에 비해 큰 주목을 받지 못했다면, 89년부터 <르몽드> 기자인 미셸 삼송과 공동감독한 프랑스 남부 마르세유시의 선거를 기록한 7편의 다큐멘터리는 이론가, 평론가로서 훈련된 코몰리의 시선이 현실의 역동성에 부딪혔을 때 가장 빛을 발한다는 것을 잘 보여준다. 마르세유 지역은 지중해를 끼고 바로 전 프랑스 식민지였던 알제리를 마주하고 있어 현재 프랑스사회의 가장 다루기 어려운 문제로 꼽히는 이민정책과 이민자의 통합정책이 다른 지역에 비해 앞서 제기된 곳 중 하나에 속한다. 프랑스 점령기의 알제리에서 출생한 코몰리 감독은 마르세유가 이민자들이 끊임없이 교차하는 국제도시로 극적인 요소들을 분출하는 역동적인 도시라는 점에 매료돼 다큐멘터리 작업을 시작하게 됐다고 밝혔다.특히 <카이에 뒤 시네마> 평론가 시절부터 코몰리 감독이 고민해온 정치와 영화의 관계를 실제 영화작업에서 확인하는데 마르세이유 지역에서 극우파 국민전선이 부상하는 과정을 담은 <지방 선거>(1992)는 좋은 자료가 됐다고 한다. 특히 감독의 개인적인 정치성향으로 볼 때 타도해야 할 적에 해당되는 극우파 정치인들의 발언을 감독의 개입없이 객관적으로 담는다는 문제가 감독을 알코올중독으로까지 빠지게 만든 고민거리였다고 한다.코몰리 감독이 얻어낸 교훈은 비록 적의 입장을 정당화시켜줄 위험이 있거나 적에 의해 감독의 관점이 흔들릴지라도 다큐멘터리 감독은 적이 가진 역동적인 힘과 지능을 그대로 보여줘야 한다는 것.이번 회고전을 기회로 <르몽드>는 코몰리 감독의 다큐멘터리 작업의 의미를 두 가지로 정리했다. 하나는 프랑스의 변화를 집약하는 도시로서 마르세유의 급변하는 정치경제문화적 상황의 기록이라는 점과 다른 하나는 하나의 스펙터클이면서 재현체계이기도 하고 인간관계와 믿음의 문제라는 공통점을 지닌 영화와 정치의 관계에 대한 성찰의 기록이라는 점이다.파리=성지혜 통신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