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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리아 카잔 감독의 <에덴의 동쪽>
2002-12-11

젊은이의 음지

East of Eden, 1955년감독 엘리아 카잔 출연 제임스 딘EBS 12월15일(일) 낮 2시

“나는 사랑받기를 원한다. 이것이 마를렌 디트리히다.” 여배우 마를렌 디트리히는 생전에 이런 이야기를 남겼다. 남자배우 중에서 비슷한 이야기를 했어도 어색하지 않았을 인물은, 제임스 딘 아닐까 제임스 딘은 모순투성이의 배우다. <에덴의 동쪽>과 <이유없는 반항> 그리고 <자이언트>, 세편의 영화를 통해 그는 청춘의 영원한 우상이 되었다. 처절한 자기파괴와 자학의 몸부림을 스크린에 각인시킨 이 배우는, 이상하게도 청춘의 그림자에서 멀어질수록 그 진가를 새삼 깨닫게 되는 존재라서 신비롭다.

<에덴의 동쪽>은 존 스타인벡의 원작을 영화로 옮긴 것. 농장을 경영하는 아담에겐 아론과 칼이라는 아들이 있다. 아론이 아버지의 전폭적인 사랑과 신뢰를 받고 있다면 칼은 반항적이다. 칼은 아론을 내심 질투하며 아버지와의 갈등 때문에 더 성격이 비뚤어져간다. 아론의 여자친구인 에이브라는 비교적 칼의 선한 마음을 이해하는 편이다. 칼은 아버지의 사업이 위태롭자 자신이 번 돈을 건네지만 아버지는 차가운 반응을 보일 뿐이다. 이에 분노한 칼은 아론에게 생모가 생존해 있다는 충격적인 소식을 알린다.

<에덴의 동쪽>은 성서에서 모티브를 빌려오고 있다. 아담의 사랑을 독차지한 아들, 그렇지 못한 아들의 갈등을 부각한 이야기를 토대로 하는 것이다. 영화는 1950년대 남성 위주로 짜여진 할리우드 가족드라마다. 제임스 딘이 연기하는 아들 칼은 아버지에게 인정받기 위해 안간힘을 쓰지만 번번이 실패한다. 기성세대와 갈등을 겪고 있는 청춘에 관한 스케치는 니콜라스 레이 감독의 <이유없는 반항>(1955)에서 유사한 예를 찾을 수 있다. <이유없는 반항>이 부권 회복에 관한 것이라면 <에덴의 동쪽>은 애정을 갈망하는 아들에 무게중심이 놓인다는 차이가 있다. <에덴의 동쪽>은 엘리아 카잔 감독작이다. 카잔 감독은 예술적인 명성만큼 불명예를 함께 짊어진 감독으로 알려진다. 1950년대 메카시즘이 미국사회를 강타했을 당시, 동료 영화인을 공산주의자로 밀고한 혐의로 이후 할리우드의 아웃사이더가 되다시피했다. 그럼에도 메소드 연기에 대한 강조, 이탈리아 네오리얼리즘의 영향을 할리우드에 전한 것 등의 공로는 무시하지 못할 종류의 것이다.

원래 엘리아 카잔 감독은 연극 연출가였다. <욕망이라는 이름의 전차>(1951)는 감독의 경력을 엿볼 수 있는, 즉 연극적 연출을 영화에 투영한 결과물이었다. <에덴의 동쪽>에서 카잔 감독은 흥미로운 시각 스타일을 과시한다. 이른바 ‘동작선’(Line of Action)을 허물고 카메라의 위치를 임의로 조작할 수 있음을 보여주는데 이것은 인물의 감정적인 흐름이 급격하게 무너지는 순간과 거의 일치한다. 영화 후반부, 특히 칼이 아버지와 갈등을 겪는 실내장면에서 이 방식은 영화를 보는 이에게 꽤 깊은 충격을 안겨주고 있다. 김의찬/ 영화평론가 garota@empa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