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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립 ·단편영화 <호모 파베르>
2002-12-11

유쾌하고 섬뜩하고

거듭 말하지만 단편영화의 힘은 대체로 반복, 점층, 반전 등으로부터 나온다. 하지만 말은 쉬워도, 대부분의 단편 감독들에게 이것이 쉬운 일은 아닌 모양이다. 감독이 제시할 ‘짧은 정보’를 어떻게 배치할 것인가, 그것이 관건인 것이다. <호모 파베르>(윤은경·김은희 연출/ 16mm/ 컬러/ 15분/ 2001년)는 그 ‘짧은 정보’를 두고 관객과 벌이는 게임에서 승리한 작품이다. 충식은 정해진 시간이면 부리나케 집으로 돌아와서는 신발을 가지런히 놓는다. 독수리 눈을 한 아버지는 밥상머리에서 ‘숟가락은 왼쪽, 젓가락은 오른쪽’을 외치고, 밥에 든 돌을 씹자 어머니에게 가혹한 징벌을 내린다. 그래서 엄마는 집을 나가지만, “나갔으니까 들어와야죠” 하면서 기어들어온다. 리듬감 있는 편집과 특색있는 앵글 그리고 판타스틱한 조명 등 코믹하고 장난기 가득하지만 여러모로 심상찮고 만만찮은 작품이다. 하지만 무엇인가를 암시하는 반전은 보는 사람에 따라 판단이 달라질 수 있다고 본다. 이야기는 ‘살부의식’으로 가득 차 있지만 코믹한 묘사와 암시로만 이루어져 있기 때문이다. 유쾌함과 섬뜩함의 공존 또 다른 작품인 <어깨동무>(김정훈 연출/ 16mm/ 컬러/ 17분/ 2001년)는 누나에게 짓눌리고 도서대여점에서도 구박받는 키작은 고등학생의 비애를 그린 작품이다. 이효인/ 영화평론가 yhi60@yaho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