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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제 열리는 장 뤽 고다르,그 여백의 영화세계 <4>
2002-12-12

썩은 세상,나는 영화를 가지고 싸운다

네 멋대로 해라 A Bout de Souffle1960년 ┃ 90분 ┃ 출연 장 폴 벨몽도, 진 세버그

1962년의 어느 인터뷰에서 고다르는 자신의 장편 데뷔작 <네 멋대로 해라>가 애초에 자기가 생각했던 것과는 다른 영화가 되었다며 이렇게 말한 바 있다. “나는 리처드 콰인의 <푸쉬 오버>(1954)와 같은 리얼리즘적인 영화를 만들었다고 생각했으나 그렇게 되지 않았다.” 프랑수아 트뤼포가 제공해준 이야기를 가지고 고다르가 만들어보고자 했던 것은 다분히 (고전적) 할리우드적인 의미에서의 리얼리즘적인 갱스터영화였던 것이다. 그러나 고다르 자신의 개인적인 기질이나 제작환경 등은 그걸 허용하지 않았다. 결국 그가 만들어낸 영화는 대략의 스토리라인만 전통적인 장르영화에 속한 것일 뿐 그것을 이야기하는 방식에서는 철저히 전통을 거스르는 것이었다. 전체적인 분위기나 영화를 구성하는 방식에서 아나키스트적이었던 이 영화는 개봉 당시 쏟아졌던 비판들을 돌파하고서 영화사의 새로운 페이지를 열고야 말았다. 그리고 지금까지도 보는 이를 말 그대로 ‘숨막히게’ 만든다.

작은 병정 Le Petit Soldat1960년 ┃ 88분 ┃ 출연 미셸 쉬보르, 안나 카리나

브뤼노 포레스티에는 제네바에 거주하고 있는 프랑스인으로 반FLN(알제리민족해방전선) 조직을 위해 일하고 있다. 어느 날 그는 조직으로부터 요인 암살 명령을 받지만 실존적인 권태와 무력감에 젖어 행동에 착수하기를 꺼리게 된다. <작은 병정>은 알제리 문제를 배음으로 깔아놓은 일종의 (정치적) 스릴러영화이다. 그러나 여기서 잘 드러나는 것은 고다르의 명확한 정치적 진술이라기보다는 실존주의에 대한 그의 매혹쪽에 좀더 가까운 것 같다. 영화는 시종 주인공 브뤼노의 보이스오버 내레이션을 들려주면서 다분히 유동적인 그의 사고의 단편들과 혼란한 마음상태를 보라고 한다. 하지만 소재의 예민함으로 인해 <네 멋대로 해라>에 이어 만들어진 고다르의 이 두 번째 장편영화는 1963년까지 거의 3년 동안 개봉이 금지되었다. 주인공 브뤼노를 연기한 미셸 쉬보르는, 훗날 이 영화에 매혹된 클레르 드니 감독의 <아름다운 직업>(1999)에서 외인부대 사령관 브뤼노로 돌아오기도 했다.

여자는 여자다 Une Femme est une Femme1961년 ┃ 84분 ┃ 출연 안나 카리나, 장 클로드 브리알리, 장 폴 벨몽도

고다르식의 스타일로 만들어진 스탠리 도넌식의 뮤지컬영화가 <여자는 여자다>이다. 고다르는 이 영화가 뮤지컬코미디에 대한 비판으로서 만들어진 영화가 아니라고 말한다. 그에 따르면 이것은 일종의 검시(檢屍) 같은 것이다. 당시에 고다르는 “뮤지컬은 죽었다”고 말했다. 그리고 이 영화는 그 죽어버린 장르에 대한 노스탤지어를 품고서 만들어졌다는 것이다. 영화는 아이를 갖고 싶어하는 여자 안젤라를 중심으로 전개된다. 그녀는 자신의 바람을 현실화하고자 동거하는 남자친구 에밀에게 아이를 갖자고 말하지만 에밀은 거절한다. 그러자 안젤라는 에밀의 친구인 알프레드에게 다가가게 된다. 고다르로서는 처음으로 활용하는 컬러의 시네마스코프 화면 안에 활기찬 에너지를 불어넣은 이 영화는 고다르의 미국영화에 대한 사랑뿐 아니라 당시 그의 아내 안나 카리나에 대한 사랑에 의해서 추동된 것이기도 하다. 영화평론가 조너선 로젠봄은 이 영화에 대해 “카리나와 당시 고다르가 그녀에 대해 가졌던 감정들에 대한 매우 개인적인 ‘다큐멘터리’로서 가장 기억할 만한 작품”이라고 말한 바 있다.

기관총 부대 Les Carabiniers1963년 ┃ 85분 ┃ 출연 알베르 주로, 마리노 마세, 카트린 리베이로, 주느비에브 갈레아

어느 시골의 농부들인 미켈란젤로와 율리시즈는 왕의 징집명령을 받고 전쟁터로 보내진다. 전장에서는 어떤 일을 해도 괜찮고 나중에는 부유해질 것이라는 왕의 약속을 ‘순진하게’ 믿고서. 두 주인공은 이제 아무 거리낌없이 살인과 강간, 약탈을 일삼는다. 고다르가 만든 전쟁영화인 <기관총 부대>는 아주 간결한 스토리라인 안에다가 반전의 메시지를 삽입하고서 드골 정권의 프랑스를 비판하는 정치적인 영화다. 다른 한편으로 이것은 거리두기의 장치들을 이용해 영화형식 자체의 정치성을 문제삼는다는 점에서도 정치영화라 불릴 만한 영화다. 요컨대 고다르의 정치적 의식의 성장과 아울러 형식에 대한 그의 좀더 심화한 고민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기관총 부대>는 고다르의 필모그래피에서 중요하게 다뤄져야 할 영화인 것이다. 그러나 개봉 당시 이 영화는 상업적으로도 비평적으로도 냉대만 받았다. 미셸 쿠르노 같은 이는 <기관총 부대>를 두고 “서투르게 만들어졌고 서투르게 조명이 이용되었으며 모든 게 서투른 영화”라고 평했다. 이에 대해 고다르 자신은 “나는 그런 말을 정말이지 칭찬이라고 여긴다”고 대꾸했다고 한다.

경멸 Le m Pris1963년 ┃ 105분 ┃ 출연 미셸 피콜리, 브리지트 바르도, 잭 팰런스

카를로 폰티, 조르주 드 보르가르, 조셉 레빈이 제작자로 참여한 <경멸>은 고다르에게 처음으로 꽤 많은 액수의 제작비와 브리지트 바르도 같은 국제적인 스타를 제공해준 영화다. 제임스 모나코가 지적했듯이, 이 영화를 바라보는 한 가지 방식은 제작자들에 의해 보잘것없는 위치에 놓인 피고용인 고다르 자신에 대한 익살맞은 ‘다큐멘터리’로 다루는 것이다. 예컨대 독단적이고 무지한 미국인 제작자 제레미가 조셉 레빈의 잔영이라면, 품위있고 사려 깊은 지적인 영화감독 프리츠 랑(랑 자신이 직접 연기하는)은 고다르를 매료시켰던 과거의 위대한 시네아스트의 상징으로 볼 수 있다. 고다르 자신의 투영임이 분명한 프랑스인 시나리오 작가 폴 자벨은 이 둘의 세계 가운데 어딘가에 엉거주춤하게 서 있다. 돈으로 문화를 사들이는 세계와 환경에 대한 개인의 투쟁을 믿는 세계 사이에서 그는 어정쩡한 자세로 표류할 뿐이다. 폴이 아내로부터 ‘경멸’을 사는 이야기와 영화제작 이야기를 함께 들려주면서 고다르는 사랑의 배신, 그리고 영화의 종말과 배신을 함께 이야기한다.

영화제 열리는 장 뤽 고다르,그 여백의 영화세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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