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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웅과 무사의 재림, 대륙이 술렁인다
2002-12-16

장이모의 <영웅>과 김성수의 <무사> 개봉 임박, 장위안의 <사랑해> 등 중국영화 인기 높아 12월 초 현재, 베이징 극장가는 베이징의 매서운 겨울바람만큼이나 썰렁하기 그지없다. 이는 (중국영화를 뜻하는) ‘국산’영화로 넘쳐나던 지난 11월의 극장가와 비교한 상대적 평가이다. 11월 개봉한 십수편에 이르는 국산영화가 하나둘 간판을 내리는 요즘, <본 아이덴티티> <배드 컴패니> <스파이 키즈드> 등 철 지난 외화가 그 자리를 대신하고는 있지만 지난달 풍성한 국산영화들의 향연에 비한다면 초라해 보인다.지난 11월 초부터 베이징뿐 아니라 중국 전역의 거리는 ‘十六大’로 시작되는 공산당의 선전문구로 붉게 물들어 있다. ‘十六大’란 중국 공산당의 ‘제16차 전국대표자대회’를 이르는 말로, 때맞춰 이를 기념하기 위한 다양한 문화행사가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다. 영화계쪽도 예외는 아니어서 ‘공산당의 대표자회의를 영접’한다는 명분의 ‘국산영화전’이 11월부터 중국 전역의 극장가를 수놓았다. 당의 큰 행사를 기념하는 영화전이니만큼 개봉한 영화들의 면면을 살펴보면, 중국사회에서는 여전히 유효한 마오쩌둥, 저우언라이나 덩샤오핑의 업적을 노골적으로 기리는 프로파간다영화, 당과 밀접한 소재의 영화 또는 당원 출신의 배우들이 출연하는 영화들이 대부분이다. 사회주의 체제하에서 꾸준히 제작되고 있는 당 선전영화들이 물 만난 고기처럼 한꺼번에 쏟아진 셈인데, 이러한 영화들의 틈에서 몇편의 국산영화가 눈길을 끈다.일단 감독의 인지도면에서 살펴보면 우티엔밍의 <수석집행관>과 장위안의 <사랑해>를 들 수 있다. 우티엔밍은 국내에서는 <노정>이나 <변검>으로 알려진 4세대 노장 감독으로 국내에는 소개되지 않은 <비상애정> 이후, 5년 만에 메가폰을 잡았다. 장이모가 주연을 맡기도 했던 <노정> 때문인지 중국 내에서는 ‘농민 감독’으로 통하기도 했던 우티엔밍이 이번에 주목한 현실은 중국의 재계. 중국의 한 전자제품 기업이 세계시장으로 진출하기까지의 여정을 주내용으로, 중국의 WTO 가입에 즈음하여 중국 기업의 위상을 선전하려는 색채가 짙은, 이번 영화전의 취지에 부합하는 영화라 할 수 있겠다. <노정>이나 <변검> 같은 작품을 기대하고 이번 작품을 감상하는 관객이라면 조금은 실망스러울 수도. 우티엔밍은 현재 재계에서 정계로 눈을 돌려 <용년당안>이란 연속극을 준비 중이다. 장위안의 <사랑해>는 최근작 <녹차>에 앞서 지각 개봉하는 작품이다. 얼마 전 폐막한 부산국제영화제를 통해서도 소개된 작품으로 장위안에게는 이후 두 번째로 정부의 정식 허가를 받아 공개하는 작품이다. 기묘한 인연으로 만난 두 남녀의 결혼 전후 상황을 리얼하게 묘사한 작품으로 결혼 직후 변해버린 남녀의 관계를 특히 사실적으로 기록하고 있는데, 5분여가 넘는 남녀간의 말다툼신이 인상적이다. 펑샤오강과 호흡을 맞춰온 극작가 왕슈오의 소설 <만족 뒤의 죽음>을 각색한 <사랑해>는 와는 대조적으로 현재 전국 관객 400만명 이상을 동원하며 흥행몰이를 하고 있는 중이다. 한때 ‘지하전영’의 선두주자였던 장위안은 이제 국가광전국의 검열시스템에 안착한 듯 보인다. 그의 차기작 <녹차>는 내년 2월 개봉예정이다. <사랑해>를 제치고 현재 베이징 극장가의 흥행수위를 차지하고 있는 작품은 장지엔야 감독의 <극지영구>. 지금까지 개봉한 국산영화 중에서는 최대의 투자규모인 2천만 인민폐가 투여된 작품으로 중국 최초의 순수 디지털영화라 할 수 있다. 그 동안 중국 내에서도 몇 차례 디지털 장편영화의 시도가 있었지만 <극지영구>와 같이 영화의 3분의 1 이상을 필름을 사용하지 않고 디지털 기술로 완성한 사례는 전무하다. 사실 장지엔야 감독의 영화이력을 살펴본다면 이번 시도는 예상된 일이기도 하다. 3년 전, <긴급착륙>이란 영화로 중국영화 사상 최초로 CG 특수효과를 시도했던 그가 <극지영구>로 한층 업그레이드된 특수효과를 선보이고 있는 것이다. 중국 ‘과학기술’영화의 선봉장인 장지엔야는 우리에게는 상대적으로 덜 알려진 5세대 감독. 티베트의 장대한 설원을 배경으로 하는 이 ‘재난영화’는 홍콩 배우 막문위가 주연을 맡고 있다.올 금계백화영화제 최대 화제작 <아름다운 발>도 드디어 일반 관객과의 만남을 갖는다. 예상을 뒤엎고 최우수 작품상, 감독상, 여우주연상, 여우조연상 등 주요 부문을 휩쓸며 첸카이거의 고개를 숙이게 만들었던 영화 <아름다운 발>(사진)은 <베이징 바이올린>과 마찬가지로 배우의 공로가 큰 영화. 이제는 중국영화 중 하나의 장르로 자리잡은 중국 서부의 궁벽한 산촌지역의 삶을 소재로 삼은 ‘서부영화’로서 무지몽매한 한 산골마을 여인이 소학교를 열게 되고 이곳에 사치스럽고 안일한 삶을 누리던 베이징 처녀가 찾아오면서 이야기는 시작된다. 현지 평단은 그동안 산촌지역의 삶에만 집중했던 ‘서부영화’의 관습을 타파하고 도시 삶과의 거리를 좁히려 한 이 영화에 대부분 호의적이다. 역시 우리에겐 생소한 이 영화의 감독 양야쩌우는 중국 내에서는 <빈거울>이란 연속극으로 꽤 알려진 인물.올해 중국 내 최대 화제작인 장이모의 <영웅>이 12월20일로 베이징지역 개봉일자를 확정지었다. 이날은 <해리 포터와 비밀의 방>의 중국, 홍콩지역 개봉일이기도 하다. 한국의 <무사>도 개봉을 목전에 두고 있다. 현재, 베이징의 극장가는 폭풍전야의 고요에 휩싸여 있다.베이징=이홍대 통신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