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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립,단편영화 <나무아미타불 크리스마스> <메리 크리스마스>
2002-12-18

12월25일에 생긴 일

연말이면 언제나 나오는 말이 있다. 불우이웃을 생각하자, 차분하게 보내자, 과음하지 말자 등. 백번 지당한 말씀들이다. 그러나 그렇게 안 된다. 용기가 없어서도 아니고 매정하지 못해서도 아니고, 어쩌면 자발적으로 우리는 망가지는지도 모른다. 남 탓할 것도 없고, 그렇다고 내 탓도 할 것 없다. 그냥 그렇게 흘러가는 것이다. 그러다 어느 날 갑자기 그렇게는 살지 못할 날이 올 것이다. 혹은 문득 그렇게 살아서는 안 된다는 생각이 들어서 모든 연락을 끊고 칩거 혹은 입원할지도 모른다. 이번주 독립영화관(KBS2TV 토 새벽 1시10분)에서 방영하는 영화 두편은 그런 결심에 도움을 줄지도 모르겠다. <나무아미타불 크리스마스>(박관호 연출/ 16mm/ 컬러/ 15분/ 2002)는 예닐곱살로 보이는 동자승과 교회에 나가는 그 나이 또래의 예쁜 소녀와의 첫사랑에 관한 얘기다. 농담이다. 첫사랑은 무슨 첫사랑 둘은 좋아하고 크리스마스날 교회에 초청받은 동자승의 일거수 일투족을 다룬 영화다. 이야기는 상상만큼 그대로 진행된다. 예쁜 영화이자 독단적인 신앙인에게는 반성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 영화다. <메리 크리스마스>(권정득 연출/ 16mm/ 컬러/ 11분/ 2000)는 구주가 오신 기쁜 날 죽기로 작정한 한 남자의 어이없는 행각을 마임처럼 찍은 영화다. 물론 이 두편의 영화를 보고 더 신나게 망가질지도 모른다. 그래도 괜찮다. 젊었을 때는 망가지는 것이 더 아름답다. 이효인/ 영화평론가 yhi60@yaho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