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Skip to contents]
HOME > Magazine > 스페셜 > 스페셜1
송년기획 2002 영화인들,무엇을 이야기했나 <4>
2002-12-20

2002 Big Issues

● ● ● ● 판타지 아동문학

호그와트 학교만 잘 나가는 프랜차이즈를 배출하란 법이 있나 <해리 포터> 1편의 성공 이후 할리우드 스튜디오들은 2002년 내내 아동문학 서가를 먼지나게 뒤졌다.

이들의 특징은 대개 90분 남짓한 아담한 가족영화로 가공된 과거의 아동문학 각색물과 달리 최첨단 특수효과와 스타를 동원하고 프로덕션을 고급화한 대형 프로젝트라는 점에 있다. 이미 수차 영화화된 고전 <피터팬>과 <피노키오>는 ‘완역본’ 수준의 재현을 셀링 포인트로 내건 경우. 디즈니는 내털리 배빗의 베스트셀러 <턱 에버래스팅>을 제작했고 파라마운트는 <레모니 스니켓의 불운한 사건들> 메가폰을 배리 소넨필드에게 맡겼다. 유니버설은 닥터 수스의 <모자 속의 고양이> 영화화에 배우 마이크 마이어스와 디자이너 보 웰치를 끌어들이는 데 성공했다. <반지의 제왕> 제작 참여로 짭짤한 수익을 본 미라맥스의 하비 와인스타인도 말썽꾸러기 마술사와 그를 섬기는 요정 이야기인 <바르티메우스> 3부작 판권을 사들여 미라맥스의 프랜차이즈로 키우겠다고 기염을 토했다.

● ● ● ● 축구

<YMCA야구단> <워터보이즈> <아이언 레이디> 등 단체 종목 스포츠가 유난히 득세했던 2002년. 그중에서도 MVP는 단연 월드컵 광풍을 등에 업고 질주한 축구였으니, 경천동지할 소림사의 무공을 발끝에 모아 그물을 흔든 주성치의 <소림축구>와 편견의 태클을 피해 씩씩한 프리킥을 날리는 영국 소녀들의 성장기 <슈팅 라이크 베컴>이 각각 고향에서의 기록적인 흥행 성적을 업고 한국 원정에 나섰다. 미라맥스가 아시아를 제외한 세계 배급권을 산 <소림축구>는 프랑스에서 330만달러 수입을 올리는 등 좋은 반응을 얻어 오리엔탈리즘에 영합한 아시아영화만 서구에 팔린다는 통념을 흔드는 데 수훈을 세웠다.

<슈팅 라이크 베컴>은 데이비드 베컴 내외를 비롯한 영국 관객의 지지 위에 로카르노, 토론토, 시드니영화제 등에서 관객상을 쓸어담았다. 부천영화제 개막작 감독으로 한국을 찾은 축구팬 거린다 차다 감독은 안정환이 프리미어 리그에 진출할 경우 성공을 장담하기도. 한편 영국 프로축구 스타였던 배우 비니 존스를 스트라이커로 내세운 영국판 ‘교도소 월드컵’ <그들만의 월드컵>과 FIFA가 발주한 마스코애니메이션 <스페릭스>도 개봉됐다. 물론 이 모든 축구영화의 좌석점유율은 월드컵 극장 중계 행사의 점유율을 크게 밑돌았다.

● ● ● ● 가수들 영화 진출

90년대 말부터 ‘팝의 소녀시대’를 이끈 아이돌 브리트니 스피어스와 맨디 무어, 그리고 요절한 R&B 스타 알리야. 2002년 이들의 경연장은 그래미나 아메리칸 뮤직 어워드 같은 음악시상식장이 아니라, 바로 연초(국내에서는 여름)의 극장가였다. 이들뿐 아니다. 뒤이어 R&B 트리오 데스티니스 차일드의 ‘1/3’ 비욘세 놀즈도, 힙합의 제왕인 ‘절대 래퍼’ 에미넴도 스크린이란 무대에서 승부를 겨뤘다. 결과는 에미넴이 패자. 국내에서는 내년 2월에나 개봉될 예정이지만, 디트로이트 밑바닥 인생의 분노를 랩으로 쏟아낸 은 지난 11월 미국에서 개봉한 지 1달 만에 1억달러 이상을 벌어들였다. 수익으로만 따지면 자국 시장에서만 2억달러() 이상을 번 <오스틴 파워 골드멤버>의 놀즈가 최고지만, 파워의 옆자리였음을 감안한 성적표랄까. <워크 투 리멤버>에서 촌스런 왕따 모범생 소녀로 과감히 변신, 날라리 문제아에게 지순한 사랑을 일깨운 무어도 선전했다. 1100만달러의 저예산영화로 미국에서 제작비의 4배 이상을 벌었으며, 한국에서도 전국 관객 수 12만명을 넘기면서 스피어스와 알리야를 제쳤다. 어릴 적 단짝친구들과 성장의 여행길에 오른 스피어스의 <크로스로드>는, 자국에서 3700만달러를 벌었으나 한국에서는 소리소문없이 간판을 내렸다. 아예 제작비 3500만달러도 회수하지 못한 알리야의 <퀸 오브 뱀파이어>보다 선방한 사실에서 위로를 구할 수 있을까.

밀리언셀러 목소리의 마력도 쉽게 관객을 스크린으로 유혹할 수 없음은 주지해온 교훈이지만, 음반 시장이 하향세를 그리는 환경에서, 뮤직비디오 덕분에 전보다 카메라에 익숙해진 가수들에게 영화는 여전히 매력적인 개척영역으로 남을 것이라는 게 현지의 분석. 국내에서는 가수 비가 <바람의 파이터>로 스크린 데뷔를 준비 중이다.

● ● ● ● 필립 K. 딕

생전에는 물심양면의 고통에 시달렸으나 사후에 그 고통에서 피어난 작품들이 억대를 호가하며 앞다투어 팔렸다더라. 화가 빈센트 반 고흐가 아니라 SF소설가 필립 K. 딕의 이야기다. 평생 36권의 장편과 5권의 단편집을 낸 딕은 분열증과 각성제에 시달리다 1982년 숨졌지만 20년이 지난 2002년 스필버그의 <마이너리티 리포트> 공개에 즈음해 상종가를 쳤다. <임포스터>와 <마이너리티 리포트> 개봉에 더해 오우삼 감독이 <페이첵> 영화화에 가담했고 조지 클루니, 스티브 소더버그의 섹션 에잇은 리처드 링클레이터 감독과 손잡고 <스캐너 다클리>의 각색에 돌입했다. <엘프의 왕>에 기초한 아동영화 프로젝트도 출범한 상태. 직접 그의 작품을 각색한 과거 영화는 <블레이드 러너> <토탈 리콜> <스크리머> 정도지만 <다크 시티> <매트릭스> <트루먼 쇼>가 내비치는 딕의 영향과 <메멘토>의 역행구조가 이미 쓰인 딕의 소설을 상기하면 올해의 필립 K. 딕 붐은 갑작스런 사건도 아니다. 하지만 <마이너리티 리포트>를 비롯해 필립 K. 딕 소설의 흥미로운 설정은 빌려와도 제대로 ‘통독’하는 영화는 아직 찾기 힘들다. 죽기 전 필립 K. 딕은 리들리 스콧 감독에게 말했다. “작가로서 내 아이디어의 특수한 효과뿐 아니라 아이디어 일부도 영화 속에서 보고 싶다”고.

● ● ● ● 영국영화 르네상스

양치기 소년의 거짓말처럼 잊을 만하면 다시 잡지 표제로 등장하는 ‘영국영화 르네상스’. 그러나 2002년만큼은 그 내용이 달랐다. <트레인스포팅> <풀 몬티>처럼 미국 박스오피스에서 인정받는 영화를 계기로 운위된 과거의 르네상스와 달리, 올해 영국영화 르네상스는 ‘<빌리 엘리어트>를 계승한다는 야심이 눈곱만큼도 없는 영화들’로 인해 거론됐다는 점이 특기할 만하다. 3대 영화제만 돌아봐도 영국영화는 하나같이 각 영화제의 우등생들이었다.

베를린영화제 금곰상을 공동수상한 폴 그린그래스의 <블러디 선데이>, 칸영화제에 진출한 영국 국가대표 마이크 리의 <전부 아니면 전무>, 마이클 윈터보텀의 , 켄 로치의 <스위트 16>, 바티칸과 논전을 벌이며 베니스 황금사자상을 안은 피터 멀랜의 <막달렌 시스터즈>가 그들이다. 미국으로 간 영국 감독 스티븐 달드리는 <세월>로 전미 영화평론협회상을 지난주 안았고 샘 멘데스도 <로드 투 퍼디션>으로 건재를 과시했다. 이 밖에 린 램지의 <모번 켈러의 여행>은 새로운 시적 서사극이라는 찬탄을 얻으며 영국영화가 예술로서 영화의 전방위로 나서는 데 일조했다. 지난 10월 <채널4>의 영화 프로덕션 필름 포가 문을 닫은 사건도 “할리우드를 벤치마킹하는 노선은 무용하다”는 여론을 영국 영화계 내에 북돋우고 있다.

● ● ● ● CG 캐릭터의 역습

자자 빙크스의 수모를 씻고 말리라! 가문의 영광을 되찾으려는 CG 캐릭터들이 올해 일제히 총궐기했다. 노익장을 과시한 것은 <스타워즈 에피소드2: 클론의 습격>의 요다. 자자 빙크스의 산파들이 요다 모델을 내버리고 완전 컴퓨터그래픽으로 요다를 창조한다는 소문에 팬들은 잠깐 두려움에 떨었으나 카운트 두쿠와 요다의 광선검 결투는 <에피소드2>의 절정으로 호평받았다. 지금까지 가부좌 틀고 선문답만 하는 따분한 노인이라고 여겼던 팬들도 각성했다. 겨울 양강 <해리 포터와 비밀의 방>과 <반지의 제왕: 두개의 탑>의 화제인물도 CG 캐릭터인 도비와 골룸. 자기를 3인칭으로 일컫는 말버릇을 가진 집요정 도비는 해리 포터를 구하려다가 여러 번 사지로 몰아넣는 대책없는 말썽꾼이다. 짜증이 동할 만하면 알아서 심하게 자학하는 통에 그만 사랑스러워지는 캐릭터. <반지의 제왕: 반지원정대>에서 갈망으로 굶주린 눈과 실루엣만 맛보였던 골룸은 <두개의 탑>에서 다른 어떤 CG 캐릭터도 따를 수 없는 스크린 시간을 차지하며 250가지의 풍부한 표정과 분열된 자아를 표현하는 메소드 연기를 과시했다. 그 밖에 스쿠비 두, 스튜어트 리틀이 이름에 값하는 활약을 보였고 국내 미개봉작 <산타 클로스2>에서는 초콜릿 중독에다 당분 기운 탓인지 자주 허세를 부리는 말하는 순록 코메트가 열연했다.

<<<

이전 페이지

기사처음

다음 페이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