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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년기획 2002 영화인들,무엇을 이야기했나 <2>
2002-12-20

2002 Big Issues

● ● ● ● 큰돈 번 작은 영화들

유난히 큰 제작비의 영화가 줄줄이 개봉됐던 올해, 진정한 승자는 적은 돈을 들여 큰 수익을 낸 ‘작은 영화’들이었다. 50억원이 넘는 프로젝트 대부분이 순익분기점에 크게 못 미치며 한국영화산업 위기론을 들먹이게 한 반면, 제작비 10억원대(또는 그 아래)의 영화 중 일부는 놀라운 성과를 거뒀다. 신호탄은 김기덕 감독의 <나쁜 남자>가 쏴올렸다. 7억5천만원(마케팅비 5억원)을 들인 이 영화는 전국 70만명을 동원하며 기대 이상의 성적을 올렸다. 곧이어 이정향 감독의 <집으로…>가 영화계를 깜짝 놀라게 했다. 15억원(마케팅비 16억)의 제작비를 들인 이 영화는 전국 419만의 관객을 끌어들였다. 부가판권이나 해외수익 등을 제외한 개봉수익으로만 투자사와 제작사에 90억원 정도를 안겨준 셈. <몽정기> 또한 만만치 않게 매운 ‘작은 고추’였다. 이 18억원(마케팅비 13억원)짜리 영화는 전국 240만명 가까운 관객을 불러모았다. 3편의 단편영화를 묶은 <묻지마 패밀리>도 불과 3억5천만원(마케팅비 5억원)의 순제작비를 들여 전국 50만 관객을 동원하며 투자비용에 가까운 수익을 올렸다. 블록버스터 참패의 충격에도 한국 영화계가 성가를 누리고 지속적인 투자가 이뤄졌던 데는 작지만 힘센 이 ‘백만돌이’들의 공헌이 있었다.

● ● ● ● 김정은

<재밌는 영화>가 개봉될 때만 해도 김정은은 CF와 드라마 경력은 화려하지만 영화쪽엔 아직 준비가 안 된 그저 ‘원 오브 여배우’로 보였다. 기존의 유쾌발랄한 이미지를 그대로 스크린으로 옮겨온 듯한 <재밌는 영화>에서의 그의 연기는 오버액션이라는 평가마저 들었다. 하지만 <가문의 영광>이 대성공을 거두자 분위기는 급반전됐다. 요조숙녀와 전라도 조폭 가문의 자손 사이를 오가는 그녀의 ‘이중인격’ 연기는 흥행의 견인차 역할을 했다. 특히 그녀가 울먹이며 <나 항상 그대를>을 부르는 장면은 관객이 꼽는 최고의 장면이었다. 불과 1년도 안 되는 사이에 김정은은 영화 한편에 3억원이라는 최고의 개런티를 받는 ‘톱 오브 여배우’가 된 것이다. 시도 때도 없이 웃어대는 이 ‘명랑처녀’의 성공기는 내년에도 <나비> 등으로 이어질 전망이다.

● ● ● ● DVD의 정착

불과 3년 전만 해도 사람들로 하여금 “그걸로 영화도 볼 수 있어요”라는 질문을 자아냈던 영상매체 DVD가 올해를 기점으로 본 궤도에 들어섰다. 업계에 따르면 올해 DVD 타이틀 판매량은 600만장을 넘어설 전망이며, 매출규모는 1천억원에 달하게 된다. 지난해에 비해 200% 넘는 성장세. 이같은 DVD 시장의 규모는 올해 비디오 시장 규모의 예상치와 거의 비슷한 수준이다. 이같은 사정은 해외도 마찬가지. 미국의 경우 DVD 관련 매출이 지난해 18억달러에 비해 2.5배가량 증가한 총 42억달러로 전망된다. 전체 영화 미디어 출시량에서도 DVD는 50%를 차지, 비디오의 25%를 훌쩍 넘어섰다. 미국의 시장 전문가들은 2003년이면 DVD가 비디오 시장을 너끈히 추월할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한국의 경우 4천종 가까운 타이틀이 한꺼번에 출시되다보니 공급이 수요를 추월하고 있고, 소수의 타이틀만 판매되는 추세여서 DVD 시장이 안정화되기까지는 아직 시간이 더 필요한 듯하다.

트러블메이커들블록버스터, 어디에 숨었니?

당연한 얘기지만, 올해 역시 즐겁고 행복한 이야기를 만들어낸 뉴스메이커들만 있었던 것은 아니다. 이런저런 사정으로 사고를 치거나 우울한 뉴스를 만들어낸 트러블메이커들도 있었다. 이들의 면면을 정리하는 건 빛났던 한해의 어두운 구석을 굳이 들쑤시는 일로 보일지도 모를 일. 그래도 언짢아하진 마시라. 내리막이 있으면 오르막도 있는 법. 오늘의 나쁜 소식이 내일은 ‘해피 뉴스’로 바뀌어올지도 모르는 일 아닌가.

블록버스터영화들의 대실패는 올해 한국 영화계에 드리운 가장 어두운 그림자였다. 50억원이 넘는 예산이 들어간 영화 중 <예스터데이> <아 유 레디> <성냥팔이 소녀의 재림>은 줄줄이 흥행전선에서 대참패를 면치 못했다. 특히 100억원이 넘는 제작비가 투여된 <성냥팔이…>의 경우, 전국 14만명이라는 초라한 기록과 함께 투자사의 기반마저 흔들었다. <집으로…>의 예상치 못한 성공으로 회생 단계에 있던 튜브엔터테인먼트는 <성냥팔이…>의 실패로 냉탕과 온탕을 극단적으로 오가는 한해를 보내야 했다. 튜브는 경영악화라는 독감에 단단히 걸려 현재까지도 불안정한 상태다.

한편 지난해 영광스런 나날을 보냈던 <친구>의 친구들은 올해 완전히 갈라졌다. <챔피언>이 개봉되기 전까지만 해도 곽경택 감독과 유오성의 우정은 굳건해 보였다. 하지만 영화는 기대 이하의 반응을 얻었고, 어제의 친구는 서로를 비난했다. 초상권 침해, 공갈 협박 등의 어지러운 주장과 함께 두 사람의 우정은 산산이 부서졌다.

영화사로부터 대가성 금품을 받은 일부 영화기자들도 수난의 한해를 보냈다. 기자들에게 금품과 향응을 제공한 혐의를 받은 영화사 간부들도 수시로 검찰청을 들락거리며 아까운 시간을 낭비해야 했다. 연예계 비리사건과 관련, 지난해 <조폭 마누라>를 대성공시키며 충무로의 유력 제작자 후보로 꼽혔던 서세원은 금품공여 혐의를 받은 채 미국에서 머무는 신세가 됐다. 또 특급 가수를 대거 동원한 <긴급조치 19호>도 흥행에서 실패했다.

캘리포니아에 근거지를 둔 2D 애니메이터들은 올해 초 고용불안에 떨었다. <토이 스토리> 시리즈에 이은 <슈렉> <몬스터 주식회사> <아이스 에이지>의 성공이 전통적 2D 애니메이션의 멸종을 앞당길 것이라는 소문이 무성했기 때문. 디즈니의 <쿠스코쿠스코!>와 <아틀란티스>, 드림웍스의 <엘도라도> 등 대형 2D 프로젝트의 실망스런 흥행은 이같은 전망을 부추겼다.그러나 드림웍스의 제프리 카첸버그와 월트 디즈니의 톰 슈마허는 전통 애니메이션에 깊은 애착을 가진 애호가로서 "문제는 매체가 아니라 내용이다"라고 외치며

공히 2002년 승부를 2D 애니메이션 <스피릿> <릴로 & 스티치> <보물성>에 걸었다. 결과는 50점 미만이다. <릴로 & 스티치>는 <마이너리티 리포트>와 박빙의 승부를 벌이고 비디오 시장에서 기록을 세우는 등 미국 시장에서 선전했지만 1억4천만 달러를 들여 제작한 <보물성>은 추수감사절 주말 수입이 1660만 달러에 머물며 디즈니 주가 하락에까지 영향을 미쳤다. 한편 ’트래디지털 애니메이션’이라는 신조어까지 발명한 <스피릿>도 여름 흥행전에서 두각을 나타내지 못했다. 3D의 극사실적 영상에 입맛을 들인 관객을 2D 애니메이션이 얼마나 끌어당길 수 있을지 숙제는 드림웍스의 <신바드>, 디즈니의 <스웨팅 불릿> <마이 피플> 등 차기작들로 넘어갔다.

여름 블록버스터들의 흥행 각축이 한창이던 7월 충격을 던진 뉴스는 워킹 타이틀과 함께 영국 영화 산업의 양대 지주였던 필름 포가 사실상 사업을 정리하기로 했다는 소식. <나의 아름다운 세탁소> <레이닝 스톤> <트레인스포팅> <크라잉 게임> 등 1980년대말 이후 영국 영화를 대표하는 작품들을 제작 배급해 온 필름 포는 1999년 <이스트 이즈 이스트> 이후 적자를 누적해 오다가 할리우드 식 거대예산 프로젝트 <샬롯 그레이>와 <럭키 브레이크>가 참패하면서 간판을 내리는 지경에 이르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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