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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절한 신화의 부활,투팍 <Thugz Mansion>
2002-12-26

뮤직비디오 비평

<Thugz Mansion>은 투팍의 새 앨범 <Better Dayz>의 수록곡이다. 때문에 이 곡은 그 음악적 가치 판단에 앞서 상반된 뉘앙스의 선입견들로부터 간섭받을 운명을 타고난 처지라고 할 수밖에 없다. 물론 그건 세상을 떠난 지 6년이 훨씬 지난 뮤지션의 신작이라는 낯섦과 좀더 궁극적으로, 그런 낯선 대면이 이미 5번이나 반복돼왔다는 사실이 가져올지 모를 식상함에서 비롯되는 것이다.

주지하다시피 래퍼 투팍 사커(Tupac Shakur)는 지난 96년 9월13일, 라스베이거스의 노상에서 총격세례를 받은 끝에 25살 나이로 세상을 떠난 인물이다. 그는 당대 최고 인기 뮤지션 가운데 하나였고 아직까지도 역대 최고의 래퍼로 두세 손가락 안에 꼽힐 정도로 뛰어난 재능의 보유자였지만, 그 자신의 노래말 속에서 미화해 마지않았던 갱스터 세계의 방식에 의해 목숨을 잃음으로써 로큰롤 사상 가장 비극적 사건 중 하나의 피해당사자로 기록되는 아이러닉한 인생의 희생자기도 했다.

그것은 투팍이라는 뮤지션과 그의 생애가 ‘로큰롤 신화’의 모든 극적인 요건을 갖추고 있다는 사실을 의미한다. 따라서 이 작품에 대한 판단은 우선, 그 사후 진행되고 있는 ‘신화의 재생’ 작업에 대한 냉정한 평가를 전제로 한다. 생전에 넉장의 앨범이 전부였을 뿐인 투팍의 디스코그래피가 오히려 그 사후에 더욱 긴 리스트를 이어가고 있다는 점에서 알 수 있다시피, 투팍 신화의 재생 작업은 지속적인 성과를 보여주고 있다. 이제 관건은, 당연히, 그 작업의 질적인 측면에 달려 있다고 할 것이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새 앨범 <Better Dayz>는 그가 세상을 떠난 지 8일 만에 (‘마키아벨리의 음모’에 비유된) 유작이 처음 공개된 이래 다섯 번째 작품이며, 그 첫 싱글로 공개된 것이 <Thugz Mansion>이다. 현재까지 비평가들의 평가는 사후에 공개된 그의 다른 유작들에 비해 우호적인 방향을 향하고 있다. 앨범 수록곡들 대부분이 미공개 트랙이라는 점과 투팍의 또 다른 음악적 영역을 엿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곡들이 함께 담겨 있다는 점은 물론이고, 이제는 더이상 앨범 작업에 간여할 수 없는 그를 대신한 프로듀서 서지 나이트의 각별한 애정이 노작을 만들어냈다는 게 그 주된 이유이다.

<Thugz Mansion>은 한마디로 어두운 뒷골목에서 생존 게임을 벌이고 있는 흑인들의 발할라(Valhalla)에 관한 곡이며 ‘불한당들의 맨션’이란 이름이 붙은 그 전당의 첫 영전자는, 물론, 투팍 사커이다. 이 곡의 노래말은, 과거 펄 잼과 사운드가든의 멤버들에 의해 ‘개의 사원’(Temple Of The Dog)에 봉헌된 머더 러브 본의 카리스마 앤드루 우드와 마찬가지로, 이 작품이 궁극적으로는 투팍에 대한 경의의 표시로 이용되고 있다는 사실을 얘기하고 있다.

랩계의 또 다른 슈퍼스타인 나스(Nas)의 참여는 그에 대한 분명한 단서를 제공하는 동시에, 그래미를 석권했던 냇 킹 콜과 내털리 콜 부녀의 ‘Unforgettable’를 연상시키는- 망자와 생존자간 듀엣의 재현을 보여주고 있기도 하다. 그러나 이 곡의 비디오 클립은 투팍의 생전 모습을 현재의 시공간 속에 편집해내는 따위의 (이제는 구태의연해져버린) 방식을 따르는 대신, ‘매트릭스’식 영상까지 동원한 동시대적 접근으로 새로운 의미 부여를 시도하고 있다는 점에서 신선한 인상을 남긴다.

이 비디오는 ‘전사 투팍’의 죽음에 대한 알레고리를 통해 그의 삶과 음악이 흑인들의 사회인식에 끼친 영향력을 은유함으로써 그 신화의 재생작업이 갖는 의미를 애써 강조하고 있다. 그러한 의미부여의 과정은 궁극적으로, 투팍 사커의 위상을 (요절한 스타의 범주를 넘어) 엘비스 프레슬리와 짐 모리슨, 시드 비셔스와 커트 코베인으로 이어지는 ‘로큰롤 신화’의 계보 가운데 위치시킴으로써 흑인사회의 영웅적 롤 모델로 인식시키고자 하는 목적을 수행하는 것이기도 하다. ‘사람은 가도 음악은 남는다’는 고전적인 명제가 이제, 뮤직비디오를 통해 생산되는 이미지의 막강한 위력을 통해 신화를 재생하는 단계로 진화하고 있음을 재확인시켜주는 또 다른 사례인 것이다. 박은석/ 대중음악평론가·mymusic.co.kr 대표 bestles@mymusic.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