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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속 설경구,종두-강철중-재필-김의 가상대화 [2]

˝근데요,설경구 그 놈 내년에는 북파공작원이 된다는대요˝

이창동이라는 변태 작업반장이 있는데…

종두 | (끼어들며) 아저씨, 저, 계속 말씀 중에 대단히 죄송한데요. 저는 정말 경찰서가 싫걸랑요. 경찰서라면 지긋지긋해요. 그리구요. 그 설경구란 아저씨는 저 되게 싫어하걸랑요. 말도 못 꺼내게 해요. 그 아저씨가 나보고 그랬다구요. “미안한 말인데, 난 니가 싫어. 정말 미안한 말인데, 난 니가 진짜 싫어. 니가 또라이고 한심한 놈이란 건 알겠는데 니가 하는 행동 하나하나가 아직도 이해가 안 돼.” 사실 오아시스 나이트클럽 건설현장이 참 만만한 게 아니었거든요. 제 친구 중에 되게 지루한 놈이 하나 있는데, 그 성지루란 놈이 하루는 작업장에 놀러왔다가 “야, 여기 왜 이렇게 살벌해, 뭔일 있냐”고 쫄았을 정도였다구요. 사실 이창동이란 작업반장… 직접 증언을 들어보실래요

설경구(OFF) 아휴, 죽갔죠. 되도 않은 걸 요구하니까, 밉죠. 현장에서 뭐가 안 나오면 막 자학을 하잖아요. 나 때문이 아니라고 하는데 감독이 머리 쥐어 싸매고 자학하는데 내가 편할 리 있나. 현장 살벌하게 조용해. 막 찍어누르는 것 같다고. 100이 안 나오면 안 나올 거 알면서도 자꾸 하라는데 별수 있나 해야지. 그러다 참다못해 부산에서는 막 싸웠잖아. 물론 그 다음날 나와서 죄송합니다, 했지만. 결국엔 이 감독님하고 작업 하고 나면 애정이 아니라 애증이 생겨요. 그것도 아주 찐한. 징글징글한.

철중 | 그래서 그 미친놈은 다시 그 변태감독 하고 작업할 거래

종두 | 모르긴 몰라도, 아마 쉽게 못 벗어날걸랑요. 내후년에 또 쌍으로 자학할 건가 봐요. 사이코들이야, 사이코. 그런데 아저씨, 출출한데 우리 자장면이나 먹고 할까요 나, 요 앞에 홍콩반점에서 일하걸랑요, 배다알∼.

재필 | 시끄럽다. 그만 좀 해라. 새끼야.

철중 | (타이르듯) 그러지 마라….

재필 | 형사님, 그 병신새끼 말에 일일이 대답할 필요 없어요. 사실 설씨가 그러는데 ‘뭐든지 좆나 서비스해’의 강 감독하고 일을 하고부터는 많이 달라졌다는 거예요. 원래 그렇지만 암 생각없이 좆나 일만 했는데 끝나고 나서 보니까 본인의 노가다 인생에 ‘퉈닝 포인트’로 삼을 만한 일이었다는 그 말인 거라.

철중 | 영어쓰지 마라, 이 형아가 듣기에 좆나 재수없거든. 응

재필 | 아, 예, 죄송합니다. 어쨌든 이어서, 예전에 박하사탕공장에서 일하고 나서 송어도 팔고 단적비로 연수까지 다녀왔는데도 그 새끼 좆나 무겁게 살았거든요. 음지에서 일하면서 양지를 지향하는 좆나 어두운 인간 있잖아요. 뭐 만날 장기수를 위한 감옥 건립이나 해야 할 것 같은 분위기. 그런데 ‘공공의 적’센터 건립 이후엔 그런 이상한 무게감을 덜어낼 수 있어서 좋았대요. 최근엔 고삐리 중삐리까지 알아보고, 얼마 전에 구미에 인사차 갔었는데 HOT 상대 해도 끄떡없겠더라는대요.

철중 | 졸라리 열심히 해보라고 해. HOT 벌써 해산했다. 근데 그놈은 올해 왜 4번이나 일을 뛰었다냐 돈이 없다냐

종두 | 그게 아니고 하나는 99년에 끝낸 물건이 뒤늦게 작자를 만나 풀린 거였고, 하나는 마무리 공사가 기냥∼ 해가 넘어가는 바람에 1월에 나온 거였대요. 사실 지난해에 ‘나도 마누라가 있으면 좋겠다’고 공식적으로 외치던 때부터 올해 초까진 8개월 동안 꼼짝달싹 안 한 거라니까요.

철중 | 그러니까, 그놈 비결은 결국 좆나 열심히 일하고 감독말 잘 듣는 거란 말야

종두 | 그게 다는 아니죠. 사람복이 많은 것 같아요. 여자들 봐도 예쁘네, 곱네 그런 말 한번도 안 하고 이년, 저년 욕만 하는데도 한번 같이 일한 사람들은 꼭 안 떠나고 자기사람 만들더라구요. 송강호, 최민식 같은 남자노가다꾼들 사이 의리는 말할 것도 없고. 박하사탕공장에서 만난 문소리는 당연한 거고, 대패질하던 김윤진이나, 왜, 그 처녀 파티서 못 뽑던 진희경, 심지어 광주꽃잎박람회에서 만났던 이정현까지도 연락하고 신경 써주고 산다잖아요.

철중 | 그 새끼 진짜 변태네.

내년엔 실미도로 간답니다.

재필 | 그런데요, 형사님… 이거 진짜 일급인데 내년 4월에 설경구 가요, 북파공작원이 된다는 소식을 긴급 입수했는데요. 공작원 훈련하러 실미도라는 외딴섬에 간다던데요. 그때까진 아마 보라매공원 부근이나 원래 살던 동네 수영장에 몸 만들러 나타날 것 같아요.

철중 | 지랄한다. 이놈이 어디서 또 사기를 쳐!

재필 | 아참, 이제 저 사기 안 쳐요. 무석이 도와서 빵 만들면서 열심히 살 거라니까요.

재필 | 아참, 이제 저 사기 안쳐요. 무석이 도와서 빵 만들면서 열심히 살거라니까요.

종두 | 아, 저도 비슷한 이야기 들었어요. 오아시스나이트클럽 작업현장은 대가리가 힘들었고, 광복절기념탑 건설현장은 몸이 좆나 힘들었고, 내년에 실미도에선 몸과 마음이 다 힘들 거라고 하던데. 근데 그게 공작원교육이었구나. 난 또…. 선착장 공사면 나도 데려가 달라고 하려고 했는데. 아저씨 근데요, 저 이제 진짜 가면 안 돼요 누구 좀 만나야 되거든요.

철중 | 누구?

종두 | 공주마마.

재필 | 새꺄, 여자들 하나도 믿으면 안 돼, 우리 경순이도 내가 <분홍 립스틱> 불러줄 때는 헤벌레하더니 금방 메기 같은 경찰놈한테 정신팔려서 나 돌게 만들었잖아.

종두 | <내가 만일>은 달라요.

철중 | 조용히 좀 해 이 새끼들아. 꼭 지들같은 소리하고 자빠졌네. 어이, 그리고 아저씨, 거 뒤에 누워서 자꾸 낑낑대지 말고, 화장실이 저 옆이니까….

김 | (잠꼬대) 어흡… 나는… 츱츱… 똥… 마려운 게…츱츱…아녜여…우우욱∼.

바로 그 순간 자고 있던 김의 입에서 터져나온 ‘오바이트’가 폐곡선을 그리며 공중으로 분출하고 있었다.

철중 | 아이… 재수 드럽게 없네, 씨발 눈도 오는데, 씨발 기분도 좆 같고, 씨발 오바이트도 묻었는데…. 공공의 안전이고 나발이고. 연말연시를 이런 돼지 우리같은 경찰서에서 보내냐. 씨발 니들이나 나나 사는 게 왜 이러냐.

재필 | 아, 갑자기 경순이 보고 싶네.

종두 | 나두, 공주가 보고 싶다.

경쾌한 시그널송과 함께 새벽뉴스가 2003년의 시작을 알리는 가운데 눈오는 경찰서의 밤은 그렇게 저물어가고 있었다.

(이 글은 설경구와의 인터뷰와 2002년 개봉한 그의 출연작 <공공의 적> <새는 폐곡선을 그린다> <오아시스> <광복절특사>의 내용을 바탕으로 재구성한 픽션임을 알려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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