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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계도시>, 전투가 시작되다
2002-12-30

국가정보원이 제작중지 장면 상영여부 놓고 갈등 심화재독철학자 송두율 교수의 삶을 다룬 다큐멘터리 <경계도시>가 국가정보원과의 싸움을 시작했다. 지난 12월21일과 25일, 서울독립영화제에 출품된 <경계도시>는 부산국제영화제에서 공개하지 못했던 4분을 추가해 상영했고, 국정원이 제작중지 압력을 넣었다는 사실을 영화와 관련 기사를 통해 고발했다. 이에 국정원은 12월24일 <경계도시>의 프로듀서 강석필씨에게 전화를 걸어 문제를 제기했고, “나름의 조치를 취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경계도시> 제작진이 밝힌 바에 따르면, <한겨레21>에 기사화된 내용을 보고 전화를 했다는 국정원 직원은 “첫째, 기사의 내용이 사실과 다르다. 둘째, 국가기관에서 정상적인 업무수행을 한 것이며, 개인에게 선의로 조언한 것을 몰래카메라로 촬영할 수 있는가. 셋째, 몰래카메라 장면이 삽입된 영화를 계속 상영할 것인가, 그렇다면 초상권 침해와 내용의 왜곡 등을 이유로 국정원에서도 나름의 조치를 취하겠다”고 말했다. <경계도시>에 법적 문제를 제기할 가능성을 시사하는 내용인 셈. 하지만 <경계도시> 제작진은 법적 공방이 있더라도 끝까지 싸우겠다는 입장이어서 앞으로 사태는 더욱 극적으로 전개될 가능성이 있다.강석필씨는 국정원이 제기한 국가보안법 위반 여부나 초상권 침해 여부에 대해 법적 자문을 받아놓은 상태라고 밝혔다. 특히 이번에 국정원에서 새롭게 제기한 초상권 문제는 신변의 위협을 받는 상황에서 방어수단으로 택한 몰래카메라라는 점에서 별 문제가 되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몰래카메라 장면을 영화 속에 삽입한 것도 영화의 주제를 드러내는 계기라는 점에서 적합하다는 자문을 받은 상태.<경계도시>에 삽입된 몰래카메라 장면에는 국정원 직원 두 사람이 강석필씨에게 “(제작을) 중단하든지 아니면 만들되 이적성만 없게끔 만들라는 얘기지. ‘지금 국내에 못 들어오고 있다’ 이렇게 동정심을 자아내면 결국 그 사람에 동조하게 되고, 그런 활동을 강화하는 결과가 돼버린다고. 그게 송 교수가 노리는 전술이지. 동조세력 확보하는 거 그게 또 빨갱이들의 기본적인 전략 아닙니까”라고 노골적으로 협박하는 대목이 들어 있다. 부산국제영화제 상영 때는 바로 이런 부분들이 자진 삭제된 채 상영됐던 것. 제작진은 당시 영화제쪽과 협의 끝에 삭제결정을 내렸다고 밝힌 바 있다.<경계도시>가 이처럼 국정원으로부터 집중적인 관심을 받는 이유는 국정원이 아직도 송두율 교수를 간첩으로 보고 있기 때문. 하지만 2001년 8월 서울지법은 송 교수를 ‘북한 정치국 후보위원 김철수’로 볼 수 없다는 판결을 내린 바 있다. 그런데도 송 교수의 입국을 불허하는 정치환경이야말로 <경계도시>가 고발하는 어두운 현실인데, 이 영화에 대한 국정원의 반응을 보면 <경계도시> 같은 다큐멘터리가 왜 필요한지, 십분 납득이 된다.남동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