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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주영화제 - 시네마스케이프
2001-04-24

젊은 시선, 세상을 포착하다

<와이키키 브라더스>

감독 임순례 한국| 2001년| 105분

<세 친구>의 임순례 감독이 5년 만에 선보이는 신작으로, 전주국제영화제의 개막작. <와이키키 브라더스>는

나이트클럽에서 연주하는 밴드의 여정을 따라가는 음악영화다. ‘와이키키 브라더스’는 리드 싱어 성우, 드러머 강수, 오르간 주자 정석, 색소폰

주자 현구 4명으로 구성된 밴드. 불경기로 유흥업소에도 불황이 닥치자 칠순 잔치 등 출장밴드로 전전하다가 성우의 고향 부근인 수안보에 일자리를

얻는다. 하지만 30대 중반에 별 볼일없는 모습으로 귀향한 성우의 마음은 편치 않다. 약사, 공무원, 환경운동가로 변신한 고교 동창들을 만나보지만

제각각 삶에 찌든 이들에게는 소통의 여지가 별로 없다. 그나마 첫사랑 인희와의 재회가 미묘한 위안을 안겨준다. 멤버간의 불화, 건강 악화 등으로

밴드마저 몇번씩 와해의 위기를 거치지만, 그래도 삶은 계속되고, 음악도 계속된다. 미래에 대한 별 희망없이 밤을 지샌 ‘세 친구’를 고루 감싸던

아침해처럼 지방 나이트클럽 구석, 밑바닥 인생들의 남루한 일상의 틈에도 희망의 온기는 스며 있는 것이다.

<북경 자전거> Beijing Bicycle

감독 왕샤오슈아이| 중국·대만| 2001년| 113분

자전거가 없어진 자리에 멍하게 선 소년. 비토리오 데 시카의 <자전거 도둑>의 남자를 볼 때만큼이나 가슴이 먹먹해지는

것은, 소년에게 자전거가 생계수단이자 꿈의 실체이기 때문이다. <북경 자전거>는 은색 자전거를 매개로 두 소년의 일상을 파고든다.

구웨이는 시골에서 상경해 자전거 배달부로 일하는 소년. 성능 좋은 자전거를 빌려주고, 어느 정도 실적을 올리면 아예 준다는 배달회사의 말에

열심히 달리지만, 주인이 되기 직전에 자전거를 도둑맞는다. 망연자실해진 구웨이는 자신만의 표시를 해둔 자전거를 찾아 헤매다가 지안과 맞닥뜨린다.

지안에게도 그 자전거는 절실하다. 또래 문화로 좋아하는 여자친구에게 다가가는 수단이고, 동생의 학비를 훔쳐 산 것이기 때문이다. 몇번씩 자전거를

뺏고 뺏기던 소년들은 결국 하루씩 나눠 타기로 합의를 본다. 자전거를 샅샅이 훑는 도입부 카메라의 시선이 암시하듯 이 영화에서 자전거는 단순한

사물이 아니다. 지아장커, 장위엔과 함께 주목받아온 중국의 6세대 감독 왕샤오슈아이는, 자전거를 통해 각각 다른 처지에 있는 소년들의 일상과

꿈을 드러내면서 변화하는 중국사회에 대한 담담한 소묘를 그려냈다.

<인력 자원부> Ressources Humaines

감독 로랑 캉트| 프랑스·영국 | 1999년| 100분

푸른 유니폼의 아버지와 말쑥한 정장의 아들이 한 공장에서 만난다. 파리에서 경영학을 전공하고 졸업을 앞둔 아들이, 아버지가 30여년간 일해온

공장에서 수습사원으로 일하기 위해 고향으로 돌아온 것이다. 대학을 졸업하고 관리직으로 일하며 엘리트코스를 보장받은 아들 프랑크는 집안의 자랑이다.

인력자원부로 배정받은 프랑크는 주당 35시간 근로제를 두고 노조와 협상이 결렬되자 노동자들의 의견을 듣는 설문을 제안한다. 하지만 근로시간이

줄어들면 무엇을 할 것인가조차 선뜻 대답할 수 없는 아버지를, 또 그렇게 몸바쳐온 직장에서 일거에 해고당할 아버지의 삶을 지켜보는 프랑크의

마음은 착잡하다. 게다가 선의에서 시작한 설문이 결국 노조와의 협상없이 일을 진행하려는 회사 경영진에 악용되자 프랑크는 파업을 지지한다. 아들의

장래를 염려해 입을 다물던 아버지도, “아버지가 창피했지만, 이제 아버지를 창피해 했던 제가 창피해요!”라고 외치는 아들의 말에 파업에 동참한다.

부자간의 갈등 위에 쉽게 화해할 수 없는 계급간의 갈등과 실업문제를 겹쳐놓고, 차분한 리얼리즘의 화법으로 현실을 직시하는 시선이 힘있다.

<아름다운 빈랑나무> Betelnut Beauty

감독 린친센| 대만| 2001년| 106분

<달콤한 타락> <천마다방>을 통해 부산국제영화제에 소개된 바 있는 대만의 젊은 감독 린친센의 신작. 갑작스런 비가 쏟아지던

여름날의 타이베이, 펭과 페이가 만난다. 펭은 군대에서 막 제대했고, 집에서 벗어나고자 번번이 가출을 시도하는 페이는 엄마에게 끌려 집으로

돌아가던 길. 결국 가출에 성공한 페이는 빈랑 열매를 팔며 살아가고, 우연히 다시 마주친 둘은 빗속의 교감을 떠올리며 사랑에 빠진다. 타이베이

거리를 배회하는 젊은 연인들의 사랑은 감미롭지만 일상은 만만하지 않다. 페이는 자신과 엄마를 떠난 아버지에 대한 상처를 품고 있고, 막연한

꿈을 좇던 펭은 페이를 위해 제빵업으로 돌아가지만 친구 때문에 폭력과 절도에 휘말린다. 남매의 근친상간을 다룬 <달콤한 타락>,

혼란한 시대 속에서 어긋난 연인들의 <천마다방>보다는 가볍고 감각적이나, 세상으로 나선 젊은 날의 불안하고 여린 속살, 어쩌면 늘

갑작스럽게 닥치는 파국이 감상적인 여운을 남기는 대만 젊은이들의 일그러진 초상.

<아모레스 페로스> Love’s Bitch

감독 알레한드로 곤잘레스 이나리투| 멕시코| 2000년| 150분

하나의 이야기를 몇 가지 시점으로 나누어 전개하는 구성은 타란티노 이후 더이상 낯선 방식이 아니다. <아모레스 페로스>는 세 가지

이야기를 하나의 얼개로 엮은 영화. 급박한 자동차 추격전이 벌어지는 도입부, 피 흘리는 개를 태운 채 쫓기던 두 남자의 차가 치명적인 충돌사고를

당한다. 무슨 일인가 하는 궁금증이 풀리기까진 꽤 걸린다. 갑자기 플래시백한 영화는, 사랑하는 형수 수잔나와 도망치기 위해 투견으로 돈을 벌어

모으는 옥타비오, 톱모델 발레리아와 잡지 편집장 다니엘의 불륜, 그리고 가족과 세상에 잊혀진 채 떠돌이개를 돌보며 살아가는 킬러의 사연을 차곡차곡

늘어놓는다. 별 관련 없어뵈는 이들이 서로의 삶에 뜬금없는 인서트컷처럼 끼어들고, 결국 각자의 얘기가 하나의 퍼즐로 이어지기까지 그 연결 조각을

꼼꼼히 맞춰가는 영리한 스릴러. 판타스포르투 영화제 신인감독상 및 작품상을 수상했다.

<오테사넥> Otesanek

감독 얀 슈반크마이에르| 체코| 2000년| 125분

체코의 동명 전래동화를 각색한 작품. 호락 부부는 아이를 가질 수 없다는 판정을 받은 불임부부다. 우연히 사람처럼 보이는 나무뿌리를 발견한

남편은, 극도로 상심한 아내를 위로하기 위해 나무 아이를 조각해 준다. 나무토막에 불과했던 아이는 지극정성으로 돌보는 엄마의 손길에 생명을

얻지만 기쁨도 잠시. 점점 먹성이 엄청난 괴물로 변해 이웃사람들까지 하나둘 먹어치운다. <오테사넥>의 동화를 읽은 이웃집 소녀 알츠베카만이,

비극적인 운명을 예감하면서도 사람의 욕망에서 태어나 버려진 아이를 돕고자 애쓴다. <오테사넥>은 애니메이션과 실사의 경계를 자유롭게

넘나드는 체코의 애니메이터 얀 슈반크마이에르의 신작. 과장된 연기의 실사를 기본으로, 가지를 팔처럼 꿈틀대며 아이 울음소리를 내는 기괴한 나무

아이 캐릭터, 중간중간 알츠베카가 읽는 책 화면으로 삽입되는 원작동화 등 애니메이션의 기상천외한 상상력으로 빚은 판타지가 막강하다.

<옐로우 카드> Yellow Card

존 리베르| 짐바브웨| 2000년| 90분

<옐로우 카드>는 아프리카 짐바브웨라는 낯선 나라 청춘들의, 낯익은 성장의 풍경을 좇아가는 영화다. 17살인 티엔니에게 삶은, 새로

얻은 샛노란 축구 유니폼처럼 폼나고 밝은 것이었다. 그는 축구팀의 기대주고 학교 회장 후보감이며 여학생들에게 인기도 많다. 하지만 아버지가

교통사고를 당하면서 일이 꼬이기 시작한다. 입원한 아버지 대신 친척의 결혼식에 가야 하는 바람에 중요한 축구경기를 놓친 티엔니는, 심란한 가운데

오랜 친구 린다와 하룻밤을 보낸다. 억지로 간 결혼식에서 상류층 소녀 줄리엣과 한눈에 사랑에 빠지고, 린다는 임신을 알린다. “아기를 업고

축구하는 젊은 남자”의 이미지를 떠올렸다는 감독은, 성에 대한 무지로 10대의 임신문제와 에이즈 보균율이 높은 아프리카 젊은이들의 세태에 대한

가벼운 경고와 함께, 민속음악의 리듬만큼이나 생기있는 성장기를 경쾌한 웃음으로 풀어냈다.

<햄릿 2000> Hamlet

감독 마이클 알메레이다| 미국| 2000년| 111분

조르쥬 멜리에스의 흑백 무성영화 시절부터 지금까지 수십번 영화의 재료로 쓰였던 셰익스피어의 비극 <햄릿>을 현대적으로 각색한 작품.

무대는 2000년의 뉴욕, 대기업 ‘덴마크 코퍼레이션’의 집안이다. 회장인 아버지가 죽은 뒤 어머니가 삼촌 클로디어스와 서둘러 재혼하자 햄릿은

배신감을 느낀다. 아버지의 유령을 만나면서 삼촌에 대한 의심을 점점 굳혀가는 햄릿. 캐주얼한 정장에 뜨게모자를 쓴 이 현대의 햄릿은 디지털카메라를

들고 다니며 펜트하우스와 클럽, 비디오 대여점에서 냉소적인 독백을 쏟아낸다. 뉴욕의 마천루숲으로 건너온 만큼, <햄릿 2000>은

원작을 ‘현대화’하는데 많은 공을 들였다. 유령이 처음 보이는 곳은 엘리베이터 감시화면이며, 클로디어스를 떠보기 위한 연극은 햄릿이 직접 여러

이미지를 편집한 영화로 바뀌었다. 그 밖에 제임스 딘의 영화, 디지털 촬영화면, 총 등 각종 현대적인 장치는 원작에 비교적 충실한 고풍스런

대사와 묘한 대비를 이루며 마치 하나의 부조리극 같은 인상을 준다.

<돌체> Dolce

감독 알렉산더 소쿠로프|러시아|1999년|61분

1986년에 작고한 일본의 유명 작가 도시로 시마오. 그에 대한 기억과 미망인과 딸의 일상을 묘사한 시적인 다큐멘터리

<고다르- 영화의 역사> Histoire(s)

du cinema+Le Origine du XXIeme siecle

감독 장 뤽 고다르| 프랑스| 1998년| 187분

20세기 영화의 전방에 서온 거장 고다르가 보여주는 영화의 역사. 영화 장면들의 인용과 나열, 곧 영화들을 주인공으로 그들의 움직임, 대화를

통해 영화란 무엇인가를 역설하는 한편 새로운 영화의 이야기를 만들어간다.

<벤자멘타 연구소> Institute Benjamenta

감독 퀘이 형제| 영국| 1995년| 104분

인형 애니메이션으로 기괴하고 음울하면서 개성있는 이미지의 세계를 펼쳐온 퀘이 형제의 실사영화. 종업원이 되기 위해 순종과 기계적인 예의를

배우는 벤자멘타 연구소에서 벗어나려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특유의 판타지로 풀어냈다.

<피아스코> Fiasco

감독 래그나 브라가슨| 아이슬랜드| 2000년| 92분

할아버지, 어머니, 손녀, 바들 집안 3대의 특이한 사랑이야기. 할아버지는 콧대높은 왕년의 여배우에게 반하고, 손녀는 선원과 유부남 은행원인

두 애인에게 임신했다며 속을 떠보며, 어머니는 성격이 불안정한 목사를 위해 헌신한다.

<러브 컴 다운>

감독 클레멘트 비고| 캐나다| 2000년| 102분

권투선수인 매튜와 코미디언 지망생 니빌은 아버지가 다른 형제. 쉽게 마음을 드러내지 못하는 매튜, 거듭 치료를 받으면서도 마약을 끊지 못하는

니빌 등 트라우마를 극복해가는 젊은이들의 상처와 사랑을 담았다.

황혜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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