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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무로,지각변동 [1]
2003-01-10

`CJ+시네마서비스 프로젝트`설, 유일 메이저시대 오는가

새해 벽두, 충무로는 폭풍전야다. 시네마서비스의 최대주주인 플레너스엔터테인먼트가 CJ엔터테인먼트에 지분을 매각할 가능성이 있다는 소문 때문이다. 이른바 ‘CJS(CJ+시네마서비스)연합’. 최근 아이엠픽처스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2002년 시네마서비스의 관객점유율은 22.2%로 5개 직배사를 포함해 국내 배급사 가운데 가장 많은 관객을 동원했고, CJ는 18%로 2위를 차지했다. 두 회사가 합치면 관객점유율 40.2%, 이중 한국영화만 떼서 계산한다면 시장점유율 70%를 넘는 거대 배급사가 탄생한다는 얘기다. 과연 한국영화는 이제 짧은 양대 메이저 시대의 막을 고하고 유일 메이저 체제로 접어들게 되는 것일까?

적과의 동침, 미션 임파서블

혹자는 상상할 수 없는 일이라고 무시할 수도 있다. 그간 시네마서비스와 CJ가 한국영화 투자, 배급의 라이벌로 적지 않은 신경전을 벌였던 사실을 기억한다면 더욱 그럴 것이다. ‘적과의 동침’이 흔히 볼 수 있는 풍경이 아닌 것도 틀림없다. 하지만 최근 몇년간 영화계에선 깜짝 놀랄 일이 여러 번 있었다. 2001년 로커스홀딩스가 워버그핀커스와 주식 스와핑을 통해 시네마서비스를 인수하고 2002년 싸이더스HQ까지 더한 플레너스엔터테인먼트를 탄생시킨 것이나 2000년 3강 진입을 목표로 내걸었던 튜브엔터테인먼트가 2001년 CJ에 배급권을 넘긴 사건도 제3자의 예상을 초월한 일이었다. <쉬리>가 엄청난 흥행을 기록하는 동안 삼성영상사업단이 문을 닫았던 것처럼 이곳에선 불가능한 일 또한 없어 보인다.

단도직입적으로 CJS연합의 가능성은 현재 반반이다. 시네마서비스 회장인 강우석 감독은 “플레너스 지분 인수에 나선 곳이 현재 대기업 2개, 외국계 펀드 2개 등 모두 4군데”이며 그중 CJ가 포함돼 있다고 밝혔다. CJ엔터테인먼트 최평호 상무는 CJS연합이 근거없는 소문이라고 일축하다가 강 감독이 협상 중이라는 걸 시인했다고 말을 꺼내자 “관심 정도 갖는 단계”라고 말했다. 그는 “시네마서비스가 CJ에 대해 긍정적으로 생각한다는 것은 우리로서는 바람직한 일이다. 하지만 구체적인 가능성에 대해선 전혀 생각해본 바 없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공식적인 발표 이전까지 비밀을 고수하는 대기업의 속성을 감안하면 CJ와 시네마서비스의 의견조율이 상당히 진척됐을 수도 있다. 강 감독은 “이르면 1월 초에 공식발표가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아직 확정되지 않은 일을 놓고 지나친 추측을 할 필요는 없지만, CJS연합이 거론되는 배경은 곰곰이 되짚어볼 필요가 있다. 그것은 무엇보다 지금이 지난 2∼3년간 한국영화의 메인투자자로 급부상한 금융자본이 철수하거나 몸을 사리는 시점이기 때문이다. 영화가 황금알을 낳는 거위라고 생각한 2천억원이 넘는 영상전문투자조합의 돈이 지난해 말부터 종적을 감추고 있다. 한때 “돈은 넘치는데 투자할 영화가 없다”던 바로 그 돈이 말이다. 물론 플레너스의 지분 매각이 이같은 금융자본 철수와 일치하는 결과물은 아니지만 관계없는 일이라고 말할 수도 없다. 플레너스의 최대주주인 로커스는 2000년 우노필름을 인수해 싸이더스를 만들면서 처음 영화계에 진출했고 2001년 자회사인 로커스홀딩스를 통해 시네마서비스를 인수했으며 지난해 플레너스엔터테인먼트를 출범시켰다. 2000년 다국적 벤처자본인 워버그핀커스가 시네마서비스에 투자한 것과 더불어 로커스의 싸이더스 인수는 충무로에 불어닥친 벤처열풍의 대표적 사례였다. 촉망받는 IT기업 로커스는 플레너스를 설립함으로써 거대 엔터테먼트 기업의 청사진을 실현시키는 듯 보였으나 지난해 12월부터 플레너스 지분 매각설에 나왔다. 2002년 12월16일 플레너스가 “SK(주)로의 피인수설이 사실과 다르다”고 공시했고, 같은 날 로커스가 “당사의 자회사인 플레너스엔터테인먼트(주) 지분의 매각여부를 검토한 바는 있으나 아무것도 결정된 바는 없습니다. SK(주)로의 매각설은 사실무근입니다”라고 공시했다. SK로 인수된다는 소문은 진화됐지만 매각여부를 검토했다는 사실은 과연 누가 플레너스의 지분을 인수할 것인가에 대한 궁금증을 증폭시켰다. 로커스는 지난해 12월17일 공시를 통해 2002년 실적이 예상치보다 못 미친다고 발표, 플레너스 주식 매각이 계속 추진될 가능성을 암시했다.

로커스가 갖고 있는 플레너스 지분은 전체의 22.1%로 플레너스의 최대주주. 2대 주주인 워버그핀커스는 18.9%를 소유하고 있는데 로커스가 주식을 팔면 함께 매각하는 것이 계약조건이라, 합하면 플레너스 주식 41%가 새로운 주인을 찾고 있는 셈이다. 강 감독은 현재 플레너스 주식에 관심을 보이는 4군데 가운데 CJ에 대해 상당히 긍정적인 입장이다. 그는 CJ가 금융자본이 아니라 꾸준히 영화사업을 해온 곳이라는 데 끌린다고 말한다. “아무래도 영화사업의 속성을 다른 기업보다 잘 이해할 것”이라는 것이다. 또 하나 중요한 것은 CJ가 국내 최대의 극장체인을 갖고 있다는 사실. 그간 강 감독은 대기업이나 금융자본이 아니라 영화에 투자해서 회수되는 자본이야말로 다른 데로 도망가지 않을 믿을 만한 돈이라고 주장해왔다. CJ가 거대한 극장체인을 갖고 있는 한 영화투자를 중지하는 일은 없을 것이고 그렇다면 안정적인 투자재원을 확보할 수 있다는 얘기다. 거시적으로 보면 90년대 비디오 사업의 일환으로 대기업의 영화투자가 시작된 이래 언제나 대기업이나 금융자본처럼 영화업계 외부에서 자금을 수혈받아온 한국영화가 제작, 배급, 상영을 하나로 묶어 자립하는 계기가 되는 셈이다. 또 다른 이유는 시네마서비스가 출범시킨 극장체인 프리머스시네마가 효과적인 배급력을 발휘하는 계기가 된다는 점이다. 현재 프리머스는 CGV, 메가박스, 롯데 등 3대 멀티플렉스 체인에 밀리는 상황이지만 CGV와 연대한다면 CGV처럼 큰 멀티플렉스가 들어가지 못하는 지역에서 힘을 발휘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