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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VD가 할리우드 먹여살린다
2003-01-13

<버라이어티>, DVD가 불러일으킨 영화산업의 패러다임 분석<버라이어티> 최신호는 2003년 영화산업에 가장 막대한 영향력을 행사할 스타는, 배우도 감독도 스튜디오 경영자도 아닌 DVD라고 지목해 DVD의 약진이 불러온 시장의 재편 움직임을 요약했다. 지난해 미국인들이 DVD와 VHS 비디오테이프를 구매하거나 대여하는 데 쓴 돈은 203억달러로 전년대비 11.3% 증가했다. 성장의 원동력은 물론 DVD의 약진. 5년 전부터 미국에서 시판된 DVD플레이어는 역사상 가장 빠르게 팔려나간 소비가전제품으로 기록되며 현재 4600만 가구에 보급됐다. 타이틀 시장도 호황이다. DVD 타이틀이 낮게는 극장 티켓 2장 값인 15달러선의 매력적인 가격대를 형성하고 서플먼트, 홈시어터의 질이 향상되면서 평균적인 DVD 소비자들의 연간 타이틀 구매량은 16장에 이르렀다. 구입해서 소장하는 DVD가 강세를 보이면서 대형 비디오 대여점 체인 블록버스터의 주가는 최근 6개월 동안 50% 하락했다.DVD 시장의 리더는 점유율 21.7%의 워너. 그러나 워너는 점유율 1위의 공신이자 DVD의 대부로 불렸던 워너홈비디오의 워런 리버파브 사장을 지난해 말 해고했다. 1997년 <트위스터>를 처음 출시하며 대대적 마케팅을 구사하고 오스카 수상작 타이틀을 9달러99센트에 내놓아 판매고를 수직 상승시킨 리버파브는 비디오와 DVD에 극장 개봉작 마케팅까지 통합 관할하겠다는 구상이 사내 라이벌과 마찰을 일으킨 것으로 알려졌다. ‘리버파브 사태’는 DVD가 영화계 파워게임의 도화선이 될 만큼 중대한 산업적 이슈가 된 현실의 방증인 셈이다.DVD는 과연 영화산업의 패러다임을 바꿀 것인가 <버라이어티>가 관찰한 몇 가지 징후의 하나는, 해임된 리버파브가 평소 주장해온 개봉과 DVD 출시 사이의 홀드백 기간 단축. 전통적으로 스튜디오는 6개월의 시차를 유지해왔으나 <오스틴 파워즈3> <레인 오브 파이어> 등 최근 히트작은 4, 5개월 내에 DVD를 내놓았고 할리우드 관계자들은 머잖은 미래에 홀드백 기간 3개월이 보편화될 것이라고 내다보고 있다. 개봉 초반 흥행이 전체 흥행에 맞먹는 ‘프론트-로딩’ 현상이 심화하면서 홈비디오가 박스오피스를 좀먹을 위험이 적어진데다가 떼돈을 퍼붓는 개봉 마케팅의 약효도 활용할 수 있어서다. 한편 DVD는 애초 목표한 흥행수입에 크게 못 미친 영화들의 마지막 비상구 노릇도 톡톡히 하고 있다. <배틀 필드> <파이트 클럽>(사진) <레인 오브 파이어> 등은 대표적인 예. DVD의 부상은 영화제작 모드에도 변화를 가져왔다. 극장 영화제작에 홈엔터테인먼트 부서의 입김이 커진 것. 이제 비디오 스탭들은 한 영화의 제작 가부 결정에 관여하고 있으며 액션, SF 장르 등 서플먼트가 중요한 장르의 경우 제작진과 긴밀히 작업하게 됐다. 그러나 DVD의 가장 큰 중요성은 좀더 장기적 안목으로 볼 때 드러난다. 1920년대 후반 스튜디오 시스템 전성기에 미국인은 연간 40회 영화관을 찾았으나 오늘날 평균 연간 관람횟수는 5회에 불과하다. <버라이어티>와의 인터뷰에서 익명을 요구한 한 스튜디오 사장은 “2002년 박스오피스는 풍년이었지만 그 사실이 우리가 자멸의 길 위에 있다는 점을 가리지는 못한다”고 말했다. 더이상 극장을 찾지 않는 인구를 시장 안으로 다시 포섭해 영화산업의 장수를 보장할 테크놀로지. 이것이 DVD에 거는 할리우드의 가장 큰 기대다. 김혜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