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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색즉시공> 에어로빅 코치 전은영
2003-01-15

악바리 근성은 필수!

영화 <색즉시공>의 마지막 촬영이 이뤄진 2002년 11월3일, KAFA(Korea Aerobic Fitness Association)의 에어로빅 전용 체육관은 발 디딜 틈 없는 사람들 무리로 거의 공황상태였다. 한쪽에선 배우들이 영화 속 최대 이벤트인 경연대회 장면을 위해 마무리 연습을 하는 중이었고, 다른 한편에서는 11월19일에 있을 에어로빅, 댄스 3급, 2급 자격검증 시험을 위해 KAFA 소속 선수들이 막바지 비지땀을 쏟아내는 중이었다. 그 사이에서 배우들 자세 교정해주랴, 선수들 봐주랴 홀로 고군분투하던 정은영 코치. 3개월 만에 황무지 같던 배우들을 개간해 기름진 옥토로 바꾼 기적도 모자라 마지막 장면까지 옥에 티 하나라도 허용하지 않으려는 그녀의 눈빛은, 대회 성적이 바로 입시로 연결되는 학생 선수들의 기술 검정에도 부족함 없이 쏟아졌다. 어느 한쪽도 포기할 수 없다는 불사 정신이 그녀를 더욱 매섭게 부추기고 있었다.

극중 코치로 등장하는 히스테릭한 코치 한유미(유채영)와 달리 폭력을 엄청 싫어하는 전 코치는 지쳐있는 선수를 일으켜 세우는 방법으로 몽둥이 대신 손뼉과 환호성을 사용한다. 육체적으로 녹다운된 선수지만, 정신적으로 흥을 북돋워주면 얼마든지 기운을 회복할 수 있다는 그녀만의 처방은 배우들에게도 그대로 적용됐다. 모든 촬영이 끝나고, 은효(하지원)의 싱글 경기 장면만 남겨둔 시점에서 하지원이 근육통과 몸살을 이기지 못하고 쓰러졌다는 소식에 그녀는 직접 감독과 대면했다. 무리한 하드 트레이닝과 에누리 없는 촬영일정으로 심신이 지친 배우의 심정을 누구보다 잘 아는 그녀였기에 “딱 하루만 쉬게 하자”고 부탁했고, 다음날 음악소리도 분간 못하는 하지원을 향해 힘찬 구령으로 독려하며 오케이 사인을 이끌어낸 전 코치의 모습은 어머니의 그것이었다.

연습실을 놓고 신경전을 벌이는 차력팀과 에어로빅팀의 영화 속 모습은 현실에서도 그대로 이어졌는데, 영화와 마찬가지로 임창정 등의 차력팀이 연습시간을 조금이라도 넘길라치면 “빨리 정리하지 뭣 하느냐”고 소리치며 쫓아냈다는 대목에 이르러서 전 코치의 입술에 장난꾸러기 같은 미소가 걸린다. 가장 정이 가는 인물은 전 코치와 가장 닮은 점이 많은 진재영. “힘들어도 힘들단 말 한마디 안 해요. 연습할 때마다 기합이 단단히 들어가서, 시키면 시키는 대로 척척 해내고. 전 그런 악바리 근성, 깡을 가진 배우가 좋아요.” 임창정, 최성욱 등 너스레와 입담으로 무장한 차력팀에 질까봐 일부러 더 분위기를 주도하려 했다는 전 코치의 행동 뒤에는 에어로빅부 배우들을 진짜 자신의 제자로 생각하는 마음가짐이 숨어 있다.

부산여자다운 화끈함과 걸출한 성격 뒤에 자상함을 숨기고 있는 그녀는, 올해 3월에 개최될 에어로빅 대회에 배우들을 직접 출연시킬 계획을 세워놓고 있다. “본인들이 오히려 참여하고 싶어해요. 영화 찍느라 운동을 배웠지만, 자신을 위해서도 좋은 걸 알게 됐다나요. 꾸준히 연습한 모습을 관객에게 보여주고 싶다기에 제가 흔쾌히 오케이했죠.” 부산 아시안게임에서 시범종목으로 스포츠 에어로빅이 채택된 것을 누구보다 기쁘게 생각하는 그녀는 <색즉시공>을 통해 사람들에게 에어로빅에 대한 인식이 널리 퍼졌으면 하는 작음 바람뿐이다(KAFA 에어로빅협회 02-545-4747, 02-3444-8242).글 심지현 simssisi@dreamx.net·사진 조석환 sky0105@hani.co.kr

프로필→ 1973년생→ 94∼98 스포츠 에어로빅 국가대표 활동, 페어부문 입상→ 현 IAF 국가대표 수석 코치→ IAF, AIG 스포츠 에어로빅 심판으로 활동 중→ 영화 <색즉시공>의 에어로빅 자문